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역사상 최초의 ‘제로 출산’ 국가를 눈앞에 두고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에서 출산율 최하위 국가이고 올 해엔 합계출산율이 전 세계 최초로 1.0 미만으로 떨어질 것 같다고 한다. 간단히 말해서 아기를 낳지 않거나 낳지 못하는 나라, 즉 不姙(불임)의 국가가 되었다. 


왜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점에 대해선 이미 수많은 설명과 해법이 제시되고 있고 정부 역시 별 성과는 없지만 아무튼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으니 달리 덧붙일 말이 없다. 



이유는 달라도 인구감소란 점은 같다는 점에서

 

 

만 나 호호당은 이 문제에 대해 약간 다른 시각이 있기에 얘기해본다. 


우선 애기하고자 하는 것은 과거의 기근이나 질병으로 인한 인구감소 사례이다. 그로 인한 인구감소나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감소, 결국 인구감소라는 면에서 동일하다는 점이다. 


옛날 시절, 백성들이 먹고 살기 어려워지면 기아나 질병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갔고, 이에 더러는 민란이나 봉기 같은 것이 일어나기도 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대목은 어려운 시절이면 결국 인구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어려운 시절에 대한 가장 유치하고 단순한 설명은 주로 지배층의 가렴주구가 극심하고 부정부패가 만연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식이다. 하지만 실제의 역사는 물론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이에 반해 식량 생산과 인구 증가와의 부단한 레이스로 파악하는 經濟史(경제사) 전문가들의 주장, 즉 인구증가가 식량생산을 능가할 때면 기근과 역병이 성행했고 반대로 식량생산이 인구증가를 앞지르면 번성을 누렸다는 식의 설명이 앞의 설명보다는 훨씬 설득력이 있다. (물론 경제사가들의 주장 역시 모든 것을 해명해주진 않지만 말이다.)


그런데 196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농업혁명 즉 식량혁명 이후 적어도 어느 장도 발전된 나라의 경우 기근이나 역병으로 인해 사람이 사망하거나 인구가 줄어드는 일은 사실상 없어졌다. 그런 면에서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 들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혜택을 누리면서 살고 있는 셈이다. 



인구감소는 국운의 바닥을 전후해서 일어난다.



나 호호당이 과거 역사에 대해 내 나름의 방법 혹은 툴(tool)인 자연순환의 이론에 의거하여 분석한 바를 얘기해보면 과거 기근이나 역병으로 인구가 줄어들던 때는 바로 그 나라나 사회의 운세 흐름이 60년 순환 또는 360년 순환에 있어 겨울이나 봄에 해당되었다는 점이다. 


조선시대의 여러 기근사태라든가 이웃 일본의 유명한 덴보 대기근 같은 일들은 대부분 국운의 겨울에서 봄 사이에 발생했다. 중국은 물론이고 유럽 여러 나라들의 대기근 사태 역시 그렇다. 구체적으로 파고들면 복잡해지니 그 자체로서 긴 논문이 될 것이니 일단 한 가지 예로서 일본의 덴보 대기근을 얘기해보자. 


덴보 대기근이란 도쿠가와 막부 말기인 1833년에 발생한 일본 최대 규모의 기근을 말한다. 당시 연호가 덴보(天保), 하늘이 보우하사란 의미였다는 점도 실로 역설적이다. 


1833년은 癸巳(계사)년인데, 일본 국운의 60년 순환에 있어 입춘 바닥인 1825 乙酉(을유)년으로부터 8년 뒤, 즉 국운의 춘분에 해당되는 때였다. 운세 상으로 춘분이야말로 가장 窮氣(궁기)가 드는 때, 이는 한 개인의 60년 순환에 있어서도 정확하게 동일하다. 


(춘분은 궁기로 가득하고 그 바람에 도를 깨우치는 때이기도 하다. 물질이 결핍되면 정신은 깨어나는 법이니 이는 실로 세상의 묘한 이치라 하겠다. 해마다 맞이하는 3월 22일 경의 춘분 역시 자연이 가장 궁핍하고 초라한 때이다.)


이처럼 일본의 경우 늘 1825, 1885, 1945, 2005년 등등 乙酉(을유)년을 앞뒤로 해서 시련이나 고난을 겪고 있으며, 우리의 경우 1844, 1904, 1964년 등등 甲辰(갑진)년을 앞뒤로 해서 어려움이 많다. 그때가 국운의 입춘 바닥인 까닭이다. 



새로운 유형의 인구 감소



예전 시절의 경우 국운의 흐름이 겨울이나 봄을 보내고 있을 경우 나라의 힘이 기울고 백성들은 기근이나 역병에 시달리고 또 인구 감소가 일반적이었는데, 오늘날 적어도 OECD 국가 정도라면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게 되었다. 앞에서 말했듯이 농업혁명과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굶어죽는다든가 역병으로 인해 대거 사망하는 일은 사실상 없어졌다. 


하지만 그 대신에 어떤 일이 있을까에 대해 나 호호당은 2000년 대 중반 무렵, 자연순환의 심오한 이치를 알고 난 후에 몹시도 궁금해 했다. 


그런데 오늘에 이르러 보니 기근이나 질병으로 인한 인구감소가 아니라 출산율의 저하로 인해 인구감소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옛 시절엔 열을 낳아 다섯만 남아서 이른바 半打作(반타작)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오늘에 이르러선 낳거나 그렇지 않으면 낳지 않는 또 다른 반타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24년 甲辰(갑진)의 해가 국운의 입춘 바닥이다. 해마다 양력 2월 4-5일 경의 그 입춘과도 같다. 그러니 그를 전후한 10년, 올 해부터 2028년 말까지의 10년은 우리 國勢(국세)가 본격적으로 위축되고 쪼그라드는 기간에 해당된다. 


그러니 위축 혹은 쪼그라드는 것에 해당되는 여러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 본다. 경제라든가 성장률을 위시해서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저출산 역시 그 중에 하나라 본다. 



제로 출산 국가가 되어야 하는가?



이웃 일본을 제로 금리의 나라라고 꽤나 오랫동안 비웃어왔는데, 우리는 경제보다 더 중요한 일, 사람의 일인 ‘제로 출산’ 국가가 되어 한참 동안을 지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금리가 1% 이하이면 제로 금리나 마찬가지이듯 출산율 역시 1 이하면 그렇다.

저출산 그리고 인구감소와 더불어서 또 한 가지 드는 생각이 있다. 북한 문제이다. 



북한과의 균형 맞추기인가?



쉽진 않지만 아무튼 미래 어느 시점에 통일이 될 것은 같은데 지금의 일이 남북한의 인구 비례를 맞추기 위한 작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남한은 5천만이고 북한은 그 절반인 2천5백만이다. 


통일이 되면 북한은 어쨌거나 지금보다 경제가 좋아질 것이니 인구가 부쩍 늘어나고 남한은 여전히 저출산에 머물게 된다면 2000년대 중반 무렵에 가선 남북한 지역의 인구가 사실상 같아지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그것이다. 


통일한국에 있어 남한 쪽 인구가 4천5백만, 북한 쪽 역시 4천5백만 혹은 그 이상 되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럴 경우 통일한국의 역동성은 남한 지역이 아니라 북한 지역의 젊은 세대들이 이끌어가게 될 것이란 생각도 든다. 


통일 대한민국의 주도 계층이 북한 지역 출신으로 바뀌게 될 수 있다는 얘기. 그렇게 되면 통일한국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막연한 통일관과는 또 다른 장면과 전혀 다른 역동성을 연출하게 될 것이다. 


경제발전 경로가 같다 보니



이웃나라 일본에서 일어나는 일은 상당수가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 우리 사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물론 국민성이나 풍토가 다른 면이 있으니 다른 점도 많겠지만 이상하게도 기본 흐름은 동일하다. 일본이 초고령 사회가 된다는 얘기, 일본 남성들이 초식남이 되었다는 얘기 등등 많은 것들이 시차를 두고 우리에게서 일어나고 있으니 그렇다. 


아마도 그 이유는 발전 경로가 사실상 유사하다는 점에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전후 일본의 수출 지향 전략이나 우리의 경제발전 전략은 사실상 판박이인 까닭이다. 


우리가 성장 발전을 위해 일본 모델을 따라갔던 것이 저출산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생각도 든다. 



수출 지향 경제는 어쩔 수 없이 하청 경제의 모습을 띈다.



수출 지향적인 경제는 알게 모르게 모든 조건이 나라 바깥에서 조건들이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시장의 수요, 외국 시장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워라벨 문제 역시 일본이 그랬다. 


해외 시장과 해외 바이어로부터 주문을 받으면 경쟁업체에 비해 낮은 가격과 납기를 이행하는 것이 급선무, 그러니 수출 대기업은 물론이고 하청이나 협력 업체들 모두 그 조건에 맞추어서 움직였어야 했다. 그러니 근무시간 같은 것은 제대로 지켜질 수 없었다.

 

삼성전자가 돌아가는 모습을 두고 정교하기 그지없는 스위스 시계와도 같다고 평하는 외국 기사를 언젠가 읽은 적이 있다. 나라의 으뜸 기업부터 스위스 시계처럼 한 치도 어김없이 움직여야 한다면 그 밑의 협력업체들은 말할 나위가 없다. 


다시 말해서 삼성전자의 직원은 지극히 정교한 시계의 아주 작은 부품이 되어야 하고, 상전을 모셔야 하는 협력업체의 경영자와 직원은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 우리 사회에서 수출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원은 보수는 좋을지라도 사생활의 여유는 없었던 것이고, 중소기업은 더더욱 그렇다. 자영업자가 되면 그야말로 과당경쟁으로 인한 지옥불 속이다. 그저 좋은 것은 그나마 공기업 혹은 공무원이다. 그러니 노량진에 가면 공시족으로 넘쳐나는 우리 사회인 것이다. 그러니 아기를 낳고 싶겠는가 말이다. 



아기를 낳을 여유가 없는 사회



수출지향 경제는 다른 나라 다른 시장의 주문을 받아서 먹고 사는 경제이니 사실은 하청 경제인 것이다. 그러니 사는 것이 워낙 치열할 수밖에 없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으나 최근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을 꺼려하는 배경에는 이런 연유도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현 정부는 주52시간 근무와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지만 그 부작용이 실로 만만치 않다. 이런 배경에는 역시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 수출 지향 경제라든가 어쩔 수 없이 과다해진 자영업 비중과 같은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점들이 작용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아무튼 여러 면에서 아이를 낳기가 너무나도 부담스러워진 우리 사회이다. 사실상의 不姙(불임) 국가 또는 제로 출산 국가가 되었으니 이는 우리 앞에 닥친 너무나도 큰 시련이 아닐 수 없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