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ID란 말은 당초부터 무리한 요구

 

 

CVID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란 말이 이번 합의문에서 빠졌다는 점에 대해 여러 매체와 전문가들의 우려도 있고 비난도 있다.

 

하지만 당초부터 이 용어는 북한을 절대의 악 즉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아들 부시 대통령이 썼던 표현이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CVID란 표현에 담긴 진정한 의미인 즉 못된 놈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 위험천만한 불장난 따위는 두 번 다시 용납하지 않겠다는 으름장이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나 호호당은 당초부터 북한이 그런 굴욕적인 용어를 합의문에 넣는데 있어 동의하긴 어려울 것으로 여겨왔다. 두 나라 정상이 처음 만난 자리, 수 십 년에 걸친 적대 관계를 해소하고 이제부터는 서로 간에 잘 해보자고 악수를 하고 조심스럽게 친교를 모색해보자는 자리에서 ‘너 무릎 꿇어!’ 하는 요구를 하기는 어려운 법 아니겠는가.

 

 

김정은의 진정성이 충분히 엿보였던 회담

 

 

다만 두 정상의 회동을 지켜보니 김정은의 표정이나 동작에서 트럼프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감정이 역력하게 느껴졌다. 비핵화를 통해 관계개선을 하고 또 그를 통해 나라의 번영을 이끌어내려는 진정성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이다.

 

회담이 끝난 후 트럼프는 무척이나 만족스런 표정이었는데 그 역시 김정은의 진정성을 감지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물론 트럼프를 일단 비판부터 해야 하는 미국의 민주당 입장도 있을 것이고 또 트럼프라 하면 어떤 면에서 핵을 든 북한보다 더 한 敵(적)으로 여기는 미국의 주요언론들도 있을 것이고 또 공화당 주류 강경파의 비판 등도 있겠다.

 

뿐만 아니라 민주정치란 것이 으레 그렇듯이 국내 야당의 입장 역시 이번 일에 문재인 대통령이 공을 세웠다는 점에 대해 작은 흠집이라도 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또는 우려를 할 법도 하다고 본다. 그거야 모두 입장이 있기에 능히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싱가포르 회담은 대단히 의미가 있는 성공이고 역사의 긍정적인 進展(진전)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과거 수 십 년간 적대관계를 이어온 우리 겨레의 앞날에 대해 그야말로 다행한 일이라 여긴다.

 

이는 나 호호당이 그냥 감격해서 하는 말이 절대 아니다.

 

 

북한이 또 다시 생떼를 부릴까? 하는 염려에 대해

 

 

이번 회담의 성과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비판적인 시각이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이 다시 과거처럼 약속을 했다가 번복하면 어떻게 되는가 하는 우려에 대해 먼저 얘기해본다. 그간 북한의 떼쓰기 또는 이른바 ‘벼랑끝 외교’가 어떻게 가능했었던가 하는 점부터 따져보면 이해가 간다.

 

세상에 제일 무서운 자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자라고 하는 말이 있다. 그간 북한이 보여준 위력과 공포는 바로 이 점이었다. 남한 너희들 부유하게 살고 있다는 거 다 알아, 하지만 우린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으니 어디 한 번 같이 죽어보자고 하는 식으로 나왔기에 그간 우리는 북한의 변덕과 생떼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다. 부자는 몸조심이 우선인 까닭이다.

 

 

북한이 더 이상 과거의 떼쓰기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은둔의 독재자 김정은은 국제무대에 정식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게다가 북한을 번영으로 이끌고 싶다는 생각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다. 즉 북한과 김정은 역시 번영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는 점, 잘 살고 싶고 잘 되고 싶다는 욕망을 정식으로 노출시켰다.

 

희망이야말로 사람이 가진 가장 소중한 자산이기에

 

 

따라서 이제 북한의 위협과 공포는 급속도로 줄어들 수밖에 없고 약속 번복도 결정적인 제약 요인이 생겼다.

 

희망을 가진 자는 그 희망으로 인해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자가 아니게 된다. 희망이야말로 우리가 살면서 가진 가장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제 북한과 김정은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벼랑끝 외교라든가 약속을 번복하는 행태로 돌아가긴 어렵다고 본다. 그간 신용도가 빵점이었기에 막무가내로 행동할 수 있었지만 이제 잘 살려고 하는 희망을 가졌기에 앞으로는 신용도를 착실하게 높여가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김정은 위원장의 어려운 결단

 

 

김정은이 트럼프 앞에서 마치 선생님 앞의 어린 학생처럼 행동한 것 역시 그런 이유였을 것으로 여긴다. 본인 스스로도 그런 행동이 ‘최고 존엄’에 손상이 가는 것임을 왜 몰랐겠는가.

 

김정은은 이번 회담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이미 여러 차례 최고 존엄을 깎아내리는 행동들을 보여주었다.

 

먼저 3명의 미국시민을 풀어준 것이라든가 풍계리 핵 시험장을 파괴한 것, 또 트럼프가 회담 취소를 발표하자마자 체면 불구하고 문 대통령에게 구원요청을 한 것, 회담이 끝난 후 미사일 엔지 시험장을 없애기로 한 조치 등등 최고 존엄을 깎아내리면서 성의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이미 북한과 김정은은 과거와 같은 무책임한 행동, 생떼를 쓰거나 벼랑끝 외교로 되돌아갈 수 있는 길을 지나쳐왔다고 하겠다.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셈이다.

 

나 호호당은 그렇기에 이번 회담 성사에 있어 트럼프의 협상술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노력도 물론 컸다 보지만 결정적인 것은 김정은 스스로의 의지와 결단이었다고 본다.

 

최고 존엄이란 말은 달리 표현하면 절대자란 뜻이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 神(신)적인 존재란 해석도 가능하다. 김정은은 조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에 이어 그간 북한 내에서만큼은 바로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회담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사실 눈여겨보지 못한 대목이 바로 그 점이라 하겠다. 김정은 스스로 그런 신적인 존재의 위치에서 내려와서 초라한 후진국이자 빈곤국인 북한의 지도자 신분이 되어야 했다는 점이다.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일, 단지 자존심의 문제를 넘어 자칫 통치권위에 손상이 올 수 있는 그런 결정을 김정은의 입장에서 내리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라 본다.

 

그렇기에 이는 핵미사일이 인민들의 밥을 먹여 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 김정은이 초라하고 빈곤한 북한을 책임진 지도자로서의 용단이었다는 것이 나 호호당의 생각이다.

 

이 대목에서 참고로 하는 얘기지만 나 호호당은 친북이나 종북과는 거리가 천리만리 먼 사람이란 점이고,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란 점이다. 다시 말해서 나 호호당의 개인적 성향은 철저하게 자유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사람이란 점을 밝혀둔다.

 

 

성공적인 회담으로 평가하는 이유

 

 

그런 나 호호당이 지금 김정은의 결단을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또 이번 싱가포르 회담에 대해 큰 성공이란 생각을 하고 있다.

 

서구문화의 미국인들은 계약서 문구를 대단히 중하게 여긴다. 반면에 동아시아 문화의 사람들은 문구에 앞서 사람 그 자체를 더 중하게 여긴다. 그런 영향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 회담은 두 정상이 서로를 신뢰하고 인정하게 되는 좋은 계기였다고 본다.

 

물론 실무 협의 과정에선 무수한 안건들이 테이블 위에 올라오고 그에 따라 격론과 갈등을 겪으면서 진행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적지 않은 내용들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합의문은 달랑 문장 몇 개가 고작이었다. 속 시원하게 해주는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연히 실망이다.

 

하지만 비핵화란 작업이 그냥 물리적인 조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좀 더 말하면 핵과 미사일을 제조하고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광범위한 인프라를 제거하는 작업이란 얘기이고 그 인프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적 인프라라 하겠다.

 

뿐만 아니라 비핵화를 위해선 미국의 요원들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그간 금단의 영역이었던 북한 내부로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관련 물질과 시설 또 재료를 폐기하거나 반출하는 과정에서 북한 사람들의 동향도 고려되어야 하는 복잡한 작업이란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 요원들의 출입이 북한 주민들에게 마치 점령군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김정은의 권위가 급격히 약화될 우려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그 무수히 많은 것들을 단기간에 합의하고 문서화한다는 것이 가능할 턱이 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에 비핵화 로드맵도 중요하겠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김정은의 성의 그리고 미국의 북한에 대해 태도나 자세라고 하겠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이 주고받은 진짜 핵심 내용

 

 

이번 싱가포르 회담에서 서로 간에 주고받은 것이 과연 무엇인지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미국이 준 것은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이었다. 북한이 내놓은 것은 비핵화와 함께 유해 발굴 송환이었다. 하지만 진짜로 주고받은 것은 서로간의 성의와 진정성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이 얻은 것은 더 거대한 것들이라 본다.

 

먼저 북한이 얻은 것부터 얘기하자. 북한은 미국과 수교할 길을 열었고 그로서 이른바 ‘글로벌 달러 체제’에 편입될 수 있는 계기를 제공받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번영으로 갈 수 있는 더 없는 기회의 창을 열었다는 것이 북한이 얻은 성과인 것이다.

 

미국이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우리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북한까지 미국의 세력권 안으로 당겨놓는 계기를 포착했다는 점이 가장 크다고 하겠다. 당장은 애매한 시기가 있겠으나 결국 북한은 중국보다는 미국에 붙어야만 먹고 살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열리기 시작한 역사의 거대한 물꼬

 

 

이번 회담으로 물꼬가 열리기 시작했다는 생각이다. 동북아의 세력균형 판도는 물론이고 우리 대한민국과 북한 주민들에겐 엄청난 기회의 공간이 열리기 시작했다. 크게 보면 남북한의 통일로 가는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미디어들의 평은 어떨까?

 

이번 회담의 결과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김정은의 승리라고 했고, 타임과 뉴욕타임즈는 북한과 중국의 승리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인터넷 미디어 복스(VOX)는 한국의 패배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우리나라 미디어들도 처한 입장과 이해에 따라 평가가 다르다.

 

저처럼 저마다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것, 민주주의 체제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에 북한도 어서 빨리 최고 존엄을 자유롭게 놀리고 조롱하는 시대가 오기를 기원해본다. 한 30년 정도 걸리지 않을까?

 

나 호호당은 오래 전부터 기대해왔다. 1948년부터 남북한이 다른 길을 갔으니 72년이 흐르기 전 즉 2020년 전에는 통합의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해왔다. 자연순환운명학의 이치이다. 작은 물꼬이지만 때가 되고 시간이 지나면 거대한 흐름이 생겨날 것이다. 황폐했던 거대한 대지에 논물 철철하게 흘러갈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