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의 때를 앞두고 

 

 

목하 계절은 차가운 이슬 내린다는 寒露(한로)를 지나 무서리가 내리는 霜降(상강)으로 가고 있다. 깊고 깊은 가을날이다. 이맘때로서 한 해의 수확이 본격화된다.

 

차가운 이슬이 내린다는 것은 봄에 시작해서 뜨거운 여름 동안 성장하고 투쟁하면서 만들어진 하늘과 땅 사이의 精氣(정기)가 본격적으로 肉化(육화)되고 結實(결실)이 되어 맺히고 내린다는 뜻이다. 그리고 무서리가 내린다는 것은 맺힌 알곡들이 여물 대로 여물었다는 의미이고 그러니 이제 그를 거둘 때가 된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 저마다 올 한 해에 얻은 것, 한 해의 성과가 무엇이었는지 한 번 살펴볼 때가 되었다.

 

 

2020년은 최악의 해이자 힘든 시절로 들어가는 입구 

 

 

전체적으로 올 한 해 2020 庚子(경자)년의 수확은 참으로 초라하다. 곡식이 아니라 올 해 우리 경제의 성과 또한 이때로서 정해지고 있으니 그게 초라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전체적으로 또 우리 역시 엄청난 타격을 입고 말았기에 그렇다.

 

이처럼 올 한 해 2020년은 수십 년 이래 최악의 해가 되고 말았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질 줄은 전혀 몰랐으나 올 한 해가 아주 좋지 않을 것이란 점은 능히 내다보고 있었다.

 

그 바람에 금년 1월 3일자로 올린 “2020년 새 해에”란 글에선 “새해가 되면 좋은 德談(덕담)을 드려야 하건만 그렇지를 못해서 많이 망설였다. 이 짧은 글 하나 쓰는데 무려 닷새나 걸렸다. 그 사이에 무던히도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다가 그냥 이런 초라한 글로 새해 인사를 드린다.”고 써놓고 있다.

 

코로나19는 장차 백신이 나오고 치료제가 나오면 지나가는 일이 되겠지만 문제는 올 해가 지금까지의 세월 중에선 단연코 최악이란 점이고 더 문제는 이제부터가 길고 험한 시기의 입구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이제 해가 지나갈수록 최악의 해가 갱신되어 갈 수도 있을 거란 얘기이다.

 

올 해 우리 내수경제는 알다시피 자영업자들이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당장은 빚으로 연명해가고 있지만 조만간 더 이상 빚을 낼 곳도 없어질 판국이다. 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더불어서 기업들의 채용이 부진한 탓에 청년들 또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40-50대와 25~29세 연령층에서 생계와 취업 상황이 대단히 나빠지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악영향은 올 해보다도 향후 몇 년에 걸쳐 우리 내수경제의 부진을 더욱 심화시켜갈 것이다.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부채는 대폭 증가한 반면 소득은 감소했기 때문이다.

 

올 한 해, 상강이 되어갈 무렵에 이처럼 좋지 않게 된 것은 큰 흐름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 보면 되겠다. 이미 우리나라는 60년 국운에 있어 嚴冬(엄동)의 때로 들어선 까닭이다. 특히 미국의 국운이 아주 어려운 때란 점이다.

 

 

상강을 지나 소설의 운에 이르면 

 

 

돌아가서 얘기이다. 60년에 걸친 운의 순환에서 한로를 지나 상강 무렵이 되면 그에 해당되는 사람은 이제 그간의 노력이 결실로 맺히고 또 그를 수확하게 된다.

 

어제 텔레비전 프로그램 “사랑을 싣고”에 중화요리 쉐프 여경래 씨가 나와서 흥미롭게 시청했다. 나 호호당이 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는 것은 사람의 인생 여정이 소개되기 때문이다.

 

여 쉐프는 1960년 6월 11일 음력이니 庚子(경자)년 壬午(임오)월 癸巳(계사)일이 된다. 생시를 몰라도 스토리가 있으니 충분히 운세를 확인할 수 있다. 1973 癸丑(계축)년이 立春(입춘) 바닥이었고 2003 癸未(계미)년이 운기의 절정인 立秋(입추)였다.

 

여섯 쌀 때 부친이 돌아가셨다 한다. 1965년이라 보면 乙巳(을사)년, 여 세프의 운세에 있어 冬至(동지)였다. 동지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 가장 없는 때, 노골적으로 말하면 희망이 닫히는 때, 이럴 때 부친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으니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

 

부친이 화교였기에 학업을 계속 할 수 없었던 여 쉐프는 호구지책을 위해 서울로 올라와 19세 무렵 중식당에서 중화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물론 주방 보조 즉 견습생으로 시작했다.

 

 

새봄, 경칩의 때엔 놀라는 일이 있는 법이니

 

 

1978년이라 보면 戊午(무오)년인데 1973년이 입춘이니 운세 순환에 있어 驚蟄(경칩)의 때, 모든 사람은 이 무렵에 이르면 가장 초라하다. 경칩은 봄이 왔는데 늦잠을 자고 있다가 아차! 싶어서 부랴부랴 바깥으로 나오는 때, 놀라는 때이다. 여 쉐프도 역시 그냥 있으면 먹고 살 수가 없음을 깨닫고 어렵사리 인생길에 나섰던 것이다.

 

우리나라 국운으로 보면 2029년, 향후 9년 뒤가 되면 국운의 경칩을 맞이한다. 그때가 되면 전 국민이 너무 안일했다는 자각과 함께 또 다시 살 길을 찾아 나설 것이라 본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어떤 상태일까? 겨울잠에 빠져 꿈속 즉 迷妄(미망)을 헤매고 있다 보면 된다.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지도자의 달콤한 말만 믿고 나라에서 어쨌거나 먹여 살려 주겠지 하는 이상한 기대를 하면서 겨울잠을 자고 있다.

 

 

소설부터는 겸손하고 겸양해야 하나니

 

 

여 경래 세프는 현재 앰버서더 호텔 안의 중식당 홍보각의 오너이자 쉐프로서 충분히 성취한 사람이다. 2003년이 입추였으니 현재 小雪(소설)의 운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 힘들었던 인생 대장정을 한 번쯤 되돌아볼 때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운이 되면 가장 중요한 점, 잊지 말아야 할 게 하나 있다. 이제부터야말로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하게 여겨야 한다는 점이다.

 

왜 이런 말을 하는가 하면 사람은 이맘때가 되면 노력하기 보다는 그냥 쉽게 얻으려는 안일한 생각에 빠지게 되고 또 스스로를 대단하게 여기는 자존감이 팽배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는 것은 그 사람의 인격상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히 그렇게 변하는 때, 다시 말하면 그럴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대한민국 역시 소설의 운인 2012년이 되자 전체 국민들의 마음 역시 그렇게 변하는 모습을 나 호호당은 뚜렷하게 지켜보았다. 참으로 하기 어려운 얘기지만 우리 대한민국은 2012년에 이르러 더 이상 과거의 대한민국, 근면 성실하고 노력하던 모습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렇기에 소설의 때가 되면 억지로라도 겸손하고 겸양해야만 훗날 닥칠 수 있는 災殃(재앙)을 방지할 수 있다는 말을 한다.

 

나 호호당은 60년 순환에 있어 소설의 때에 이르러 실수하는 사람들을 무수히 지켜보았고 지금도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실수가 훗날 어떤 식으로 문제가 되고 재앙에 이르게 되는지도 계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 (물론 어떤 이가 그렇고 어느 누구가 실수하고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말하진 못한다. 이미 예순 중반을 넘긴 나 호호당, 알고 있다고 해서 다 말할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어제 텔레비전에 출연한 여경래 쉐프를 바라보면서 이제 부디 조심하면서 겸손하게 살아가시길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맺는 말

 

 

증시가 제법 심각해 보인다. 모두들 유동성이 받치고 있으니 설마 하는 마음이겠지만 ‘설마’하는 생각이 위험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새길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온은 차가워지고 하늘은 높아지고 있다. 이제 슬슬 월동준비를 해야 할 때가 왔다. 북한 땅엔 아침 시간 이미 영하의 기온이고 북녘 멀리 몽골 땅엔 영하 11도를 기록하고 있다. 찬 공기가 연일 조금씩 남하하고 있다. 나이가 먹어갈 수록 세월은 정말 시위를 떠난 살처럼 날아간다. 독자 여러분들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시고 코로나19 더더욱 걸리는 일이 없으시길 바라면서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