사람의 앞일이 정해져 있는 것 같진 않다

 

 

앞의 글에서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말이 갖는 의미에 대해 얘기했다. 이번엔 사람의 앞일이 정해져있는가에 대해 답해보고자 한다.

 

사람의 앞일은 정해져 있을 수도 있겠으나 그게 그렇다는 것을 검증할 방법이나 수단이 현재로선 없다. 따라서 ‘모른다’는 것이 나 호호당의 답변이다.

 

운명은 정해져 있어도 사람의 앞일이 정해져 있는가에 대해선 모르겠다는 얘기이다.

 

이런 뻔한 말을 왜 하는가? 하고 의아해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말씀부터 일단 드리면서 얘기를 시작해 본다.

 

 

물의 기운이 좋으면 치과의사가 적성에 맞지만

 

나 호호당에게 이빨에 관한 한 아주 훌륭하고 스킬도 뛰어나며 인품마저 더 없이 훌륭한 주치의가 있다. 수원 영통에서 “미르 치과”를 경영하고 있다. (서울에서 수원까지 거리가 있고 시간소요도 크지만 그럼에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 이빨 때문에 좋은 치과를 찾고 있다면 ‘강추’)

 

나 호호당보다 나이는 훨씬 후배인데 예전에 자연순환운명학 강좌를 통해 만나게 되었고 그 이후로 치료도 받고 또 같이 놀러 다니면서 친해졌다. 나 호호당이 해마다 여수를 찾는 이유도 이 친구가 여수 출신인 까닭이다.

 

음양오행에 있어 치아는 물의 기운 즉 水氣(수기)에 해당이 된다. 그런데 이 친구 사주를 보니 물의 기운이 사주 상 좋은 기운이자 用神(용신)이었다. 그러니 치아를 치료하는 의사라는 게 대번에 납득이 갔다.

 

하지만 예컨대 치과의사란 점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이 사람의 직업을 맞춰보시오 하는 주문을 받았다고 한다면 “음, 이 사람은 치과의사를 할 사람이오”, 하고 맞힐 능력은 나 호호당에게 없다.

 

그런데 반대로 치과의사인 것을 아는 상태에서 사주를 보았을 때 그게 적성에 맞는 직업이란 것을 자신 있게 단정할 수 있다.

 

이빨이 오행 상 水氣(수기)라고 해서 그런 사주를 가진 모든 사람이 치과의사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의 기운이 좋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실로 몇 백 가지는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상담을 시작할 때 사주를 물어보고 동시에 직업이나 하는 일을 으레 물어본다. 그런 과정을 그간 무수히 되풀이해왔기에 사주와 직업 또는 하는 일과의 연관성을 나 호호당은 알아도 정말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주를 보자마자 직업을 알아맞히는 능력은 나 호호당에게 없다는 얘기이다.

 

 

실제 사례 연구

 

 

관련해서 재미난 얘기 하나 들려드린다.

 

한 때 인기 많던 개그맨 김병만, 유도선수이자 격투기 선수인 추성훈, 그리고 바둑계의 신화적인 존재인 이창호 사범, 이 세 사람의 생년월일이 같다. (이창호 사범의 경우 생시까지도 예전에 직접 물어서 알아본 적이 있다.)

 

생년월일이 같으니 생시가 다르다 해도 어느 정도 유사성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세 사람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말수가 적고 어눌한 이창호 사범과 개그맨 김병만, 너무 차이가 나지 않는가 말이다.

 

또 하나 생년월일만 아니라 상담읗 해오는 과정에서 생시까지 정확하게 같은 두 쌍의 사람을 알게 된 적이 있다. (물론 그 사람들은 각자 상담을 하고 갔기에 자기와 생년월일시가 같은 상대에 대해 전혀 모른다.)

 

이 경우 흥미로운 대목은 한 쌍의 경우 한 사람은 역사학 전공이고 한 사람은 취미로 역사책을 무척이나 즐기는 은행원이었다. 또 한 쌍의 경우 모두 전문의였다. 꽤나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하기엔 母集團(모집단)이 너무 작다. 하지만 사람의 앞일은 미리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 하고 한 때 나 호호당으로 하여금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이에 사람의 앞일이 정해져 있다고 할 것 같으면 과연 어느 정도까지 정해져있을까 하는 점도 실은 너무나 궁금하다.

 

어느 날 길을 가다가 갑자기 헛발을 짚게 되는 일이라든가 문득 배앓이를 하는 일마저도 다 정해져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사소한 일은 그냥 무작위 또는 랜덤이고 다만 큰일이나 중요한 고비들만 정해져 있는지, 이런 것들이 한도 끝도 없이 궁금해진다.

 

 

초한지의 항우가 귀족이 아니었다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호호당은 사람의 앞일은 타고난 사주보다도 환경 변수의 작용이 더 크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가령 먼 옛날 유방과 천하를 놓고 다투다가 패배하자 자결해버린 천하장사 항우의 故事(고사)를 떠올려보자.

 

유방의 세력에 포위당한 상태에서 곤경에 처한 항우는 후일을 도모하라는 주변의 조언을 물리친다. 처음에 함께 큰일을 도모했던 동지들을 다 저승으로 보낸 마당에 무슨 면목으로 나 혼자 살아남겠느냐 하는 심정의 항우였다.

 

이에 사랑하는 우미인을 먼저 자신의 손으로 죽인 후 자신도 사실상 자결의 길을 택했다.

 

항우가 만일 귀족 출신이 아니었다면 얼마든지 좀 비굴하더라도 인내하면서 다시 기회를 엿볼 수 있었을 거라 여긴다. 나중에 漢(한)제국의 高祖(고조)가 된 유방의 경우 시골의 건달 출신인 탓에 한마디로 수치를 몰랐고 그 바람에 마침내 패업을 이룩한 것과 비교해보라.

 

사주의 차이라 보기보다는 귀족과 시골건달이라는 환경적 요소가 더 결정적으로 보인다는 얘기이다.

 

 

운명은 정해져있어도 앞일은 정해져있지 않다

 

 

그렇기에 여전히 두고두고 더 연구해볼 일이라 하겠지만 그간의 오랜 궁리와 사색, 그리고 과거 23년에 걸친 경험을 바탕으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려 보면 다음과 같다.

 

사람의 운명은 정해져있다, 하지만 사람의 앞일은 정해져 있지 않다.

 

겨울이 왔다, 양재천의 억새가 차가운 공기 속에 살랑대고 있다. 왜 겨울은 늘 길게 느껴질까? 하기야 이번 여름 또한 엄청 길었다. 나이가 드니 겨울이 싫다, 그러니 겨울이 길어진다. 억새 뒤편의 나무들이 마른 잎사귀들을 듬성이고 있다. 곧 다 떨어지리라. 이번 겨울은 또 어떤 생각에 빠져 지내게 될까? 겨울에 하는 생각들은 늘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오간다. 

 

 

북풍이 제법 거세게 들어오니 억세가 금방 누웠다가 다시 곧추 일어서곤 한다. 조만간 하늘의 저 구름들도 드물어지지라. 건조한 공기가 들어오면 구름인들 떠다닐 수 있겠는가. 독자님들 꼭 마스크 하고 다니시길. 어제 수원의 치과를 다녀오는데 버스 기사분이 심하게 연신 기침을 해대고 있었다. 얼른 마스크를 꺼내어 썼다. 이런 날씨에 기침은 실로 실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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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입원해있어 집안이 늘 잠에 들어있는 것 같다는 아들의 표현이다. 밤이면 온 가족, 나와 아들 그리고 강아지가 양재천으로 산책을 나간다. 총출동이다. 아들은 머리를 한 번 밀어버린 후로 좀처럼 기르질 못한다. 난 괜찮다고 늘 얘기해준다. 다리가 튼튼해보인다.  오늘부로 겨울이 왔다. 독자님들도 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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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앞일은 정해져 있을까? 

 

젊은이가 내게 물었다. 질문의 글자 수는 겨우 아홉 글자.

 

어떻게 답할까, 순간 머릿속이 분주해진다. 간단히 답하려면 1초면 충분하겠고 어느 정도 이해가 가게 하려면 3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다.

 

그래서 내가 다시 물었다. 자네가 말하는 것은 사람의 “앞일이” 미리 정해져있는지, 뭐 그런 것이 궁금하다는 건가?

그러자 그 젊은이는 네, 대충 그렇죠 하고 답했다.

 

그런데 말이야,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말과 앞일이 정해져 있다는 말은 그 의미가 제법 다르거든, 뭐든 자세히 파고들면 복잡해지잖아.

 

그러니 간단히 답해보지. 사람의 앞일은 정해져 있지 않아, 그런데 운명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정해져 있어.

 

젊은이는 잠시 멍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금방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러니까 너무 따지고 들지 말자고.

 

그러면서 나 호호당은 약간의 보충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운명이란 단어는 운과 명이란 두 단어의 결합

 

 

운명이란 단어는 運(운)이란 단어와 命(명)이란 단어,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닌 두 단어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지. 서양의 경우 흔히 운명을 'fortune'이라 부르는데 이는 運(운)에 해당되는 말이고 命(명)에 해당되는 말은 'destiny'란 단어가 있어.

 

따라서 운명이란 단어를 영어로 바꾸면 fortune and destiny가 되겠네.

 

오늘날엔 일반적으로 운명이라 부르지만 원래는 命運(명운)이란 말을 더 많이 썼어. 최근엔 힘을 주어 말할 때 가령 국가 또는 기업의 명운을 걸고 어떤 일을 추진한다, 이런 식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약간 웃기지. 같은 말인데 말이지.

 

 

운이란 무엇인가?

 

 

먼저 運(운)이란 단어부터 얘기하지. 운의 뜻을 보면 움직이다, 옮기다, 이런 뜻이라 되어 있지만 그 외에 “갔다가 돌아온다”는 뜻도 있어. 실은 이게 원래의 뜻이야.

 

운이란 한자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軍(군사 군)자가 결합한 모습이지. 군대가 적을 공격하기 위해 멀리 갔다가 돌아온다는 뜻이거든. 그래서 갔다가 돌아온다는 말은 결국 回轉(회전) 또는 循環(순환)을 뜻하고 있지.

 

우리가 살면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순환이 뭐 있지? 하면 바로 한 해 사시사철, 계절의 순환이잖아. 그래서 운이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한 바퀴 쭉 돌아오는 거를 뜻해.

 

서양에서 운을 뜻하는 fortune은 원래 운명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fortuna라는 여신의 이름에서 온 거야. 위와 아래를 번갈아 돌아가는 수레바퀴, 오늘날로선 ‘대관람차’를 생각하면 되지. 그걸 타고 있으면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고 그렇게 반복하면서 즐기는 놇이기구잖아, 그게 바로 포르투나 여신이 돌리는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왔어.

 

위로 올라가면 멀리 바라보면서 권력과 부를 누리는 것이고 밑으로 깔리면 고생하는 거지, 그렇게 돌고 도는 인생사가 바로 운이고 여신 ‘포르투나’가 돌리는 수레바퀴인 거지.

 

 

명이란 무엇인가? 

 

 

그러면 이제 命(명)이란 말에 대해 얘기하지.

 

命(명)이란 궁궐에 앉은 왕이 명령을 내릴 때 함께 주는 信標(신표), 즉 증거물을 뜻해, 왕이 직접 준 것이니 가는 곳마다 보이면 따르도록 되어 있는 물건, 권위의 상징이지. 그런데 왕의 명령은 목숨을 걸고 완수해야 하기에 나중에 목숨을 뜻하는 의미도 담겼어.

 

과거 계급사회에서 命(명)은 일종의 신분제를 뜻하기도 해. 그리고 계급사회에서 하층민들의 반발을 누르기 위해 天命(천명)이란 단어까지 만들어진 거야.

 

그러니 명이란 단어는 넌 노비로 태어났으니 노비로 살다 죽어, 난 귀족이니까 귀족답게 누리면서 살고. 이런 의미가 담겼다는 말이지. 다시 말해서 貴命(귀명)은 높은 신분이고 賤命(천명)은 노비인 거지. 그렇기에 정해진 길, 서양의 경우 destiny와 유사한 면이 있지.

 

그런데 오늘날은 적어도 공식적으론 계급사회가 아니잖아. 그러니 명이란 단어는 적절하지가 않아. 따라서 사주와 운명을 따질 때의 명이란 타고난 유전적 소양, 즉 물려받은 DNA의 구성을 말한다고 볼 수 있지.

 

유전적 기질은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니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결정되어 있잖아. 그런 의미에서 명은 정해져 있다고 말할 수 있지. 그리고 운이란 태어나는 순간의 생년월일시를 보면 운의 순환이 정해져 있어.

 

 

운의 순환을 처음으로 정확하게 규명해낸 나 호호당

 

 

사실 이걸 알아낸 최초의 사람이 바로 나 호호당이지. 기존에 중국에서 전해진 사주명리학은 정확성이 없어서 두루뭉술하지만 나 호호당이 발견해낸 것은 그야말로 정확해, 아주. 이로서 운명학은 비로소 근대화가 된 셈인데 언젠가 세상이 인정해주는 때가 올 거야.

 

그런데 말이지, 앞서의 얘기, 사람의 앞일이 전해져 있는가 하는 문제는 또 다른 얘기가 되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에 이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