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옆에 설치된 소화전인데 지나가다가 만나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를 한다. 그러면서 속으론 사람도 아닌데 자꾸 인사를 하게 되네, 하면서 미소를 짓게 된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양팔을 벌리고 서있으니 영락없이 어떤 인격이 있어보이지 않는가! 키가 좀 작을 뿐 어려보이진 않는다. 성은 소씨이고 이름은 화전인 모양이다. 

 

금요일 19일이 곡우가 된다. 저처럼 푸른 봄 하늘 아래 나무들이 보여주는 저 색깔, 때깔, 한 해를 통해 딱 한 번 보게 된다. 바쁘고 다른 일에 눈이 팔려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삶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저런 장면들이야말로 놓칠 수가 없는 한 절정이란 것을 절로 알게 된다. 진짜 알고 나면 우리 모두 매 순간 절정을 살아가고 있음도 알게 된다.  호호당은 늘 물어본다, 유한과 무한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절충점이 무엇인가를.   

 

주식투자를 가르치고 있다. 운명을 연구해온 사람이 무슨 주식투자?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주식투자로 큰돈을 벌진 않았지만 기량과 실력만 놓고 본다면 어쩌면 현재의 나 호호당의 실력을 능가하는 이는 세상을 통틀어서 몇 사람 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과대망상 아닐까? 하겠지만 그게 절대 그렇지가 않다. 어제 일요일 강의 시간에 얘기해주었는데 1년 반 정도의 시간에 두세 배 정도의 수익을 어쩌다 요행으로 한 번 되는 게 아니라 늘 그렇게 즉 평균타율로 올릴 수 있을 정도면 대단한 게 아닐까. 나 호호당의 기량이 그 정도는 된다는 말씀이다.

 

나 호호당 역시 예전부터 동서양에 걸친 주식투자의 달인들과 대가들의 기법을 연구하고 습득했지만 이제는 독자적이고 확실한 투자기법을 정리 완성했다는 점에서 나 호호당도 대가의 반열에 넣어주시오 하는 신청서 정도는 써도 된다는 생각을 한다.

 

아제 강의에서 연신 주식투자, 절대 어렵지 않습니다, 지금 제가 가르쳐드리는 대로 따라만 하시면 1년 반에 2-3배 수익률 너끈히 올릴 수 있습니다. 잘 이해하고 잘 배우세요, 진도 많이 나가지 않고 기본만 잘 배워도 됩니다, 하고 연신 강조를 했다.

 

나로선 너무나도 평이하고 쉬운 것이지만 처음 배우는 분들은 아마도 반반일 거라 여긴다, 쉽게 느껴지는 분들도 있겠으나 만만치 않네 하면서 주의를 집중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번 클라스에선 진도에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내가 익히 알고 있는 것이 열 개라면 그 중 2-3개 정도만 이해를 하도록 해도 앞서의 수익률, 1년 반 만에 2-3배 수익률 정도는 무리 없이 올릴 수 있을 것이니 그렇다.

 

어제도 그랬지만 가르치다 보면 문득 느끼는 게 있다. 외로움이다. 던져주면 척척 받아서 삼키고 소화한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 줄을 한 번 퉁기면 맞받아서 줄을 퉁겨서 신나고 흥겹게 한 곡조, 때론 즉흥의 곡조를 풀어낼 수 있었으면 얼마나 가슴이 탁 트이고 속이 후련할까? 하는 아쉬움, 현실에선 그렇지 않으니 느끼는 외로움인 것이다.

 

모든 선생은 자신보다 더 뛰어난 제자가 나오기를 목을 빼어 기다리는 법, 鶴首苦待(학수고대)의 심정을 갖는다. 적어도 자신의 수준 정도까지는 따라와 줘야만 자신의 경지를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니 그럴 것이고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자신의 경지를 뛰어넘을 경우 참으로 대견하고 기쁠 것이니 그렇다.

 

다른 곳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을 토대로 제자가 더 나은 명주실을 뽑아낼 것 같으면 그 얼마나 기쁘겠는가 말이다.

 

강의하는 도중 수강하는 사람들의 눈빛을 연신 살핀다. 눈빛을 보면 어느 정도 따라와 주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어서 살핀다. 수강생의 눈빛이 절반 이상 흐릿하다 싶으면 다시 설명한다. 진도 나가는 것은 다음 문제이다.

 

예전엔 성미 급한 호호당인지라 진도에 급급했지만 이젠 그렇지가 않다. 나 호호당이 평생에 걸쳐 연구해낸 투자기법이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지기를 기대한다. 그렇다고 해서 책으로 해서 모든 이가 다 알 수 있게 하고 싶진 않으니 묘한 일이고 모순이다.

 

다 알려지면 모든 이가 일제히 나 호호당의 기법대로 움직일 것이니 그러면 먹힐 까닭이 없다고 본다. 내게서 배운 소수의 투자자들이 내 기법을 적용해야만 수익을 쉽게 올릴 수 있을 것이니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지기는 하되 너무 일반화되고 싶진 않은 호호당의 심정이다.

 

일반 개미들은 수익을 올리기가 어렵다 보니 이른바 작전주에 관심이 많다. 따라붙어서 조금만 수익을 올리고 나와도 그게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를 보다 보면 측은함을 느낀다. 그런 위험한 시도를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굳이 저런 모험을 감행하는구나 하며 한숨을 내쉰다.

 

주식은 자신이 예전부터 해오면서 익히 잘 알고 있는 종목, 대략 열 두어 종목을 바탕으로 그때마다의 주도주, 지금의 경우 HBM 관련주인 한미반도체나 이오테크닉스, 이렇게 한 두 종목만 관심을 가지고 쳐다보면서 투자하면 충분하다. 남이 한다고 해서 남이 수익을 크게 올렸다고 해서 거기에 신경을 쓸 필요 사실 전혀 없다. 그리고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미래가 지극히 불확실한 바이오주 그런 거 안 쳐다봐도 된다.

 

뿐만 아니라 환율 리스크까지 떠안아 가면서 미국의 잘 알지도 못하는 종목에 투자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호호당의 투자기법은 나 호호당이 만들어낸 자연순환운명학에 버금가는 수준이라 자부한다. 그러나 책으로 출판할 생각은 아예 없고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할 생각 역시 아직은 없다. 얼굴을 마주하고 가르치고 배우는 대면강의를 이어갈 생각이다. 대충 천 명 정도만 가르쳐놓으면 되지 않겠는가 싶다.

 

일요일 오후 아직 건강이 성치 않지만 약간은 견뎌가며 강의를 진행했다. 겉으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지만 실은 힘들었다. 그래도 열심히 배우려는 수강생들의 눈빛이 있어서 순간순간 힘든 고비들을 잘 넘기고 어제 강의를 마무리할 수 있었고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생각했다. 진정으로 내 증시기법을 온전히 풀 셋트로 다 배워갈 사람이 나올까? 하는 우려 섞인 생각이 들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하다 보면 언젠간 나올 거야!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나 호호당은 사실 평생 고독했고 지금도 외롭다. 그 마음을 이렇게 글로 풀어본다.

 

어제는 한여름 더위였는데 오늘 비 내리고 기온이 내려서 편해졌다.

 

양재천 물가에 있는 능수버들, 나 호호당이 너무나도 애호하는 저 버드나무들. 기쁠 때나 힘들 때나 괴로울 때나 늘 저 나무들을 멀리서 바라거나 또는 다가가서 어루만지면서 마음을 가다듬는다. 올 봄에도 어김없이 푸른 잎사귀를 내고 이제 가지를 늘어뜨리려 한다. 오래오래 잘 자라기를. 

 

 

몸이 좋질 않아서 이것저것 다 해보게 된다. 맨발걷기를 여러 사람들로부터 추천을 받아서 시작한 지 나흘. 진흙이 제일 좋다지만 흔하지가 않고 다음으로 풀이 자라는 땅도 좋다고 한다. 아파트에서 양재천으로 내려갈 적엔 보도블록도 맨발로 걸어가는데 그 맛도 그리 나쁘진 않다. 효과도 있는 것 같다. 내일 월요일엔 병원에 가서 파상풍 주사도 맞아야 하겠다. 어서 건강해지길 간절히 빌고 또 빌어본다. 독자님들도 호호당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잠깐이라도 염원해주셨으면 참으로 고맙겠다. 

'호호당 화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늘 인사하고 지내는 사이  (0) 2024.04.17
한 해에 딱 한 번 보는 저 색깔  (0) 2024.04.16
액자 속의 그림인가?  (0) 2024.04.09
푸른 하늘 아래 만개한 꽃이여  (0) 2024.04.09
방금 피어나는 벚꽃  (0) 2024.04.02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만난 연한 수묵화같은 그림 혹은 풍경, 연분홍을 올렸으니 담채수묵화 정도는 되겠다. 프레임 또는 액자로 구획을 정해주면 사물은 전혀 다르게 보인다. 대상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재단하고 어떻게 프레이밍하느냐에 따라 세상과 사물은 달라도 너무 달라진다. 

평범한 벚꽃 사진이다. 하지만 아름답다. 눈길을 끈다. 청명 지난 봄하늘은 저리도 푸르고 꽃들은 저처럼 빛나고 있으니 각도와 연출이 필요 없다. 그냥 한 때의 영광이고 절정이다. 한 때란 결국 한 때이니 슬픈 일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오래만에 글을 올리고 사진을 올린다. 즐겨주시실...

 

두 가지 병을 앓고 있다. 하나는 좌골신경통에서 오는 발바닥 통증이고 또 하나는 자율신경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시작된 이상한 통증이다.

 

죽을 병은 아니지만 고통스런 병이다. 두 가지 모두 잠자야 하는 시간에 심한 자극으로 편히 잠을 이루지 못하니 삶의 질이 많이 떨어져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러다보니 거의 2주 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다. 그간 여기저기 병원을 다녔으나 별무신통이다.

 

이에 정신과에서 처방 받은 신경안정제로 견뎌가기로 하고 정형외과에서 준 진통제는 속이 메슥거리고 소염제는 독해서 그만 두었다. 대신 명상과 필라테스, 경락과 수영장에서의 걷기를 택했다. 운동을 통해 체력이 좋아지니까 통증과 자극에 견디는 힘도 좋아지는 것 같다.

 

좌골신경통이야 그렇다 치고, 자율신경 실조증이 문제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이 무너진 결과 나타나는 다양한 증세이며 사람마다 아픈 양상도 다르다고 한다. 나 호호당의 경우 피부가 따갑게 느껴지는 ‘환상통’을 겪고 있다. 피부는 멀쩡한 데 따갑기 시작하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럽다. 치료약은 없고 증세를 완화시켜주는 약, 자율신경조절제와 신경안정제가 있을 뿐이다.

 

작년 말부터 배운 명상이 오히려 고통을 잠재울 수 있기에 수시로 하고 있다. 고통이 심하게 올 경우 단전에 집중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지만 나름 기술이 늘어서 곧잘 성공하곤 한다.

 

아무튼 참 고약한 병에 걸린 호호당이다.

 

그런데 그저께 4월 7일 점심 무렵 내가 왜 이런 이상한 怪疾(괴질)에 걸렸는지 그 이유를 문득 깨달았다.

 

평생 교감신경을 지나치게 많이 써왔기에 자율신경계가 고장을 일으킨 것이다. (또 하나 의심스런 것은 코로나 백신의 부작용이 아니었나 하는 점이지만 입증할 수 없고 또 그런들 어쩌리!)

 

다시 말해서 평생 동안 머리 쓰고 궁리하길 너무 좋아한 나머지 신경을 마구 쓰다가 몸을 다친 것이다. 그렇다면 치료법은? 하고 생각하니 간단했다. 이제 더 이상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이 괴질에서 벗어날 수 있겠구나 싶다.

 

호기심이 생기면 끝까지 집요하게 파고들길 좋아하는 성격이 장기간 이어지다 보니 몸에서 너 이제 신경 끄고 살아, 그렇지 않으면 많이 아플 거야! 하고 경고를 보내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경고를 접수했다. 지금의 통증 정도는 경고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알았다. 앞으로 최대한 부교감 신경을 살려가는 방향에서 생활을 해야 하겠다 싶다.

 

강렬한 호기심 때문에 운명의 숨겨진 법칙을 발견하고 정리해서 마침내 “자연운명순환학”이라고 하는 방대하고 정교한 운명의 이론체계를 완성할 수 있었다. 연구에 착수한 지 30년만의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개인의 욕심도 곁들긴 했으나 자연순환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검증의 대상으로 삼은 증시와 주식의 움직임을 집요하게 연구하다 보니 그 누구도 알아내지 못한 시장과 주식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원리를 알아낼 수 있었다.

 

지금 가르치고 있는 것이 그것인데 책으로 공개하긴 싫다, 돈 버는 방법을 공개하면 그 효용이 사라질 것이니 인연되는 자에게만 직접 가르쳐줄 생각이다.

 

나 호호당은 어떤 종목을 보면 상승세를 타기 직전의 모습과 그 이후의 움직임, 어느 가격대까지 상승할 지 등등 실로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반대로 하락하기 직전의 모습과 동향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사실 상승과 하락의 역학 즉 다이나믹은 정확하게 동일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인류 언어의 발생에 관해 흥미를 느껴 빠져들다 보니 너무나도 기가 막히게 재미난 것들을 알아낼 수 있었지만 원체 기초과학 분야라서 우리나라에선 알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간의 연구 내용을 그냥 흘려보내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역사연구와 이를 자연순환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의 저 정교하고 아름다운 역사의 動學(동학)을 파악할 수 있었으니 그 또한 너무나도 즐거웠다.

 

그런데 이제 이런 연구 작업이나 신경 쓰는 일에서 일제히 물러나고자 한다. 신경 그만 쓰라고 몸이 강력하게 요구해오고 있으니 이제 나 호호당은 머릿속에 깃든 수 천 개의 자료 폴더(folder)들을 조만간 지워버릴 생각도 하고 있다. 아마도 그래야 할 것 같다.

 

작년 가을 사무실을 비울 때 집안과 사무실에 있던 수천의 장서도 모조리 치워버렸는데 그게 우연이 아니었나 보다. 이제 책 좀 그만 보고 신경 쓰는 일도 그만 해! 하는 몸의 요구를 나도 모르게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당분간 치료에 전념할 생각이다. 머리를 쓰지 말고 시간을 내어 명상에 집중하고 운동하고 산책하는 건강한 생활에 집중하고자 한다.

 

혹시 독자분들의 상담 요청이 있으면 영상통화도 가능하기에 전화상담에만 간간이 응하고자 한다. 그리고 강좌, 자연순환운명학 강좌와 증시강좌만 몸에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이어가고자 한다.

 

어허-하는 장탄식이 나온다. 지칠 줄 모르는 강인한 체력을 부모님들로부터 이어받았기에 나이가 들면 어떤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살아왔다. 野人(야인)이 된 1994년부터 줄곧 이어온 30년에 걸친 흥미롭고 거칠고 모험에 가득 찬 行程(행정)을 끝내고 이젠 편안하고 느긋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다짐해본다. 駿馬(준마)였으나 이젠 늙은 病馬(병마)가 되었으니 그렇다.

 

그러니 이제 病馬(병마)가 아닌 老馬(노마)가 되고자 한다. 그래야 하겠다. 하루 종일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세월이 이토록이나 빠를 줄 전혀 몰랐다. 붉은 입술에 하얀 이빨로 연신 웃어대던 명랑 청년이 어느새 연신 임플란트 해넣어야 하는 70의 노인네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야말로 세월 훅-하고 지나갔다.

 

창밖을 보니 어느새 벚꽃들이 분분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벚꽃의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시간과 세월, 그리고 삶이 지나가고 있다.

'자연순환운명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네랄 일렉트릭(GE), 역사 기록 속으로  (0) 2024.04.19
평생에 걸친 외로움  (0) 2024.04.15
연예인들 이야기  (0) 2024.03.16
쓰임도 지나치면  (0) 2024.03.13
갑자기 그렇게 떠나가면...  (0) 2024.03.09

 

아침이다. 새벽부터 벚꽃들이 이제 막 열심히 열고 있다. 양재천변을 따라 피어날 벚꽃들은 이번 주말이면 절정을 이룰 것  같다. 늘 보아왔지만 그럼에도 참 신기한 일이다. 병들었던 나 호호당의 몸도 이제 막 급격하게 좋아지고 있다. 개화 시기에 맞추어 늦지 않으려는 사람의 의지이고 올 한 해 제대로 살아보려는 안간 몸부림이다. 

 

 

아침 8시 8분, 산책을 나갔다. 발바닥 신경통과의 연이은 힘겨루기이다. 겨우내 싸웠다. 겨우내 몸 여기저기 여러 군데의 힘든 증세들과 상대해왔다. 이제 대충 마무리가 어디쯤인지 보인다. 물론 승리는 나 호호당의 것이다. 90 너머까지 힘차게 살기 위해 지금 이러고 있다. 꽃들아, 벚나무야, 너희들도 고충이 있겠지? 하고 물어본다. 살아있는 것치고 고통을 모르는 게 어디 있다더냐!  그래 같이 가자꾸나. 

올 봄은 비가 잦다. 봄가뭄과는 거리가 멀다. 그간 괴롭히던 발바닥 병이 좀 좋아져서 산책을 할 수 있으니 이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두달 간 멀쩡히 걷는 사람을 보면 속으로 많이 부러웠다. 올 한 해 건강을 되찾길 간절히 빌어본다. 양재천의 물 오른 능수버들이 여린 잎사귀를 내고 있다. 곧 자라고 커져서 무거워지면 연한 가지를 밑으로 늘어뜨리겠지.  사람들은 모른다, 능수버들이야말로 우리 겨레의 나무란 사실을. 조만간 글로 써서 알릴 생각을 해본다. 

 

'호호당 화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푸른 하늘 아래 만개한 꽃이여  (0) 2024.04.09
방금 피어나는 벚꽃  (0) 2024.04.02
봄 밤의 화사한 저 달빛  (0) 2024.03.25
수유 만발하고 비바람 불고  (0) 2024.03.25
춘분의 새벽  (0) 2024.03.22

지난 토요일 해지고 오래지 않은 저녁 시간, 보름 가까운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달빛은 습윤한 공기 속에서 온화하게 퍼지고 번져갔다. 안데르센의 "그림없는 그림책"이란 단편집이 떠올랐다. 수십년 전에 읽었던 동화책, 성인을 위한 동화책이다.  대도시에 나와 쪽방을 얻어 지내는 가난하고 고독한 젊은 시인의 창가에 밝은 달님이 찾아와 여러 얘기를 전해주면서 위로해준다는 설정의 이야기책.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슬픈 얘기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저 달이야말로 안데르센의 그 달이 아닐까, 잠시 상념에 빠져본다. 

'호호당 화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금 피어나는 벚꽃  (0) 2024.04.02
물 오른 능수버들 여린 잎을 내는구나  (0) 2024.03.26
수유 만발하고 비바람 불고  (0) 2024.03.25
춘분의 새벽  (0) 2024.03.22
추억 속의 가회동  (0) 2024.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