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도깨비 방망이와 같은 미국 달러

 

 

상식적인 선에서 오늘날의 글로벌 경제를 보면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 와중엔 미국 달러가 있다.

 

미국 달러는 글로벌 화폐이다. 미국 달러를 두고 기축통화라고 하지만 실은 그 이상의 것이다.

 

과거 대영 제국 시절 기축통화는 영국 파운드화였지만 영란은행이 원한다고 해서 마음대로 찍어낼 수 없었다. 영국 파운드화가 비록 국제 교역에 사용되는 기축통화로서의 명예와 권위를 지니긴 했어도 그 역시 영국의 금 보유량을 넘어서 파운드화를 발행하거나 찍어낼 수 없었다. (이런 제도를 금본위제라 한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 달러는 찍어내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그냥 미국 연준(Fed)이 찍어내고자 하면 마음껏 얼마든지 한껏 찍어낼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연준은 이른바 양적완화, 즉 무지막지한 양의 달러를 찍어내었던 것이 그것이다.

 

당시 연준이 찍어낸 달러는 너무나도 엄청나서 기존 경제학 이론대로라면 미국 경제는 500%에 달하는 수퍼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야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기에 기존의 경제학 이론은 한 마디로 개망신을 당했다.)

 

 

미국 달러는 기축통화 그 이상의 것이어서

 

 

우리 돈인 원화는 한국은행이 보증하는 돈이지만 외국에 나가면 사실상 통용되지 않는다, 베트남 정도라면 받아주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그러니 해외에선 그냥 종이일 뿐이다.

 

미국 달러 역시 금에 연계되어 있지 않고 우리처럼 그냥 미국 연준이 보증하고 있을 뿐이지만 전 세계 어디에 가도 다 통용된다. 달러는 그 자체로서 가치가 없으면서도 아주 특별한 화폐인 것이다. 미국 연준은 그야말로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셈이다. 금 나와라 뚝딱!

 

 

달러의 위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하면 그 이유가 놀랍게도!

 

 

미국 달러의 이와 같은 특별한 지위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물론 미국이란 나라가 가진 엄청난 국력이 배경이라 하겠지만 실은 좀 더

이상하고도 이해하기 어려운 원인이 있으니 그것은 참으로 해괴망측하게도 그 까닭은 미국이 엄청난 무역적자 대국이기 때문이란 점이다.

 

작년 한 해만 해도 미국의 무역수지는 무려 6,120억 달러 적자였다. 작년만 그런 것이 아니라 미국은 과거 수십년간 줄곧 엄청난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야말로 오늘날 글로벌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게 만드는 근본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무역 불균형을 달성하게 되면 무서운 재앙이 닥칠 것이니

 

 

미국이 무역에 있어 균형을 달성하면 아주 좋지 못한 일이 발생할 것이다. 글로벌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져들 것이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재미난 점은 작년부터 미국 트럼프가 무역 불균형을 없애겠다면서 중국과 무역전쟁을 선포하는 등등 씩씩거리면서 팔을 걷고 나섰음에도 무역적자는 더 늘었다는 점이다.

 

왜 그런 것일까? 하고 이유를 따져보면 그 또한 웃긴다. 트럼프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작년 미국 경제는 2.9% 성장했다, 그 정도면 미국으로선 호황이었기에 소비가 늘었고 자연적으로 해외로부터의 수입도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경제가 좋으면 무역적자가 늘어나는 구조로 되어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무역불균형을 시정하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고 지지층의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만일 진짜로 미국의 무역수지가 개선되어 균형을 이루게 된다면 그거야말로 전 세계 불황이 닥칠 것이란 점이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

 

다시 말해서 미국의 무역수지가 만일 균형을 맞추거나 흑자로 전환될 경우 글로벌 경제는 그야말로 파탄이 날 것이고, 특히 우리와 같은 수출경제는 더더욱 그렇다.

 

미국의 무역수지가 흑자 또는 균형을 잡을 경우 어떤 일이 생길 것인지 알아보자.

 

 

미국이 무역균형을 달성하면 글로벌 경제의 돈줄이 마른다.

 

 

더 이상 미국 달러가 해외로 흘러나가지 않게 된다. 수입 물품에 대해 달러로 대금을 지불하고 있으니 미국의 수출 수입이 균형을 잡으면 달러 또한 해외로 나가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글로벌 경제에 있어 돈줄이라 할 수 있는 달러 공급이 멈춘다는 말이 된다. 달러는 연준만이 찍어낼 수 있는데 다른 나라가 달러를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수출을 더 많이 하고 그 대금을 달러로 받는 것이니 그렇다.

 

그러니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노릇인 것이 글로벌 경제라 하겠다. 미국이 무역적자를 유지해야만 나머지 글로벌 경제가 돌아가고 그에 따라 미국 경제도 돌아갈 것이니 말이다.

 

 

글로벌 경제, 이상한 상호의존 관계

 

 

현재의 글로벌 경제 구조는 이렇다. 우리 대한민국이나 중국, 일본, 대만 등은 물론이고 아세안 국가들은 대부분 미국에 대해 수입보다 수출이 많다. 그 차액만큼 달러를 벌고 있다. 즉 미국에 대해 무역흑자국들이다.

 

각 나라의 수출업자들은 미국 수입업자로부터 달러로 지불을 받을 것이고 그러면 그 달러를 각자의 중앙은행에 가서 자국 돈으로 교환해서 가져간다. 그러고 나면 각국 중앙은행은 수출업자에게 자국 돈을 내어주고 달러를 받게 되는데 그 달러를 어떤 식으로 처분하고 관리하고 있을까?

 

방법은 각국 중앙은행들은 그 달러를 미국 상업은행에 예금을 하거나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식이다. 하는 것이다. 물론 일부는 유로를 사들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 대목에서 또 한 번의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동아시아 중앙은행들로부터 예금을 받은 미국 은행들은 그 돈을 미국 기업들에게 대출해주고 그러면 미국 기업들은 대출받은 돈으로 다시 해외 각 나라에 대한 투자자금으로 사용한다. 돈은 돌고 도는 것이니 그렇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미국 상업은행에 예금하지 않고 국채를 사들인다 해도 결과적으론 동일하게 된다.)

 

미국 정부의 부채 규모 또한 대단하다. 현재 22조 달러로서 20 조 달러인 미국 GDP보다 더 많다. 미국 정부가 부채를 조달하는 방법은 국채 발행이고 그 상당 부분은 동아시아의 중앙은행들이 사주고 있다. 금년 4월 통계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들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는 대략 6조5천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국가 부채 22조 달러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 다시 한 번 정리해보자.

 

미국이 만일 트럼프 말대로 무역 균형을 달성하게 되면 달러가 다른 나라로 흘러나갈 일이 없게 될 것이다. 그러면 각국 중앙은행들은 더 이상 미국에 예금하거나 국채를 살 수가 없게 될 것이다. 그러면 미국 정부는 국채 발행에 애를 먹게 될 것이고 뿐만 아니라 미국 상업은행들이 미국 기업들에게 대출해주는 돈도 줄어들 것이다. 이에 미국 기업들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 질 것이고 해외 자산에 투자할 규모도 줄어들 것이다.

 

대출이 줄면 경제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흔히 말하는 신용경색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 결과 미국 경제도 위축될 것이고 글로벌 경제도 위축될 것이며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동아시아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유럽 경제는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적다는 점에서 피해가 동아시아 나라들보다 피해가 적겠지만 그 역시 불황이 닥칠 것은 물론이다.

간단히 말해서 미국 무역의 균형이 달성되면 글로벌 경제는 엄청난 불황 또는 패닉(panic)이 발생할 것이고 디플레이션이 만연할 것이란 얘기가 된다.

 

이게 오늘날 달러로 유지되고 돌아가는 글로벌 경제의 실상이다. 그렇기에 미국 달러는 그냥 기축통화가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라 할 것이다.

 

 

미국은 앞으로도 계속 무역적자와 국가부채를 유지해주어야만

 

 

미국은 앞으로도 수출보다 수입을 많이 해주어야 한다. 즉 미국 국민들과 기업들은 그들이 한 해 동안 생산하는 제품과 서비스보다 더 많이 소비해주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그래야만 달러가 다른 나라 쪽으로 흘러나갈 것이고 그러면 앞에서와 같이 글로벌 경제가 돌아간다.

 

미국 정부 또한 앞으로도 건전재정을 달성하면 참으로 곤란하고 계속해서 국가부채를 유지해주어야만 국채를 계속 발행할 것이고 그래야만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달러를 처리할 수 있다.

 

미국 시민들과 기업들은 저렴한 일용품의 경우 메이드 인 차이나를 사주어야 할 것이고, 텔레비전이나 모니터, 반도체 등은 우리 대한민국으로부터 사주어야 할 것이며 다른 기타 제품은 일본으로부터 수입해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계속해서 무역적자를 유지할 것이니 말이다.

 

미국의 국가부채와 미국의 무역적자는 글로벌 경제는 물론이고 미국 자체의 경제를 위해서도 불가결하다는 것이고 그래야만 미국 연준은 계속해서 달러를 찍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일종의 글로벌 중앙은행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게 오늘날 글로벌 경제가 유지되는 방법이다. 글로벌 GDP가 계속해서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려면 그야말로 필수 조건인 것이다.

 

현재로선 그 어떤 경제학자나 천재적인 아이디어맨도 지금까지 얘기된 방법을 떠나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전 세계 경제가 미국에 연동되어 있는 것이고 ‘미국화’되어 있고 ‘달러화’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글로벌 경제는 미국 경제의 파생 경제일 뿐이니

 

 

미국을 중심으로 해서 돌아가는 글로벌 세계, 이것이 오늘날의 참된 실상이다. 미국 경제규모는 GDP 20 조 달러로서 전 세계 GDP 80조 달러에 비하면 1/4이다. 하지만 그 1/4 규모의 미국 경제가 이상해지면 글로벌 전체 경제가 이상해진다는 얘기이다. (EU 역시 규모가 대략 20조 달러지만 달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은 훨씬 적다.)

 

지금까지 늘어놓은 얘기는 사실 글로벌 경제에 대한 대단히 상식적인 얘기였다. 경제에 대해 약간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괴이한 글로벌 경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전체적인 구조는 지금까지 얘기한 바와 같이 그렇다고 인정해두고 우리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것은 다음과 같다.

 

달콤한 생각 하나 얘기해본다.

 

중국은 미국 물건을 더 많이 사주어서 대미 무역흑자를 줄일 것이며 일본 또한 그렇게 되면 좋겠다. 반면 우리의 경우 적절한 대미 무역흑자를 유지해갈 수 있다면 최상이라 할 것이다. (최근 정부는 미국산 셰일 가스 수입을 늘려서 대미 무역흑자를 줄여가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다음 글에선 유로화 얘기를 해보기로 하겠다. 그 역시 이상한 구석이 참으로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