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사장님, 자영업의 대명사

 

 

앞글에서 서울의 평균 근로자 가구의 연간 소득은 6천만원 정도였다는 말을 했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점은 근로자 가구란 말은 정기적으로 급여를 받는 가구란 뜻이 된다. 따라서 근로자 외 가구도 있으니 대표적으로 자영업자가 있고 여기에 기업가나 프리랜서 그리고 무직자 등이 포함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자영업자의 대명사는 바로 치킨집 사장님이라 하겠다.

 

 

근로자 가구와 근로자 외 가구의 엄청난 소득 차이

 

 

최근 통계청과 한국은행 등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2인 이상 근로자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58만 원이었고 근로자 외 가구의 월평균은 356만원이었다. 무려 200만 원씩이나 차이가 난다.

 

이는 실로 엄청난 차이라고 하겠고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근로자만 해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가 크고, 비정규직 역시 그 내부를 들여다볼 것 같으면 급여의 차이가 크다. 그런데 그 밑에는 급여가 아니라 그냥 벌어서 먹어야 하는 자영업자들도 무진장 많은 오늘의 현실이다.

 

 

자영업을 한다는 것은 지옥행 열차를 탄다는 뜻

 

 

그러니 직장 다니다가 자영업을 하게 되면 소득이 왕창 줄어든다고 보면 되겠고 좀 심하게 말하면 지옥의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고 해도 무방하다.

 

소득의 격차만이 아니라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 증가율 자체가 근로자 가구에 비해 갈수록 더 떨어지고 있다.

 

15년 전인 2003년과 올 해 2018년을 비교하면 근로자 가구의 월소득은 96%가 증가한 것에 비해 근로자 외 가구의 월소득은 89% 증가했으니 소득격차가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자영업자 달리 말하면 소상공인들, 또 달리 말하면 치킨집 사장님들의 소득이 임금근로자에 훨씬 못 미친다는 얘기이고 그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돈이 벌리지 않으니 홀로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정 일손이 부족하면 가족이 들러붙어 사업을 하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어 더더욱 영세해지고 있다. 그 바람에 알바 채용도 줄어들고 있다.

 

그러니 자영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지옥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비임금 근로자 즉 치킨집 사장님으로 대표되는 자영업자는 683만 명이라 하는데 상당수가 고용원이 없는 영세 사업자들이다.

알려져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율은 극단적이라 할 정도로 높다. 대략 30%라 보면 되는데 OECD 평균의 근 2배에 달한다.

 

따라서 자영업자간의 경쟁이 극심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고 그 결과 근로자에 비해 소득이 늘어날 가망성이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나라, 서비스와 편리함의 천국 그리고 그 이면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며칠이라도 지내본 외국인들이 놀라는 것이 있으니 24시간 뭐든 주문이 가능하고 주문하기만 하면 금방 배달이 된다는 점이다. 새벽 3시에 치킨이든 뭐든 거의 대부분의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수가 있다는 사실에 외국인들은 찬탄하고 서비스 천국이란 칭찬까지 한다.

 

돈만 있으면 천국이네 하는 말은 거꾸로 말해서 몇 푼의 돈을 벌기 위해 새벽 3시에도 주문이 들어오면 음식을 만들고 또 그것을 배달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해진다.

 

‘배달의민족’이란 서비스는 다름 아니라 지옥불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해야 1인 가게 주인들과 밤낮 없이 오토바이를 몰고 달려가는 택배기사들이 있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즈니스였던 것이다.

 

 

독일 여행에서 얻은 강렬한 인상

 

 

오래 전 독일의 대도시인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오후 6시가 되자 그 거대한 도시가 돌연 사람이 없는 유령도시로 변하는 것이었다. 모두들 퇴근하고 식당이나 마트, 상점들도 일제히 문을 닫은 뒤 그저 쇼윈도의 불빛만 반짝거리고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베드타운인 마인츠의 밤거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거리엔 희부연 저녁 안개가 서렸고 희미한 등불 빛만 주택 창밖으로 새어나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퇴근하면 오로지 집으로 돌아갈 뿐 친구나 사람을 만나서 회식을 하거나 술자리를 즐기는 광경을 전혀 볼 수가 없었다.

 

당시 나는 독일이란 나라는 나와 같은 한국 사람이 살 기 어려운 지옥이구나 싶었는데, 우리나라 서울은 그와 정반대되는 측면에서 또 다른 지옥이 아닌가 싶다. 배달의 천국이자 자영업자의 지옥인 대한민국 서울 그리고 지방의 대도시들.

 

독일을 경험한 뒤 때때로 생각을 하게 된다. 독일 사람들이 만일 우리처럼 밤늦게까지 먹고 마시면 내수경기가 폭발해서 GDP가 왕창 상승하겠구나 하는 생각이다.

 

반대로 친한 이들과 새벽녘까지 술을 마시고 놀다 보면 이런 헛소리를 하게 된다. 우리가 이렇게 건강을 해쳐가면서까지 마셔주고 먹어주지 않으면 우리 내수 경제는 폭삭 주저앉고 자영업 사장님들은 망하고 말거야.

 

우리는 정말이지 죽을 만큼 열심히 일하고 무리해가면서까지 놀면서 1인당 GDP 3만 달러인 것이고 독일은 오후 6시면 경제 전체가 스톱되는 가운데 1인당 4만 5천 달러의 소득을 올리고 있구나 싶다.

 

 

주52시간 근무에서 소외되는 사람들

 

 

치킨집 사장님이 자영업자의 대명사라 했는데 이번에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는 바람에 주목받는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사실은 자영업자나 진배없다. 그들 역시 근로시간 규제나 휴가, 퇴직금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냥 밤낮 없이 뛰어야 하는 것이고 그에 반해 소득은 일반 근로자에 비해 현저히 낮다.

 

며칠 전 택시를 탔는데 주52시간 이야기가 나왔다. 우린 그냥 하루에 12시간 도로를 달리고 한 달에 4번 쉬는 거죠 뭐, 달리 수가 없잖아요, 다만 취업하긴 쉬워요, 늙어도 언제든 취업이 가능한 곳이 바로 택시회사잖아요. 익히 알고 있는 얘기였지만 주52시간 근무가 시행되다 보니 새삼 明暗(명함)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돈만 있으면 최고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우리나라, 24시간 연중무휴의 그 엄청나고 무리한 서비스를 지탱하고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자영업자들이고 또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인 것이다.

 

 

편의와 서비스를 떠받치는 사람들은 죽을 지경인데

 

 

편의점 얘기를 좀 해보자.

 

24시간을 메우는데 있어 알바가 8시간이고 남편이 10시간, 아내는 애들을 돌보느라 6시간 일하는 것이 보통이다. 최근 들어 알바에게 주는 최저임금 인상 문제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고, 최저임금 주지 않는 편의점도 꽤나 많은 모양이다.

 

편의점은 영어의 convenient store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고객이 편리하게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인데 점주 입장에선 그런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우리 사회는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너무나도 많다. 그 바람에 그 편리함을 제공하느라 또 감당하느라 고달프고 힘든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편의점 주인만이 아니라 택시기사나 대리기사를 포함해서 실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는 있다는 말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도

 

 

사실 나 호호당이 걱정하는 것은 현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자영업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은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너무 높다. 따라서 줄어들 필요가 있다 하겠는데 그것이 우리 현실에서 좋은 일자리 증가를 통해 흡수되기보다는 그냥 도태되는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40-50대에 직장을 그만 두면 어쩔 수 없이 치킨집 사장님 즉 자영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현실이다. 더 이상의 취업이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가계의 소득성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다 해도 그 소비가 자영업자들의 소득증가로 이어지기보다는 해외여행이나 여타 고급취향의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간단히 말해서 가계소득이 늘어도 치맥을 더 많이 먹을 것 같진 않다는 말이다.

 

시내 중심가는 물론이고 일반 동네 역시 길가는 물론이고 이면 도로까지 한 건물 지나면 치킨집이 있고 편의점이 있고 커피점이 있다. 모두 자영업자들이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 수 있겠는가 의문이다. 손님이 찾지 않는 한산한 ‘먹자 골목’도 너무나 많다.

 

 

주52시간 근무 역시 양극화를 심화할 수도 있어

 

 

이런 걱정도 든다. 주52시간 근로제가 그런대로 정착된다고 가상해보자. 주52시간 근로하는 임금노동자가 있을 것이고 주야간 일해야 하는 자영업자가 있을 것이다. 그 또한 너무 심한 명암 대조가 아니겠는가, 다시 말해서 근로시간에 의해 또 다시 양극화가 이루어지는 결과가 될 것 같다는 말이다.

 

주52시간 일하면서 인간적인 삶을 누리는 노동자가 있는가 하면 그 밑에서 그들에게 봉사하면서 살아남기 위해 근무시간이란 개념조차 없는 자영업자들이 있는 환경으로 나눠질 것 같은 이 불안한 느낌, 그런가 하면 취업을 포기하고 그냥 무직으로 지내는 젊은이들로 넘쳐나는 오늘의 현실이다.

 

이미 미국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조만간 우리도 따라가야 할 것이다. 치킨집 사장님, 사업 차리느라 대출도 받았을 것이니 부담스러울 것이다. 여기에 호환마마보다도 무서운 임대료의 압박, 인상된 최저임금의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자영업자들이다.

 

최근에 만난 젊은 40대 중반의 치킨집 사장님 왈, 워라벨? 쳇 우린 정말 죽을 지경이요, 새벽부터 준비해서 늦은 밤까지 닭을 튀기고 있다 보니 닭 비린내도 문제지만 가만 보니 나 역시 한 마리의 닭이 아닌가 싶으니 말이요.

 

2박3일로 여수를 다녀왔다. 이에 여수 돌산에서 바라본 얌전한 가막만의 모습을 대문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