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침체의 강력한 신호가 나타났으니
지난 주 글로벌 증시는 “R의 공포”가 엄습한다고 난리가 났다. R은 경기침체를 뜻하는 Recession, 미국 시간으로 지난 주 수요일 오전 한 때 미국 채권시장에서 일시적이긴 하지만 10년 만기 국채의 금리가 1.623%를 나타내면서 2년 만기 국채의 1.634%를 깨고 내려가는 장단기 금리역전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경기침체가 올 것을 나타내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이다. 과거 사례로 볼 때 특히 미국 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가 역전될 경우 거의 예외 없이 경기침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All roads lead to Rome)라는 말처럼 오늘날 모든 돈은 미국의 뉴욕 금융시장으로 흘러가고 흘러나온다. 금융시장에도 여러 형태가 있지만 뭐니 해도 가장 대표적인 시장은 미국 국채시장인데 바로 그 시장에서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장기 채권의 금리는 단기 채권보다 높아야 정상인데 그게 거꾸로 된 것이다. 이는 간단히 말하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비정산적으로 많다는 것을 뜻한다. 수요가 많다 보니 수익률 즉 금리도 낮아진다.
이는 10년 후를 바라볼 때 마땅히 돈을 굴릴 곳이 적어졌다는 말이 된다. 돈을 굴릴 곳, 즉 투자할 곳이 없다 보니 그럴 바엔 가장 안전하고 현 시점에선 그래도 수익률이 좋은 미국 국채에 돈을 넣어두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전체적으로 투자가 줄면 그게 바로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그러니 이번에도 거의 글로벌 경기침체가 닥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전혀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원인에서 그렇게 될 것인지를 예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국채 시장에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그게 미국만의 사정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자금의 동향이 미국 국채에 집약되기 때문이다.
일본이 중국보다 미국 국채를 더 많이 보유하게 되었으니
그런데 이번 금리 역전 현상과 관련해서 묘한 일이 한 가지 더 발생했다. 금년 6월로서 일본이 중국보다 미국 국채를 더 많이 보유하게 된 일이다. 일본은 1조1220억 달러였고 중국은 1조1120억 달러로서 일본보다 적어진 것이다.
그간 미국이 중국을 심하게 압박할 경우 중국은 보유 중인 막대한 액수의 미국 국채를 매도함으로써 미국 금융시장에 일대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지만 이번 일로 알 수 있듯이 그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겠다.
게다가 미국의 국채 수익률이 영국이나 독일, 일본 등에 비해 높은 편이어서 국가의 자금을 관리해야 할 입장에서 본다면 더더욱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그런 까닭에 중국 금융의 고위직 인사 역시도 현실적으로 미국 국채 말고 달리 투자할 곳이 없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글로벌 침체는 중국에서 시작될 것 같으니
그간의 경험으로 볼 때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나면 평균적으로 22개월 후에 경기침체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에 22개월 후를 계산해보면 내후년 즉 2021년 6월경이 된다. 辛丑(신축)년 甲午(갑오)월이란 얘기인데 이 무렵에 경기침체가 발생한다면 그 震源(진원)은 단연코 중국이 아닐까 싶다.
바로 그 무렵 정도에 중국의 국운이 아주 흉흉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에 격화된 홍콩 시위가 더더욱 그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어쩌면 홍콩 문제와 맞물려서 중국발 글로벌 침체가 시작될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얼마 전에도 얘기했지만 2021년은 중국이 홍콩을 돌려받은 1997년 7월 1일로부터 정확하게 24년이 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60년 순환에 있어 24년이란 기간은 사물의 큰 흐름을 살필 때 그 성패를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는 때가 된다.
이미 중국의 홍콩 흡수는 최근의 일로 볼 때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대단히 농후해졌으며 그 결과는 2021년이면 알 수 있다는 말을 얼마 전 글에서 했다.
홍콩은 중계무역의 기지일 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의 흐름이 아시아와 중국으로 연결되는 핵심 중계 시장이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와 함께 양적완화가 실시되는 과정에서 무지막지한 액수의 잉여 달러가 싱가포르와 홍콩의 은행들을 통해 중국으로 흘러들어갔다. 만일 홍콩 문제가 악화될 겨웅 그 자금이 역으로 흐르게 될 경우 그건 중국의 금융 붕괴가 될 것이다.
홍콩을 특별 대우해온 미국
오늘날 홍콩은 두 가지 수익원, 즉 밥줄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금융을 포함한 중계 기지의 역할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원이 하나이고 또 하나는 중국 당국이 의도적으로 밀어주는 지원, 즉 관광객의 유입을 통한 수입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중요한 변수가 하나 있다는 점이다. 홍콩의 자금 중계나 물류 중계의 기능은 사실상 미국이 그간 홍콩에게 특별한 지위를 인정해오고 있기에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냐면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기 5년 전인 1992년에 미국은 별도의 입법 조치를 통해 홍콩을 정치, 사법, 교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과는 완전히 다른 별개 지역으로 간주하고 그에 따른 특별 우대 혜택을 부여해왔다. (U.S.-Hong Kong Policy Act)
그런데 이번 홍콩 당국이 추진했다가 일단 연기된 범죄인 인도법안이 추진되면서 변화가 생겼다. 미국이 홍콩 특별법에 대해 수정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수정 법안의 주된 내용은 해마다 홍콩의 자치 수준을 점검하고 기준에 미달된 경우 그간 홍콩에 부여해온 특별대우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미국의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가 취소될 경우 중국 본토와 동일한 관세를 부여하게 되고 아울러 전략적 물자의 수출을 제한하는 등의 다양한 제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송환법 역시 강행될 경우 취소 요건이 된다.
그렇기에 중국은 그간에 홍콩을 길들이기 위한 정책의 하나로서 관광객을 지속적으로 보냈다. 하지만 그로 인한 수익은 홍콩이 중계기지 역할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하면 그야말로 ‘껌값’에 불과하다는 얘기이다.
특별대우가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기만 해도
만일 홍콩에 대해 미국이 특별대우를 취소할 경우 홍콩은 그저 그런 펑범한 지방 도시로 전락된다. 관광과 도박으로 먹고 사는 마카오보다 더 못한 처지로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그간 중국은 홍콩의 특수한 위치를 활용해서 무역창구로 활용해왔으며 게다가 필요한 해외자금 또한 홍콩을 통해 조달해왔다는 점에서 미국의 취소가 있을 경우 중국 또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잃는 결과가 된다. 엄청난 국가적 손실.
만일 미국의 홍콩 특별대우 취소가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일 경우 홍콩에 영업장을 가진 수많은 은행들은 싱가포르로 옮겨가려 할 것이고 덩달아 그간 중국 본토로 중계해준 막대한 달러 대출, 거의 수조 달러의 자금 회수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바로 중국 금융위기를 무조건 촉발하게 될 것이다.
물론 미국이 홍콩을 특별대우해준 배경은 그것이 미국 금융계의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은행들은 홍콩 은행들을 통해 자금을 중계하면서 벌어들이고 있는 중간 마진이나 수수료가 실로 막대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얘기하면 미국 금융계는 현재 미국 민주당 쪽에 서 있다. 그렇기에 특별대우 취소 역시 미국이 쉽게 결정할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크지 않다고 하겠다.
무역이든 금융이든 거래가 줄어들거나 막히면 어차피 쌍방 모두 피해가 발생한다. (이번 한일 간의 문제도 마찬가지, 장기화될 경우 모두 피해를 입기 마련이다.) 문제는 어느 쪽의 손실이 더 크냐 하는 점이다.
영국(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同床異夢(동상이몽)
이에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이 장기적으로 중국을 이 시점에서 꺾어놓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의견일치를 볼 경우 충분히 가능한 일이란 점이다. (미국은 실제로 가끔 여야가 초당적 의견일치를 보기도 한다.)
홍콩 반환 시에 중국은 50년간 홍콩의 특별한 지위, 즉 기존의 홍콩의 경제적 정치적 시스템을 보장할 것을 약속했다. 일국양제가 그것이다. 하지만 넘겨주는 영국(미국 포함)과 넘겨받는 중국은 서로 전혀 다른 생각을 했다.
영국은 홍콩에 개방형 민주주의 시스템을 심어놓았기에 50년에 걸쳐 결국 중국의 공산당 독재체제를 개방형 자유민주주의로 이끌어 내는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던 것이고 반대로 중국은 50년에 걸쳐 홍콩 주민들에게 떡을 던져주면서 길들이면 충분히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로 흡수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얘기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홍콩 시위는 의도를 떠나서 어느 쪽 판단이 옳았는지를 가늠하는 前哨戰(전초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번 미국 채권시장에서 발생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가 줄어들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홍콩 시위와 함께 금리 역전 현상을 함께 해석할 경우 어쩌면 그동안 세계의 자금을 빨아들이던 최대의 흡수처이자 투자처였던 중국이 이제 더 이상 그 역할을 마무리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흐름이 이번 홍콩 시위를 통해 더 악화될 경우 미중 무역전쟁에 이은 새로운 격전장으로서 중국에게 보다 더 치명적인 뇌관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하겠다.
내년 트럼프 재선 여부에 많은 것들이 달려있다는 얘기
이 모든 상황은 결국 내년에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본다.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결국 미국 유권자들이 중국을 꺾어놓자는 것에 대해 동의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이제야말로 글로벌 판국이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만들어져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미국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미구에 돌이켜보면 우리 대한민국의 지난 세월은 참으로 봄날이었음을 알게 되리라. 우리 주변을 보면 편한 곳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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