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중앙이 아니라 자신의 중앙에 서야 잘 산다. 

 

 

첫 번째 글에서 세상엔 중앙이나 중심이 있어 사람은 그곳에 거하거나 처하지 않으면 소외감을 느낀다고 했다. 중앙은 끊임없이 분화되면서 모든 것을 변두리로 밀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서울 또한 같은 서울이 아니게 되었고 나아가서 글로벌 시대엔 서울마저 일종의 변두리에 그치고 있다는 말도 했다.

 

두 번째 글에선 모두가 중앙이나 중심에 서고 싶어 하지만 이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중앙엔 한 사람밖에 설 수가 없으니 그런 연유로 해서 이 세상은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이 이어지고 있으며 또 그렇기에 현대인은 불행하다는 말도 했다.

 

이에 그 대안으로서 각자가 각자의 중앙이나 중심에 서거나 또 그곳을 향해 다가서고 있다면 만족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얘기했다. 그게 바로 자기 자신다운 삶을 사는 모습이란 얘기도 곁들였다.

 

나답게 살아왔고 또 살아간다는 것, 이는 세상의 인정이나 모두의 칭송을 받는 것보다도 내가 나를 되돌아볼 때 긍정하고 칭찬해줄 수 있는 삶을 사는 게 실은 더 중요하다는 애기이기도 하다. 때론 자신의 가고픈 곳, 자신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그에 갈음하는 더 소중한 것을 위해 살아간다면 그 또한 자신의 중앙 혹은 중심에 서는 것이 된다는 얘기도 했다.

 

우리가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맞이했을 때 가령 이런 말을 스스로에게 한다고 하자. 야, 넌 정말이지 잘 해왔어, 비록 만인이 인정하는 1등의 삶은 아니었다고 해도 난 이거면 만족해, 세상엔 참으로 잘 난 놈도 많고 뛰어난 놈도 많았지만 난 진짜 나대로 나답게 살아온 거 같아, 넌 잘 한 거야! 물론 미흡한 것도 없진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아쉬운 건 없어.

 

이런 말을 독백처럼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중앙 또는 중심 그리고 나아가서 세상의 중앙과 중심에 섰던 것이라 말해도 절대 무리가 없을 것이다.

 

 

세상은 실로 무서운 곳이기도 해서 

 

 

이 세상은 자칫 아차하면 실로 무서운 곳이다, 어리바리 정신 차리지 않고 여기저기 실없이 기웃대다 보면 세월 어느 사이에 훅- 가버리고 이도저도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끝나는 게 인생이기도 하다. 이에 하는 말이라곤 난 꿈이 정말 많았었고 기회도 없지 않았는데 그걸 다 헛되이 흘려보내고 말았구나, 정도가 고작이다.

 

이 모두 자신의 중앙에 서지 않고 그저 세인들이 중앙이라 여기는 중앙 또는 중심에 서야만 되는 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앞의 글에서 얘기했던 바, 내가 없으면 세상도 없고 우주도 없는 관계로 남들이 인정하고 알아주는 중앙보다도 실은 내가 인정하는 중앙에 가서 서는 것이 어떤 면에선 더 중하고 크다고 하겠다.

 

 

우리 사회가 강요하는 질곡

 

 

이제 남은 것은 우리 한국사회와 각 개인 간의 문제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여러 면에서 이미 그동안 우리가 선진국이라 불러오고 또 선망해왔던 나라들과 견주어 크게 뒤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국민소득이나 기술 수준 등등 많은 면에서 그렇다.

 

그런데 우리 사회를 이루고 사는 각각의 사람들은 과거 힘들게 살았던 지난 세월에 비해 각자가 느끼는 만족감 또는 삶의 행복 지수는 높지도 않고 오히려 어떤 면에서 더 악화되고 있다.

 

이는 단적으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란 점만 봐도 그렇다. 뿐만 아니라 이미 전 세계 출산율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마당에 내년 2021년 우리의 합계출산율은 0.8명대 이하를 기록할 전망이라 하니 이러다가 이 방면에서 전 세계 신기록을 낼 것도 같다. (참고로 얘기하면 합계출산율은 2000년 초부터 이미 우리가 저출산의 대명사였던 일본보다 더 낮아졌다.)

 

출산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그 사회가 장기에 걸쳐 만성적 自殺(자살)을 진행하고 있다는 말과 같다. 노인들은 살기가 힘들고 우울해서 자살하고 젊은이들은 후손을 낳지 않아서 나라 전체가 집단 자살을 지속하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인 것이다.

 

출산율이 낮은 데에는 흔히 선진국 형과 후진국 형이 있다고 한다. 선진국 형은 개인의 성취나 성공을 위해 출산을 기피하는 것이고 후진국 형은 문자 그대로 먹고 살기가 어려워서 출산을 피하는 것인데 우리의 경우를 보면 희한하게도 두 가지 동기가 함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결혼을 안 하거나 못 하고 있으니 아이를 낳기가 어렵고, 결혼을 했어도 직업적 경력을 이어가고 또 사회적 성취를 추구하느라 아이를 낳지 못하고 있고 또 남부럽지 않게 양육하려다 보니 돈이 너무 들어서 감히 아이를 낳지 못하는 우리나라 아닌가 말이다.

 

 

획일적이고 모노톤의 대한민국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된 이유에는 여러 배경이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을 하나만 꼽으라 한다면 그건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가 엄청나게 획일화되어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그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 즉 사회적 가치란 결국 그 사회가 추구하는 중앙 혹은 중심이란 것과도 연관이 된다.

 

그런데 우리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그간에 형성해온 가치, 즉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중앙과 중심이란 것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압축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획일화되어 있다는 얘기이다.

 

서울 강남 일대의 버스 정류장 근처에 보면 “예쁘면 DA야!”란 문구가 붙은 성형외과 광고판이 있다. 물론 어느 성형외과 의사가 돈 좀 벌어보고자 지어낸 카피에 불과하지만 우리 사회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그야말로 정곡을 찌르고 있다.

 

남자에 대해 물어볼 땐 그 남자 돈 있어? 이고 여자에 대해 물어볼 땐 예쁘냐? 인 우리 사회. 이 말에 대해 동의하냐고 물어볼 것 같으면 적어도 질문을 받은 나는 수긍하지 않는다 할 것이고 그렇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수긍한다고 여기면서 우리들은 살고 있다. 이상한 모순이다. 각자는 수긍하지 않는데 전체는 수긍한다고 여기는 우리들의 인식 구조.

 

어떤 것에 대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그게 대세인 것 같다고 여긴다면 실은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을 두고 흔히 ‘인정하기 싫은 현실’이라 한다.

 

돈과 미모, 지나치게 극단적인 예라 하겠고 그게 현실이라면 실로 민망하고 낯 뜨거운 얘기라 하겠지만 우리 사회의 엄청난 모노톤과 획일성을 여실히 傍證(방증)해주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우리 사회엔 보수와 진보가 있지만 ‘리버럴’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타날 것 같으면 양쪽에서 매장해버린다. 리버럴이란 삐딱이이다. 남들이 보는 대로 보지 않고, 대세를 따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가미해서 달리 볼 수 있고 달리 말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그렇다.

 

그러나 정치는 勢와 票(표)로 결정이 되기에 비딱이는 분열만 조장한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진영’의 적이고 암세포인양 여겨지는 까닭이다. 그 결과 우리 정치엔 보수 진영이 있고 진보 진영이 있을 뿐이지 실은 보수도 진보도 없다. 그저 똑 같은 소리만을 내고 있을 뿐이다.

 

 

모두가 변두리에 처해 있다는 초라함을 강요하는 우리 대한민국

 

 

우리 사회는 어딜 가도 지극히 단순화된 중앙과 중심만이 존재한다, 다양성 운운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거야말로 실로 요원한 얘기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그간에 엄청난 발전을 해왔음에도 우리 스스로 뭔가 크게 아쉽게 여겨지는 것이 있는 바, 그런 이유 중의 하나로서 엄청난 사회적 획일성과 모노톤의 독재가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라 본다.

 

그런 까닭에 우리 사회의 이처럼 답답하고 질식할 것 같은 분위기는 각자로 하여금 자신이 살고 있고 처해있는 공간과 위상에 대하여 감히 중앙이란 생각을 내지 못하게 강요하고 있다. 즉 모두로 하여금 나는 변두리에 처해있다는 생각을 하도록 단속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돌아가서 얘기지만 예전엔 시골의 읍내에만 살아도 천하의 중앙과 중심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은 어디에 있어도 그곳은 변두리, 따라서 오래 머물 곳이 못 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다. 지리적인 위치만이 아니라 사회적 위치나 위상, 소득이나 가치관 등등 모든 면에서 모든 일을 변두리에 처해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끔 강요하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이다.

 

얼마 전 “스카이캐슬”이란 드라마가 빅 히트를 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인기가 많은 이유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인기가 많은 이유? 그 드라마를 보는 대다수 사람들이 스스로를 낮고 낮은 언더그라운드에 처해있다고 여기는 까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드라마의 내용처럼 그렇게 해서라도 자식을 중앙에 진출시켜 보려는 그 비열하고 왜곡된 드라마 속 부모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론 비난하고 또 한편으론 저게 대세야 대세! 하면서 받아들이는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의 부모들이 아닌가 싶었다는 얘기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과제는 다양한 중앙을 만들어내는 것, 용기가 필요해. 

 

 

그렇기에 이제 우리 대한민국의 과제는 소득 몇 만 불 그런 것도 아니고, 정치에서 떠들어대는 막연하고도 허울뿐인 평등이나 공정도 아니라 본다. 조금이라도 더 다양하고 다원화된 중앙과 중심을 창출해내는 것이 아닐까 한다.

 

마지막으로 얘기한다. 세상은 무서운 곳이다. 정신 똑 바르게 차리지 않으면 이 산 저 산 헤매다가 인생 다 간다. 남들이 인정하는 중앙이 아니라 자신이 설정한 중앙에 살아야 한다는 얘기를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글을 마친다. 용기를 가져야 중앙에 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