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비전의 경치를 좋아한다, 그림으로 그리긴 좀 까다롭지만 약간의 첼린지한 느낌을 즐긴다. 저거 그릴 수 있을까? 어떻게 그리면 지나치게 손을 쓰지 않고도 멋지게 그려낼 수 있을까? 그런 궁리를 할 때가 사실 그림 그리는 재미 중에 한 재미이다. 오래 전 광화문 사거리에 서서 스케치를 한 적이 있다, 막상 그리려고 하니 눈앞에 무수한 선들이 보였다. 한정된 종이 위에 모든 선을 다 그을 수도 없고 해서 막막해한 기억이 난다. 나중에야 알았다, 화가는 잘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눈앞의 대상을 잘 생략하는 사람이란 사실을. 간단하게 만들어야 그릴 수 있다. 모든 풍경화는 다 그렇다. 엄청 디테일하게 그린 것 같지만 실은 디테일을 거의 다 날리고 주인공만 살려내야 디테일도 살아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나름의 수확이었다. 젊은 날 광화문 광장에 나가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훔쳐보는 것을 의식하면서 민망하기도 한 심정으로 그렸던 추억이다. 오늘 풍경은 이탈리아 터스커니 지방의 산마을이다. 마사 마리티마란 이름인데 뭔뜻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연필 그림에 다시 흥취가 나서 그렸다. 독자들도 즐겨주시길. 크기는 30x42 센티미터. 연필은 스태틀러 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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