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 서리의 계절에 雷雨(뇌우)가 들이치니
오늘은 10월 23일, 저녁 8시 22분으로서 霜降(상강)이었다. 지금 시각은 밤 10시 21분. 상강은 서리 霜(상)에 내릴 降(강)이니 서리가 내릴 때란 뜻이다. 가을이 참으로 깊었으니 深秋(심추)의 계절이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이건만 오늘 점심 무렵엔 제법 거센 雷雨(뇌우)가 한 바탕 지나갔다. 거리는 삽시간에 젖은 낙엽 천지가 되었다. 그야말로 스산한 罷場(파장) 분위기.
가을 추수는 상강 무렵이면 절정을 이룬다. 옛 사람들은 이 무렵에 국화주를 빚고 국화전을 부쳐 먹었다고 한다. 가을의 대표과일인 감도 이 무렵에 본격 출하가 된다.
이제 보름 동안은 낙엽의 때이고 풀벌레들은 겨울잠을 자기 위해 어디론가 들어갈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죽고 風化(풍화)되어 가루로 바스라지고 날릴 것이니 그러면 죽음 혹은 주검의 계절인 겨울로 접어든다.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복닥거리는 대도시에 살아가는 이유
서울을 비롯하여 대도시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이유가 뭘까?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이야말로 벌어먹고 살기 좋아서 그렇다. 교환이 빈번하고 시장이 크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인구 밀도가 높은 곳에 살려면 그에 따른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한다. 오만 가지 스트레스. 서울과 같이 천만의 대도시에서 한 개인의 존재는 참으로 미미하다, 스스로 보기에도 보잘 것이 없다.
하지만 대도시를 떠나긴 정말 어렵다, 열심히 벌어서 먹고 살아야 하니. 서울 인근의 아파트촌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이들의 삶은 정말로 고달프다.
그러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한다, 훗날 돈 좀 모아서 은퇴하면 조용한 전원에 나가 아담한 집을 짓고 유유하게 살아보리라 하는 생각, 사실 이런 생각 누구나 한 번쯤은 다 해보게 된다.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싸우면서 살다 보면 우리 누구나 가끔씩 쉬고 싶어진다. 아쉽기만 한 휴가 정도가 아니라 몇 년 정도 푹 쉬고 싶어진다. 하지만 정작 실행에 옮기는 이는 거의 없다. 몇 년 쉬고 나면 여간해선 되돌아오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에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아갈 뿐 대부분의 경우 여전히 현장을 지키면서 떠나지 않는다.
이처럼 現役(현역)의 삶은 치열하고 피곤하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섣불리 현역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못한다.
왜 그럴까?
은퇴는 일종의 사회적 죽음인 것이니
현역을 그만 두는 것, 이를 은퇴라고 한다. 그런데 은퇴란 것은 한 개인에게 있어 일종의 ‘사회적’ 죽음이란 사실이다. 은퇴란 그 사람이 머물던 세계 혹은 그 바닥에서 사라지는 것을 뜻한다. 사라진 거나 죽은 거나 무슨 차이가 있는가?
그렇기에 사람들은 좀처럼 현역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게 죽음이란 것을 은연중에라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나 호호당이 하고자 요지는 사람이 죽으면 무덤에 들어가 묻히거나 납골당에 안치되듯이 은퇴 시점을 고려해서 마련한 전원의 아담한 주택은 사실 그 사람의 무덤이나 납골당과 같다는 얘기이다.
줄여 말하자면 사회적 죽음을 맞이한 자가 사는 집이 그런 전원주택일 때가 많다는 사실이다. (물론 은퇴한 뒤에도 작은 전원주택 한 채도 마련하지 못하는 딱한 경우도 허다하지만 말이다.)
은퇴하면 죽음이라니 다소 과격하고 지나친 주장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정말로 그러하다. 은퇴 후의 전원주택 또한 제 아무리 아담하고 살기 좋아도 그곳은 결국 무덤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친지나 손님들을 초대해서 집과 주변의 좋은 환경을 구경시켜주면 정말 좋네요! 하는 부러움을 잠시 살 순 있겠으나 잠시 들렀던 그들이 떠나고 나면 역시 무덤에 불과하다.
가장 화려한 때 직후에 바로 죽음의 계절이 시작되나니
이 대목에서 잠깐 60년 순환에 대해 얘기할 까 한다. 60년 순환은 사계절로 나눌 수 있으니 순환의 시작점인 입춘으로부터 42.5년이 경과한 때가 상강이고 45년이 경과하면 입동이고 그로서 15년의 겨울이 시작된다.
오늘의 주제인 霜降(상강)은 입동이 오기 전, 겨울이 시작되기 전의 마지막 가을의 때이다. 상강의 산과 들에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한창이다. 자연이 죽음의 계절인 겨울 직전에 마지막으로 최고의 ‘꽃단장’을 하는 때인 것이다. 그러고 나면 모든 것이 잿빛으로 물들어가는 겨울이 시작된다.
그렇기에 상강 무렵의 화려한 단풍은 하루로 치면 해가 서산에 지기 직전에 보여주는 황홀한 저녁놀과 그 의미가 정확하게 일치한다.
절정의 때는 죽음 직전에 온다.
이담에 멋진 전원주택을 짓고 편히 살겠다는 생각, 절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정작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때가 되었다면 그 자는 60년 순환에 있어 상강을 맞이한 자라고 봐도 절대 무방하다.
예를 하나 들겠다. 이젠 벌써 꽤나 오래 된 일이지만 현대 그룹의 창건자이자 한국 경제의 거인이자 영웅이었던 고 정주영 회장의 얘기이다.
정주영 회장은 1970년이 60년 순환에 있어 입추였고 1983년은 상강의 운이었다. 이때 정회장이 지은 건물이 서울 종로구의 계동 사옥이다. 겉멋보다는 실익을 중시하던 정주영 회장이 나름 최대한 멋을 부린 사옥이었다. 왜냐? 본인의 무덤이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이 계동 사옥에 들어가 집무실에 앉는 순간 정주영 회장의 운은 사실상 끝이 났던 것이다. 더 이상 현역이 아니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정주영 회장은 그런 다음 1992년 난데없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실패한 뒤 많은 곤욕을 치렀는데, 왜 그런 실수를 했을까? 세간에 한때 설이 분분했지만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무덤 속에서 너무나도 적막했기에 상실감을 견디지 못했던 까닭이다.
정주영 회장만 그런 것인 아니다. 기업인들이 성공한 뒤에 멋진 사옥이나 저택을 짓는 일이 많다,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은 그 기업인의 운이 상강 무렵 즉 이제 사실상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몇 년이 지나면 모 기업이 흔들리거나 고난을 겪는다.
기업인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일반 보통의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가령 여유가 있어서 도심에서 벗어난 교외나 전원에 나름 좋은 집을 마련하거나 특히 집을 짓게 되면 그건 그 사람의 운세 순환에 있어 상강이나 입동 근처라 보면 된다. 나름 성취하고 성공한 사람의 마무리 작업이라 봐도 좋겠다.
나라의 운세 흐름도 그렇다.
과거 일본이 1991년 거품 붕괴 직전에 도쿄나 오사카 도심에 멋진 디자인의 초고층 건물들을 많이 지었다. 1987년은 일본 국운의 상강이었고 1990년이 입동이었던 까닭이다.
우리나라 역시 2006년이 상강, 2009년이 입동이었는데 그 때를 전후해서 서울 도심이나 외곽, 부산의 경우엔 해운대 센텀 시티 같은 멋진 단지와 건물들이 많이 들어섰다. 국운의 상강을 맞이한 단풍놀이였던 것이다. 오세훈 시장의 서울 꾸미기 프로젝트 역시 마찬가지.
흔히 기념비적인 건물이란 말을 쓴다. 한 시대를 기념할 만한 건물이란 뜻이니 그건 보통 그 시대의 운세 순환에 있어 마무리 단계인 상강과 입동 무렵에 건축된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증권계에선 높은 건물이 많이 올라가면 경제가 조만간 어려워질 하나의 지표로 삼는다는 말도 있는 것이다.
이제 글을 정리할 때가 되었다.
상강의 逆說(역설)
10월 그리고 霜降(상강) 무렵은 자연이 가장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때이다. 그러니 참으로 逆說(역설)이다. 곧 잿빛의 겨울, 죽음의 겨울이 다가올 것이니 말이다.
마지막 직전에 가장 아름다운 것, 한편으론 맞다, 행사 중에선 피날레가 가장 화려한 것과 같으니. 하지만 또 한편으론 슬프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지나면 바로 끝이고 죽음이라니 말이다.
오늘도 치열한 경쟁의 마당에서 하루하루 힘들지만 열심히 살고 있는 그대가 언젠가 돈을 많이 벌어서 우아하게 은퇴한 다음 아름다운 전원에 나가 느긋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삶을 보내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면 그건 좋다. 일종의 목표로 삼은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당신이 現役(현역)이기에 해보는 생각이란 사실이다. 정작 은퇴하고 나서 한가롭게 되면 사실 좋은 것이 별로 없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화려한 상강의 때가 지나면 바로 잿빛의 겨울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열심히 싸우고 있을 때가 실은 전성기란 사실
한 마디 더 첨가한다, 더 벌어 보겠다고 또는 더 성취해보겠다고 욕심내고 씩씩대면서 열심히 싸우고 있는 현역의 세월이야말로 실은 인생의 가장 좋은 시절이고 전성기란 점이다.
글을 마치고 나니 새벽 2시,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글을 쓰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제 잠에 들 시간이 되었다. 굿 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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