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이 그린 인왕산 그림 제목은 인왕제색도이다. 인왕산의 화창한 풍경이란 의미에서 霽色(제색)이란 수식을 붙인 것이다. 그런데 화창한 날씨라면 안개가 서리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수묵화는 먹의 농담으로 표현하는 양식이기에 안개를 통해 여백을 넣지 않으면 그림이 조밀하고 답답해지기 마련이다. 현대 중국 수묵화를 보면 바로 그 고민이 여실하게 드러나 있다. 서양의 문물이 밀고 들어올 당시 중국화가들은 치열하게 고민을 했고 그 결과 나름의 신 수묵화 양식을 만들어내어야 했다. 최근 수채화 전시회 때문에 평창동을 자주 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왕산을 늘 바라보게 된다. 이에 정선이 남긴 멋진 그림을 수채화로 그리면서 안개를 날릴까 둘 까 고민을 했다. 이에 안개는 두되 빛은 서북쪽에서 들어오는 현대식으로 절충했다. 수채화는 빛의 예술인데 정선의 수묵화 양식과 타협하고 또 반발하는 형식으로 그렸다. 그리면서 정선 영감과 대화를 나눈 셈이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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