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글로벌 공급과잉의 주범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10년이 더 넘었어도 글로벌 경제는 뚜렷한 회복조짐이 없고 오히려 장기 침체 내지는 디플레이션의 징후만 더해가고 있다.

 

이렇게 된 배경의 하나로서 중국 경제를 빼놓을 수 없다. 전 세계 주요 경제국들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수요가 줄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중국은 끊임없이 공장을 지어대는 바람에 글로벌 공급과잉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의 고속성장은 한계가 있기 마련

 

 

어떤 나라든 산업화가 진행되는 기간 중에는 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런 기간 중에는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어려움보다도 그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가 더 문제가 된다. 늘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그 바람에 그 나라의 금리도 당연히 고금리 상태를 유지된다.

 

따라서 금융위기 상황이 아닌 이상 어떤 나라의 금리가 높을 경우 그것은 그 나라의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런 상태가 언제까지고 지속될 순 없다. 일종의 포화점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우리의 경우 1970년대 중반부터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늘 고금리 상태였다. 자금이 귀하던 시절이라 정부가 자금을 직접 관리하는 관치금융의 시절이기도 했다. 이에 기업들은 인맥을 총동원해서 재경관료들에게 줄을 대느라 바빴다. 소위 모피아의 전성시절.

 

하지만 영원히 이어지는 것은 없는 법,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우리 경제에 있어 투자비중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수치로 말할 것 같으면 외환위기 이전 GDP의 40%에 달하던 투자비중이 그 이후 30%로 한 단계 낮아졌다.

 

그에 따라 금리 역시 지속적으로 하강하면서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가 되었지만 나 호호당이 예상하기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대 우리 경제는 투자비중이 한 단계 더 내려가서 20% 초반대로 낮아지는 경제부진의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이 된다.

 

일본 역시 우리와 비슷하다. 1990년 버블 붕괴 직전 30-35%에 달했던 투자비중은 오랜 경제부진으로 평균 22% 정도에 그치고 있다. 세계 최강 경제대국인 미국 역시 일본과 비슷한 20% 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참고로 알려드리면 GDP 전체 수치에 있어 20%의 투자비중은 신규투자가 아니라 기존의 설비와 인프라를 유지해가기 위한 최소한의 수치, 즉 투자의 하한선이라 봐도 무방하다.)

 

 

중국의 높은 투자비중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니 문제

 

 

이 정도 살펴보았으니 이제 중국에 대해 얘기해보자. 얼핏 보면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들과 만나기 때문이다.

 

중국의 산업화는 미국과의 외교관계가 수립된 1980년부터 10년이 흐른 1990년대부터 본격화되었다. 미국으로부터 기술과 자금이 밀려들기 시작했다는 얘기이다.

 

그 이후 중국은 수출을 통해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였으니 중국 공산당은 그 자금을 틀어쥐고 정부 주도 하에 주로 국영기업에 대한 높은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그 바람에 중국의 경우 GDP에 있어 투자비중이 지금도 무려 45% 선을 유지해오고 있다.

 

대개 산업화에 걸리는 시간, 즉 높은 투자가 이루어지는 시기는 길어야 20년 남짓이다. 자연순환의 이치로 얘기하면 22.5년이고 그 이후는 서서히 떨어지기 마련이다. 다. 우리의 경우 1976년 무렵부터 22.5년을 더해보면 1999년이 되는데 바로 외환위기 직후가 된다. 일본 역시 그렇다.

 

그런데 중국은 국가 주도로 투자가 이루어지다 보니 투자 효율 따윈 사실상 도외시한 채 무작정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나치게 장기간에 걸친 높은 투자비중, 사실상 비효율의 투자가 바로 중국 경제의 문제이고 글로벌 공급과잉의 원인이기도 하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국은 8%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2010년대 초반의 경우 무려 GDP 대비 47%대의 엄청난 투자 비중을 보여주기도 했다.

 

 

목적과 수단이 거꾸로 된 중국 경제

 

 

투자가 있는 한 그 자체로서 성장률이 만들어진다. 중국은 이른바 保八(보팔), 즉 8% 성장률을 지키기 위해 정부 주도하에 막대한 투자를 지속했던 것이다. 8% 대 성장률이 무너지면 공산당의 통치 권위에 흠집이 생길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성장률 8% 유지 목표는 2012년으로서 무너졌으며 작년인 2018년엔 7%도 무너져서 6.5%에 그치고 있다.

 

성장률 8%가 무너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비효율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 할 수 있는 중국 경제라 하겠다. 투자를 이익을 내고 성과를 보기 위함인데 중국은 성장률 유지를 위해 투자를 통해 GDP 라고 하는 숫자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말이 되지 않는다 하겠지만 중국 내부 사정을 들여다볼 것 같으면 나름 둘러댈 만한 핑계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의 동쪽 바닷가 지역은 이미 투자가 끝난 마당, 즉 성장 포화점에 도달한 상태라 하겠으나 중부 내륙과 서부 지역 그리고 우리가 만주라 부르는 동북 삼성 지역의 경우 여전히 낙후되어 있기에 그 방면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이란 명분도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그런 낙후 지역은 아직 미처 투자할 여건이 미성숙 상태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예로서 중국 내륙에 지어진 어느 철강 공장의 경우 공장 인근의 현지 수요가 없어서 만일 구매자가 운송비만 부담한다면 제품 자체는 무료로 팔 수 있다고 선전하고 나섰음에도 구매업체가 없을 지경이라 한다.)

 

게다가 우리로 치면 지자체에 해당되는 지역의 省(성)정부들이 시진핑으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 수요도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충성 경쟁 또한 대단하다. 그 바람에 중국 내륙 여기저기에 남아도는 텅 빈 아파트들과 위락시설이 그것이다. 고스란히 투자손실로 이어지는 케이스들이다.

 

게다가 중국 국영기업들의 투자는 주로 에너지, 소재, 유틸리티, 기계, 조선 건설 등이다. 이 중에서 특히 소재산업 쪽에서 글로벌 공급과잉을 불러왔다. 소재산업이란 반도체나 전자부품, 디스플레이와 같이 IT 산업의 기초 재료라든가 화학, 섬유, 2차 전지, 철강과 같은 금속 또는 비금속 등의 산업 재료를 말한다.

 

(이 소재산업은 특히 우리 경제가 현재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어 장차 우리 경제의 수출 경쟁력에 큰 위협이 되는 분야라는 점에서 주목이 된다.)

 

철강의 경우 아시다시피 엄청난 공급과잉 상태인데 물론 그 원인은 중국 때문이다. 전 세계가 비난하고 나서자 중국은 조절에 나섰다. 그런데 그 방식 또한 정말로 희한하다. 고비용 저효율의 국영 철강 공장은 고용과 생산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효율 높은 민간 기업에 대해선 자금줄을 조여서 도산을 유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의 진짜 문제점은 비효율적인 투자의 과잉에 있다.

 

 

중국 경제, 여러 미디어에서 다루고 있어 이런저런 문제점들이 보도되고 있지만 다 무시해도 좋다고 본다. 부채 문제 중국만 그런 것이 아니고 전 세계가 그렇다는 점에서 넘어갈 수 있다고 본다.

 

단 하나 중국 경제의 핵심 문제점을 지적하자면 투자효율이 엉망이란 점이다. 영양가가 있는 곳, 장차 돈이 될 곳에 투자가 진행되어야 하건만 중국 경제는 투자 자체가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란 점에서 효율성은 따져보지 않는 투자가 너무나도 그 비중이 높다는 점이고 그게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 주도 경제의 한계

 

 

그 까닭은 간단히 말해서 투자를 시장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주도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국 사고가 날 것이라 본다.

 

비효율적인 투자는 시간이 지나면 결국 자원의 낭비로 마무리될 것이고 그러면 그때 가서 중국 경제는 전체적으로 엄청난 상각 처리를 해야 할 것이다.

 

공산당 주도의 권위적 사회주의 시장경제 자체가 대 실패로 끝이 날 것 같다는 얘기이다. 그들이 나름 자랑삼아 내세우는 “중국특색사회주의” 자체가 붕괴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 중국 경제가 무너지면 그것으로 그치는 문제가 아닐 것이니 그 또한 글로벌 시한폭탄이라 하겠다.

 

 

웃기는 에피소드 하나

 

 

중국의 실상을 알 수 있는 웃기는 얘기 하나 해드린다.

 

얼마 전 우리 U 20 대표팀이 준우승을 했다. 뿐만 아니라 웬만한 국제 축구 시합이라면 어김없이 볼 수 있는 것이 중국의 완다 그룹 광고이다. 영문으로 WANDA, 기억이 있으실 것이고 축구 팬이라면 눈에 익을 것이다.

 

한자론 萬達(만달), 만 가지에 모두 도달한다는 뜻이기에 뭐든 돈만 되면 사업화하겠다는 자세의 중국 민간 대기업이다. 그런데 아무리 만달이라 해도 이 기업의 경우 국제축구 대회에 광고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중국 내 호텔이나 리조트, 아파트, 백화점 등으로 사업하는 철저한 내수기업이어서 국제 시장에 홍보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 기업이 국제 홍보에 나선 이유는 이렇다. 시진핑 주석께서 축구를 사랑하셔서 월드컵 시합도 열심히 챙겨보는데 광고판에 한국의 삼성이나 엘지, 일본의 기업광고는 늘 눈에 띄는데 중국 기업 광고는 보이지 않았다. 이에 시진핑은 “야, 비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국제 시장에 홍보하고 광고할 것이 그렇게도 없니, 이거야 원 민망해서 말이지.”

 

그러자 즉각 시행되고 시정이 되었다. 완다 그룹이 시진핑의 점수를 따기 위해 나선 것이다. “주석 각하, 평소 늘 은혜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몇 푼 되지도 않는 그 까짓 광고비용, 우리 기업에서 쾌히 부담하겠습니다.”

 

웃기지 않는가? 광고 효과는 전혀 없는데 막대한 비용이 드는 국제 홍보를 꼬박꼬박 하고 있는 모습이. 이야말로 웃기는 짜장면. 그러니 중국의 높은 투자 비중이란 것 역시 저 완다 그룹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얘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