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 시거, 월드시리즈 MVP가 되다. 

 

 

다저스가 미국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는데 MVP는 팀의 유격수 코리 시거가 선정되었다. 류현진 선수가 있던 팀이라 꽤나 전에 소속 선수 전원의 생년월일을 살펴본 적이 있기에 이 선수가 대성할 것을 진작부터 내다보고 있었다.

 

1994년 4월 27일생이니 甲戌(갑술)년 戊辰(무진)월 癸未(계미)일이다. 사주 구성상 신경이 대단히 예민하다는 것, 특히 움직이고 있는 사물을 인식하는 동체시력(動體視力)이 대단히 우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운세를 보면 2013년 癸巳(계사)가 60년 순환에 있어 氣(기)의 절정인 立秋(입추)가 된다. 입추란 운은 이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는 때, 그 사람의 존재가 주변에 부각되기 시작한다는 얘기이다. 코리 시거는 2015년 가을에 다저스 1군 선수로 선발된 뒤 본격 활약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올 해 2020년은 그에겐 秋分(추분)의 운이다. 추분은 이 블로그를 통해 여러 번 얘기했듯 登龍門(등용문)의 해인데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최고 선수상을 차지했다. 그러니 향후 10년간 그는 최고의 활약을 보일 것이고 훗날 명예의 전당에 당연히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본다.

 

이번 월드시리즈를 지켜보면서 아쉬운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류현진 선수이다. 떠나지 않고 그냥 남았더라면 월드시리즈에서 당연히 좋은 활약을 했을 것이고 그 결과 우승 트로피도 함께 들어 올렸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 발군의 실력을 가지고도 한화 소속이라 빛을 보지 못했고 미국 가서도 팀이 우승하기 직전에 이적했으니 아무래도 류현진 선수는 실력에 비해 상복이 없는 것 같다.

 

 

억새밭, 늦가을 정취의 꽃

 

 

창밖엔 늦가을의 정취로 가득하다. 어제 오후 나절 강아지 산책을 위해 아파트 인근의 양재천으로 나가보니 억새꽃들이 석양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억새는 逆光(역광)을 받을 때 가장 아름답다. 저 억새,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했을까!

 

 

두이노의 비가, 이맘때면 생각나는 시

 

 

언제나 늦가을 이 무렵, 10월 말 11월 초가 되면 나름의 감상에 빠지곤 한다. 그럴 때면 생각나는 시인들의 시를 찾아서 읽곤 한다. 몇 년 전부턴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남긴 “두이노의 비가”를 이맘때 자주 읽게 된다. 여러 번 읽다 보면 생각도 달라지고 느낌도 다르다.

 

悲歌(비가)란 영어의 elergy 를 우리말로 옮긴 단어이다. 비탄이나 슬픔을 표현하는 시나 노래인데, 흔히 대중가요 제목에 용두산 엘레지,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 그것이다.

 

어린 시절 나는 릴케가 여자인 줄 알았다. 중간 이름이 ‘마리아’라고 되어 있는 까닭이다.

 

흔히 릴케는 애인에게 장미꽃을 꺾어주려다 가시에 찔려서 사망한 것으로 유명하다. 로맨틱한 얘기이지만 백혈병을 앓고 있던 그였기에 면역력이 극도로 저하된 상태에서 균이 침투해서 죽은 것이라 한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삶과 운명 

 

 

이에 간단하게나마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삶과 운명에 대해 애기해볼까 한다.

 

릴케는 1875년 12월 4일 늦은 밤 11시 넘어 태어나서 51년을 조금 더 살다가 1926년 12월 29일에 세상을 떴다. 사주를 보면 乙亥(을해)년 丁亥(정해)월 庚子(경자) 丁亥(정해)시이다. 60년 운세 흐름을 보면 1910 庚戌(경술)년이 立秋(입추)였고 사망한 것은 1926년이니 立冬(입동) 다음 해였다.

 

사주 상으로도 금방 혈액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겨울에 태어났는데 火氣(화기)가 대단히 약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간 기능이나 심장, 혈액 순환에 문제가 있다.

 

돌아가서 얘기하면 그가 남긴 ‘두이노의 비가’는 릴케 일생을 통해 최고 최후의 걸작이라 말할 수 있다. 1912년에 시작해서 무려 10년이 흐른 1922년에 완성한 작품인데, 완성한 시점은 그의 운세 상으로 霜降(상강)에 해당이 된다. 제목이 두이노의 비가가 된 것은 그가 이 시를 쓰기 시작한 곳이 당시 이탈리아 북쪽, 아드리아 해에 접한 두이노 성이었기 때문이다.

 

상강은 가을 추수를 하는 때, 릴케 역시 시인으로서의 일생을 통해 운세 상강 무렵에 이 시를 완성했으니 단연코 최고의 작품이란 생각을 해본다.

 

그의 시를 소개하기에 앞서 간단하게나마 릴케의 삶과 운세 순환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1875년생인 릴케는 다섯 살인 1880년에 입춘 바닥의 운을 맞이했다. 부친은 그가 군인이 되기를 원했고 소녀 감성의 모친은 그에게 여자아이 옷을 입혀 키웠다. 그러다가 부모님들이 불화로 이혼하는 바람(1884년)에 울적한 유년기를 보내야 했다.

 

허약한 체질에 감수성이 예민한 릴케는 1894년 立夏(입하) 직전에 어느 후원자의 도움으로 최초의 시집을 출간했다. 이제 시인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입하는 땅속에서 싹이 나오는 때인데 이 무렵에 시집을 출간했으니 시인으로서의 운명이 정해졌던 것이다.

 

 

소만의 운에 귀인을 만난 릴케

 

 

그런 릴케가 시인으로 성장해감에 있어 결정적인 도움을 준 사람이 있었으니 14세 연상의 ‘루 살로메’라고 하는 여성 작가이자 당대의 名士(명사)였다.

 

릴케가 그녀를 만난 것이 1897년이니 바로 운세 상 小滿(소만)의 때. 이제 새싹이 힘찬 성장을 시작할 무렵 만난 후원자였기에 결정적이라 말할 수 있다.

 

루 살로메는 대단히 분방한 지적 엘리트 여성으로서 저 유명한 니체라든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와도 연애를 했던 여성이다. 루 살로메는 릴케보다 14세나 연상이었기에 연인 사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였다. (나중에 그녀는 ‘릴케’란 제목의 책을 쓰기도 했다.)

 

4년 뒤 릴케는 그녀와 헤어진 뒤 연하의 여성을 만나 결혼을 했지만 루 살로메가 그에게 미친 영향은 평생을 두고 이어졌다.

 

릴케는 1903 癸卯(계묘)년 夏至(하지)의 운에 유명한 조각가 ‘로댕’의 집에 머물면서 로댕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영향을 받기도 했다. 그 이후 1910년 立秋(입추)의 운이 되자 릴케는 시인이자 작가로서 유럽 문단에서 명성을 얻었고 또 그로 인해 여러 부유한 귀족들의 후원을 많이 받기도 했다. 이 무렵 어느 후작부인의 초청으로 머물렀던 곳이 두이노 성이었기에 시 제목이 그렇게 붙여졌다.

 

그 이후 릴케는 또 다시 1911년 늦가을부터 1912년 5월까지 두이노 성에 재차 머물게 되었는데 바로 이때 열편의 ‘두이노의 비가’ 중에서 1편과 2편을 쓰게 되었다. 그가 시를 완성한 것은 그로부터 10년 뒤인 1922년,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그의 운세 霜降(상강)이었다. 일생에 걸친 천재시인의 모든 것이 ‘두이노의 비가’란 장편 시로서 결실을 맺은 셈이다.

 

그로부터 4년 뒤인 1926년 12월 29일에 시인은 숨을 거두었다. 51년의 생애였다. 운은 立冬(입동) 직후였다.

 

 

웅장하고 비장한 삶의 찬가 혹은 비가, 릴케의 시

 

 

그가 남긴 詩(시)들은 무척이나 난해하다. 다앙한 각도에서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 상징적 단어들이 많다는 점 등 때문이다. 특히 ‘두이노의 비가’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세월을 두고 여러 번 접하다 보니 나 호호당은 그의 시를 나름 이해하게 되었고 또 즐기고 있다. 시를 읽다 보면 처음엔 그 의미를 잘 알 순 없어도 뭔가 웅장한 것을 느끼게 된다. 마치 조용한 정적 속에서 갑자기 교향악단의 모든 연주자가 일제히 악기를 울리면 화들짝 놀라게 되듯 그런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한 마디로 인간 존재의 한계와 또 그 한계를 끌어안고자 몸부림치는 영웅의 悲壯美(비장미)같은 것으로 가득한 장편 시가 ‘두이노의 비가’이다.

 

열 개로 이루어진 장편의 시이지만 제1편의 첫 부분을 소개해본다. 마치 음악이 시작할 때의 첫 부분이 중요한 것처럼. (독일문학자이면서 시인인 김재혁이란 분이 번역한 것을 옮겨본다.)

 

내가 이렇게 소리친들, 여러 천사들 중에 그 누가

내 목소리를 들어줄까? 한 천사가 느닷없이

나를 가슴에 끌어안으면, 나보다 강한 그의

존재로 말미암아 나 스러지고 말 텐데.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간신히 견디어내는 무서움의 시작일 뿐이므로.

우리 이처럼 아름다움에 경탄하는 까닭은, 그것이 우리를

파멸시키는 따윈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천사는 무섭다.

 

처음 접했을 때 알듯 모를 듯 했고, 한편으론 황당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천사’는 기독교의 천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릴케 스스로 밝히고 있다. 그러니 그냥 여러 神(신)들이라 보면 되겠다. 완벽한 아름다움 또는 완벽 그 자체를 릴케는 천사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완벽함은 상대의 세계이자 불완전한 세속의 존재인 우리를 파멸시킬 수 있다는 두려움의 감정을 릴케는 표출하고 있다. 시는 삶과 죽음을 모두 끌어안고 있다.

 

늦은 가을이다. 곧 겨울이 온다. 독자들도 저마다 좋아하는 시 한 편은 외우진 못해도 기억하고는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찾아서 감상해보는 것 역시 늦가을의 향기로운 정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