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과 4개월의 세월

 

 

자정 지난 지 30분이 넘었으니 24일이 되었고 이로서 설날이다. 절기의 이름이 가장 춥다는 大寒(대한)인데 기온이 10도라 하니 그 이름이 무색하다. 봄인지 겨울인지 분별이 되지 않는다. 우한 폐렴이 국내로 전파될 까봐 그게 걱정이다. 이미 춘절(중국의 음력설) 연휴가 시작되고 있어 무려 10억의 사람이 이동한다고 하니 무사할는지. 그러니 올 해에도 독자님들 모두 몸과 마음 건강하시길 바란다.

 

나 호호당으로선 이 달 丁丑(정축)월은 2020년의 첫 번째 달이자 2024년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60개월의 순환이 시작되는 때이기도 한 탓에 평소보다 신체적 활동은 적고 생각은 많다. 沈潛(침잠)해있는 것이다.

 

2001년 10월부터 사람의 운과 명이란 것을 연구하고 또 상담해주는 일을 하게 되었으니 그간에 18년하고도 4개월이 흘렀다. 그땐 마흔 일곱이었고 지금은 이제 예순 여섯이 되었다. 그러니 짧지 않은 세월이다.

 

 

나 호호당은 사전에 운명상담을 업으로 하리란 것을 몰랐었으니

 

 

나 호호당은 운명을 연구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사전에 이 일을 하게 될 것으로 미리 내다보았을까? 하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이다. 나는 내가 이 일을 하게 될 줄 모르고 있었다.

 

아니? 운명을 연구하고 앞날을 내다본다는 사람이 자신의 일도 몰랐단 말인가? 하고 누군가 힐난하거나 지적한다면 그저 ‘네, 하지만 그게 그렇습니다’ 하고 대답할 뿐이다.

 

그런데 나 호호당은 운명의 이치에 대해 이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도 가장 깊숙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란 생각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나 호호당이 연구해낸 자연순환운명학은 기존에 전해져오던 어떤 운명학보다 사람의 명과 운을 예측함에 있어 비교할 바 없이 정교한 이론 체계라 자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의 말과 뒤의 말은 모순이 아니다. 운명학이란 사람의 미래를 透視(투시)하는 것이 아닌 까닭이다.

 

(미래나 과거를 투시할 수 있는 대단히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이 세상에 있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간의 경험으로 볼 때 그런 특별한 사람들도 모든 시점들을 마치 비디오 클립을 처음부터 끝까지 돌리듯이 투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미래를 투시할 순 없는 일이어서

 

 

이처럼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그림 보듯이 그려낼 순 없다면 과연 자연순환운명학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인지 그 점에 대해 얘기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른바 사주팔자라 하는 것은 사람의 태어난 생년과 생월, 생일, 생시를 60개의 干支(간지)조합으로 표기한 것을 말한다. 가령 오늘 설에 태어났다면 생년은 己亥(기해)년이 되고 생월은 丁丑(정축)월, 생일은 丁卯(정묘)일, 생시는 이제 새벽 두 시가 가까우니 辛丑(신축)이 된다. 글자 수로 치면 여덟 자이니 八字(팔자)인 것이고 두 글자로 이루어진 각 항은 네 개가 되니 그것을 세로로 쓰면 네 기둥과 같다고 해서 四柱(사주)가 된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사주팔자의 총합은 60*12*60*12가 되어 518,400개의 조합이 나온다. 따라서 사주학이란 사람을 518,400개의 유형으로 나누어 파악하는 기술이다.

 

사주팔자로 이루어진 518,400개의 유형을 그 사람의 命(명)이라 부른다. 왜 명이라 하는 것일까? 하면 태어날 때 하늘로부터 받은 명령, 즉 受命(수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넌 이렇게 명을 받았으니 그 받은 명대로 살다 가거라 하는 얘기이다.

 

재미있는 얘기이다. 하늘이 그렇게 명했다는 논리가 말이다. 과연 그럴까? 하고 따지고 들면 그야말로 알 수 없는 얘기이다. 이걸 따지자면 과연 하늘이란 것이 무엇이며 존재하긴 하는 것일까 하는 점부터 해명되어야 하니 그렇다.

 

유교에선 하늘 즉 天(천)을 얘기한다. 하지만 그건 유교가 종교이기에 그런 것이고 기독교로 친다면 하느님이 될 것이니 이런 논의는 이미 형이상학적 차원 또는 神學(신학)의 문제로 넘어간다. 그러니 더 이상 얘기하진 않겠다. 다만 나 호호당은 개개인의 사주에 대해 그 사람이 조상으로부터 이어받은 유전적 성향과 자질이란 생각을 한다.

 

 

命(명)를 확실하게 감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까닭에

 

 

518,400개나 되는 각각의 사주를 보고 읽어서 그 사람의 고유한 성향과 자질을 알아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나 호호당이 직접 대면해서 그 사람의 사주를 읽고 상담해준 사람이라 해야 다 합쳐서 기껏 2만 명 정도이기 때문이다.

 

물론 적은 숫자가 아니지만 그 정도 경험을 가지고 감히 518,400 가지 유형의 사주에 대해 그 사람 고유의 성향과 특징을 통찰해낼 수 있다고 말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간 연구해오는 과정에서 구글이나 위키피디어를 통해 고금동서에 걸쳐 대략 8만 명 이상의 인물에 대해 자료나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연구해본 적은 있지만 그를 감안해도 해도 10만에 불과하다. 전체를 다 겪어보지 않은 마당에 전체를 다 안다고 말할 순 없다.

 

10만에 달하는 케이스에 대해 직간접으로 경험해왔기에 이른바 ‘통밥’이라 하는 것만큼은 고도로 발달해있다. 사람을 처음 대면하면 사주를 보지 않아도 생긴 모습만으로도 순식간에 엄청나게 많은 정보들이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感(감)은 역시 감인 것이고 객관적이라 말할 순 없다.

 

사주보는 법에 대해 이렇게 제법 장황하게 얘기하는 것은 사람마다의 命(명) 즉 518,400개에 달하는 다양한 사주 유형에 대해 통달하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그런 까닭에 명을 보는 것은 상당 부분 그것을 보고 판별하는 사람의 역량과 실제 경험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아트(art) 또는 術(술)의 영역에 속한다 하겠다.

 

그런 까닭으로 해서 나 호호당은 평소 글에서 어떤 이의 운과 명을 얘기할 때 주로 운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이 보통이고 그 사람의 명에 대해선 많은 언급을 하지 않는다. 사주의 명을 감별하는 데 있어 자신이 없다기보다는 여전히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의 변화에 대해선 단정적으로 얘기한다. 왜냐면 운의 변화란 것은 거의 법칙이라 할 정도로 기계론적 또는 물리학적 정확성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론이 아니라 법칙이라 해도 좋다. 이는 앞서 명의 판단이 아트의 영역이라 한 것과 크게 다른 점이다.

 

 

명은 보는 것은 아트이고 운을 살피는 것은 법칙이다.

 

 

이 대목에서 글의 앞부분에서 미래를 투시하는 능력은 없다는 말을 했는데 어째서 운의 변화를 살피는 것은 물리학적 정확성을 가지고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일까 하고 의아해하시는 독자도 있을 것 같다.

 

그 점에 대해 조금 얘기하면 이렇다. 운을 살피는 것은 사실 미래를 투시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부터 얘기해둔다.

 

예를 들면 어떤 이가 어떤 시점에서 일이나 사업을 시작한다고 가정해보자. 생년월일을 알아서 사주를 알면 그 사람이 미래 어떤 시점에 가서 그 일 혹은 사업이 성공할 것인지 실패할 것인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성공과 실패가 어떤 경로를 밟아서 어떤 요인으로 인해서 성공하고 실패할 것인지 그 모든 상황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그림으로 그려낼 순 없다.

 

사람의 일만이 아니다 크게는 나라의 일도 정확하게 성패를 사전에 정확하게 성패를 가려낼 수 있다. 가령 과거 1941년 12월 7일 일본 항공모함 전단이 하와이 진주만을 현지시간으로 아침 시간에 기습 공격하면서 태평양 전쟁이 시작되었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일본 국운의 코드가 乙酉(을유)를 立春(입춘)으로 한다는 점을 알고 있고 더불어 1941년 12월 7일이 辛巳(신사)년 庚子(경자)월 己丑(기축)일이다. 이 정보 만으로서 나 호호당은 당시 그 시점에 살고 있었다 할 경우 일본 제국의 참패를 능히 자신있게 예측할 수 있다.

 

 

운을 살피고 예측하는 것이 미래를 투시하는 것과는 다르다.

 

 

뿐만 아니라 참패에 이르는 대강의 경로와 흐름까지도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미래를 그림으로 보듯이 투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란 점에서 운의 예측이란 것은 투시능력과는 차이가 있다.

 

나 호호당이 쓰고 또 올리는 글들은 자연순환운명학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들을 상대로 하는 것이기에 세밀한 영역까지 설명할 수 없어서 대강의 내용만을 소개하고 있긴 하지만 실은 독자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세밀한 변화까지 예측해낼 수 있다는 것만 알려드린다.

 

글이 제법 길어졌기에 다음 글에서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