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외친다고 해서 어느 천사님께서 이 외침을 들으랴, 이런 첫 구절로 시작되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 즉 엘레지이다. 아름다움이란 무서울 정도로 너무나도 대단한 것이어서 하찮은 우리 인간으로선 감당할 수 없는 그 무엇이라고 시인은 존재의 한계와 구속에 대해 비통한 어조로 노래하고 있다. 내가 릴케의 시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이가 한참 먹은 후의 일이었다. 인생을 꽤나 살아본 뒤에야 어렴픗이 시인의 말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바위 절벽 위에 지어진 저 성이 바로 두이노 성이고 릴케는 이 곳에 머물면서 시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색을 올릴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드로잉의 모습만 보여주기로 했다. 

 

종이는 최근에 자주 쓰는 아트 프린스, 크기는 26x36 센티미터, 하얀 종이 위로 쓸고 또 긁어간 펜의 자취를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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