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오툴 주연의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있다. 첫 장면에서 붉은 사막, 와디 람이 웅장한 스케일로 나오고 아주 멀리 작은 점 하나가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다가오니 베두인으로 분장한 오마 샤리프였다. 나 호호당은 이 장면을 평생 잊지 못한다. 1969년에 영화관에서 만난 장면이다. 그 이후 와디 람은 평생을 두고 내게 환타지를 심어주었다. 저처럼 멋진 곳에 가야지 하는 것이 중학교 시절부터의 생각이었고 결국 삶을 방랑으로 내몬 결정적인 계기였다. 직장에 다디면서도 난 급여 수준이라든가 출세에 아무 관심이 없었다, 그건 그냥 생계였을 뿐 내 꿈은 멀고 먼 나라의 이국적인 땅과 광활한 사막에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붉은 사막은 요르단에 있으며 와디 람이라 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가고픈 생각이 없다. 사막은 그저 내 머릿속에 있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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