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저래도 답이 없는 유로

 

 

저번 글은 미국 달러에 관한 얘기였다. 오늘은 또 하나의 국제 통화인 유로(Euro)에 관해 얘기하겠다. 유로 또한 장기적으로 존속되기엔 문제가 너무나도 많다. 결론적으로 유로는 실패할 것이라 본다. 그런데 유로가 실패할 경우엔 지금보다 더 많은 문제점이 있다. 그러니 유로야말로 골칫거리이고 우환거리이다.

 

간단하게 유로에 대해 알아본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라고 해서 모두 유로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유로는 유럽연합 가맹국 28개 중에서 19개 나라만 사용하고 있고 특이하게도 유럽연합이 아니면서도 유로를 사용하는 나라 또한 9개국, 합쳐서 28개국이 사용하는 통화이다. (유럽연합과 유로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얘기.)

 

유로가 미국 달러와 같은 기축 통화는 아니지만 국제무역에 있어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대단히 중요한 통화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뭐가 문제인가?

 

 

쉬운 이해를 위해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 기준으로 서울과 경기를 제외하면 재정자립을 달성한 지자체는 없다. 그런대로 상황이 좋은 지자체라 해야 인천, 부산, 대전, 울산, 세종, 이렇게 5개 정도인데 그 역시 재정자립도가 50%를 넘고 있을 뿐이다. 나머지 모든 지자체는 50% 미만. 특히 전남 지역의 재정자립도는 심각해서 강진군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겨우 7.3%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정부는 서울 경기에서 걷은 稅收(세수)를 가지고 나머지 전국 지자체의 부족한 재정을 메워주고 있는 셈이다. 하나의 국가라는 울타리 안에 있기에 지역 균형을 위해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로를 사용하는 나라들은 당연히 하나의 국가가 아니다. 중앙 정부가 없다는 말씀. 그런데 유로 지역을 보면 재정자립이 불가능한 나라-지자체가 아니라-들이 우글거리고 있기에 문제가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그리스.

 

유로 지역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는 독일이고 그 다음으론 프랑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일이나 프랑스가 유로 지역의 중앙정부 역할을 맡고 있지는 않다. 다시 말해서 독일이나 프랑스가 그리스와 같은 가난한 나라들에게 교부금을 주어야 할 의무도 없고 사실 이유도 없다.

 

 

기본적인 차이가 있는데 그걸 없는 셈 쳤으니

 

 

그런데 독일 사람들의 노동생산성이 54라고 하면 프랑스는 53이고 네델란드는 56, 이런 식으로 북유럽 국가들은 괜찮다. 하지만 그리스는 27이고 포르투갈은 28, 슬로베니아는 34, 체코 31, 슬로바키아 35 에 불과하다. 이탈리아나 스페인은 평균은 그렇게 나쁘지 않지만 지역간 불균형이 엄청나게 심하다. 라틴 유럽과 동유럽은 북유럽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얘기.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얘기는 소득이 적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모두 유로를 사용하고 있으니 이런 나라들을 국가로 치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와 사실상 같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나라가 아니기에 중앙으로부터 지방교부금이 없다. 중앙 정부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유로가 문제가 된다. 부실한 나라들을 안고 가야 하는데 지방교부금 제도가 없으니 그렇다.

 

게다가 독일은 부실한 나라들 쪽으로 많은 수출을 하고 있고 그 대금은 물론 유로로 받는다. 그러니 부실한 나라들은 계속해서 말라가고 있다. 살이 쪽 빠졌다 할 것이니 그게 바로 몇 년 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PIIGS 문제였고 그리스 문제였다.

 

유로라고 하는 돈의 흐름이 지속적으로 독일로만 흘러갈 뿐 부실한 국가들 쪽으로 흘러나올 기미가 없으니 문제인 것이다. 만일 유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 부실 국가들은 통화의 평가 절하를 통해 수지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환율정책을 쓰겠지만 같은 공통의 통화를 쓰고 있으니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 바람에 지방교부금은 아니지만 몇 년 전 그리스는 유럽중앙은행으로부터 엄청난 액수의 금융지원을 받아야 했다. 독일이나 프랑스, 네델란드와 같이 부유한 국가들이 직접 줄 순 있는 방법은 없기에 일단은 그런 식으로 메웠다. (하지만 독일이나 프랑스와 같은 나라 유권자들은 기분이 대단히 나쁘다, 저 돈 결국 우리가 막아주어야 할 돈이란 생각에서 말이다.)

 

 

지나친 의욕으로 출발한 유로

 

 

그렇기에 유로는 장기적으로 볼 때 유지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로 가맹국들의 소득 수준이나 노동생산성이 같아지거나 아니면 국가 울타리 안에서처럼 교부금을 주거나 하지 않는 한 말이다.

 

근본적으로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게 유로 가맹국을 확대한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유로만이 아니라 유럽연합(EU) 또한 사실은 문제가 많다. 문제가 있으면 회원국 간에 협의를 통해 해결한다는 방식인데 저마다 입장이 다른 28개국이 모여서 갑론을박할 것 같으면 어떤 결정이 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겉으로야 대화와 타협이라 하겠지만 원래 그건 포장, 즉 해보는 말에 불과한 법. 결국 오늘날의 유엔 총회장처럼 그냥 모여서 불만을 토로하고 들어주고 하는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 가령 북한이 유엔 총회 장에서 뭐라 떠들어대고 있으면 나머지 국가 대표들은 듣는 척 하면서 속으론 오늘 점심 메뉴는 뭘로 하지? 하고 딴 생각하면서 앉아 있는 모습, 텔레비전에 많이 보지 않았는가 말이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하기로 국민들이 결정한 것 역시 중앙의 권위 있는 조직이 없고 너무나도 민주적인 유럽연합의 성격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그 어떤 것도 결정하지 못한다, 그냥 좋은 소리만 늘어놓고 있을 따름이다. 그저 당장 급하지 않은 장기목표를 향해 노력을 계속 한다는 정도의 합의나 있을 뿐이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

 

 

그런데 유로는 바로 돈이다. 돈에 관한 얘기이다. 그야말로 치열한 성질의 것이다. 그냥 두면 재정자립이 되지 않아서 교부금 없이는 유지가 불가능한 지방자치체들처럼 부실 국가들은 늘 부도를 내느니 마느니 하며 지내고 있다.

 

유로 사용 국가는 규정 상 국가의 예산 적자가 GDP의 3%, 국가 부채는 GDP의 60% 정도로 유지되어야 하며 낮은 인플레이션과 함께 금리 또한 유럽 연합에 기준에 근접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런 조항이 지켜질 리 만무했다.

 

가령 독일과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금리 차이, 이른바 스프레드만 해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지금과 같이 초저금리 또는 제로 금리 상황에서 독일과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는 그 차이가 무려 3.20-2.30%의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실로 엄청난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참고로 좀 더 얘기하면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현재 -0.390%, 채권을 가지고 있으면 일 년 뒤에 그 금액만큼 떼이고 원금을 찾게 된다는 얘기. 그러니 현재 독일 경제도 엄청나게 힘들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그리스의 경우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당시 독일과의 차이는 무려 25%였다. 사실상 유로 사용 국가로 남아있으면 안 되는 처지였다.

 

따라서 처음 유로 사용국가가 지켜야 할 의무조항들은 우명무실한 상태가 되었고 지금은 오로지 억지로 버티고 있는 유로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유로는 독일과 프랑스, 네델란드나 벨기에와 같이 수준이 비슷한 나라들 사이에서나 가능한 것이었는데 하나의 유럽을 지향하는 지나친 이상주의로 인해 너무 회원국을 늘린 것이 문제였다.

 

기본적으로 유로는 유럽연합 회원국에게 자격이 주어졌어야 했고 또 그 유럽연합이 미국과 같은 연방제 국가가 되어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통합적인 리더십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실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실패할 것이고 없어질 것이다. 다만 언제 그렇게 되느냐의 문제만 남아있다.

 

 

유로는 실패하겠지만 실패하면 더 문제

 

 

유로가 실패할 경우 그 역시 엄청난 문제점과 리스크를 안고 있다. 그냥 그만 합시다 하고 그만 둘 수 있는 일이 아니란 얘기이다.

 

가령 유로가 없어지고 독일이 예전의 마르크로 복귀할 경우 그 새로운 마르크에 대해선 엄청나 평가절상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부실한 나라들 역시 각자의 통화를 되찾을 경우 독일 돈에 대해 대폭의 평가절하를 해야만 수지 균형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탈리아에서도 영국처럼 유럽연합 탈퇴 얘기가 자주 나오고 있고 유로를 그만 두고 자국 통화를 사용하자는 말도 빈번하다. 대중에 영합하기 바쁜 이탈리아 정치인들이다. 이에 이탈리아에서 유권자들은 왜 우리가 유로를 사용해야 하는가, 원래대로 리라로 돌아가서 평가절하를 단행해야만 숨통을 틀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로는 아마도 2020년대 중반이면 깨질 것 같은데...

 

 

이 대목에서 나 호호당이 자연운명순환학의 견지에서 예측을 해보면 이렇다.

 

이탈리아는 2021년이 국운의 바닥이 된다. 따라서 운세 상으로 가장 괴로운 시점은 2020년대 중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아마도 그 무렵에 이탈리아가 유럽연합 탈퇴와 함께 유로를 집어던지든지 할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 많은 그리스가 유로를 사용한 것이 2001년이었다. 불량 회원을 받아들인 그 때로부터 24년이 경과하면 답이 나오는 법, 이에 2025년경이면 유로가 무너지지 않을 까 하는 계산도 해본다.

 

미국의 달러는 미국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라는 참으로 이상한 구조 속에서 유지되고 있고 그를 통해 미국과 동아시아가 함께 굴러가고 있다.

 

그런데 독일은 엄청난 무역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독일 역시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 그런데 유로를 사용하고 있기에 유로권 전체가 유지될 수가 없다. 노름판에서 돈을 늘 따는 놈이 그 돈을 전혀 풀어주지 않고 있으면 노름판이 깨어질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2020년대는 그야말로 고난의 시기

 

 

달러 체제도 과연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이어갈 수 있을까 걱정되지만 그래도 미국이니 어떻게 넘어간다 치더라도 유로는 이미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그렇기에 2020년대는 정말로 글로벌이 어떻게 굴러갈 지 도무지 예측이 되지 않는다. 일본도 문제가 많지만 중국 역시 거품 성장이 붕괴될 날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이런 판국에 우리 대한민국은 2024년에 국운의 60년 입춘 바닥을 맞이할 것이란 점에서 장차 어떤 시련이 닥칠 지 전혀 상상이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