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루틴  

 

 

아침에 증시가 시작되면 선물 포지션을 잡은 뒤 원하는 가격에 걸어놓거나 때론 그냥 둔 채 산책을 나간다.

 

새들이 먹을 것, 모이를 비닐봉지에 싸가지고 나간다. 주로 마른 음식 남은 거, 가령 피자 도우의 가장자리 굳은 부분, 이제 좀 상한다 싶은 식빵, 먹다 질린 크래커, 먹다 남은 구운 고기 살점 등을 가위로 잘라서 들고 나간다. 주는 장소도 늘 같은 곳이어서 새들도 내가 먹이를 주는지 지켜보는 놈도 있다. 일종의 당번?

 

몰라서 그렇지 지금이야말로 먹을 게 정말 귀한 때이기에 더욱 신경을 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인지 깜빡할 때도 많다 성가시지만 다시 들어와서 들고 나갈 때도 많다.

 

 

도박에서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내가 하는 선물 거래는 승률이 대략 3대1 정도라서 수익이 난다. 중요한 것은 늘 같은 물량 또는 비중을 유지해야만 승률이 아니라 수익과 손실이 3대1로 유지된다.

 

때론 시황 예측이 뻔할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비중을 늘리면 곤란하다. 가볍게 해야만 마음 편히 산책을 다녀올 수 있다. 도박에선 이게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이다.

 

 

생명은 모순을 안고 살아간다

 

 

오늘 아침 새들 식사는 분량이 제법 되었다. 나가서 뿌려주니 까치와 비둘기들이 순식간에 수십 마리가 날아들었다. 잠시 흐뭇하기도 하지만 결국 측은한 마음이 된다.

 

생명이란 것, 먹어야 사는 존재, 자체적으로 충족할 수 없으니 늘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찾아야 한다. 그건 사실 목숨을 건 투쟁이다. 그렇기에 내가 먹이를 주는 것은 그들의 투쟁을 조금은 가볍게 해주는 행위이다. 살다보면 때론 거저먹는 날도 있어야 하듯.

 

나이가 들수록 삶의 경험이 쌓일수록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측은하고 딱하다. 살기 위해선 다른 살아있는 것을 잡아먹어야 하니 말이다. 내 살자고 딴 놈을 죽여야 하는 무한 투쟁.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이 진실과 현실은 인간 세상에서도 조금치의 변함이 없다. 다만 가림막을 치거나 또는 분장을 세게 할 뿐이다. 양심과 정의를 앞세우고 또는 위선을 떨면서 자신의 먹을 것을 확보해가는 인간이다. 세련되었기에 그만큼 더 可憎(가증)스럽다. 하지만 결국 그런 우리 스스로에 대한 측은한 마음만 남는다.

 

 

Spirit 그리고 목숨

 

 

영어에 spirit 이란 단어가 있다. 정신 또는 영혼이란 뜻이다. 이 단어는 라틴어 spiritus 에서 왔는데 원래의 의미는 숨 또는 숨쉬다 이다. 결국 숨을 쉬는 것이 생명이고 생명에는 정신과 영혼이 깃든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영어 spirit에 대응하는 우리말은 ‘목숨’이라 하겠다.

 

목숨, 즉 목구멍으로 숨이 들고 나는 것이 살아있는 것이니 그렇다. 그렇기에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는 목숨을 유지하는 게 급선무이다.

 

숨을 불어넣다, 이 말은 때로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식으로 쓰이기도 한다. 숨을 불어넣기 전까진 생명이 아니었지만 누군가 숨을 불어넣어주면 살아 움직인다. 엄청나게 위대한 행위이고 능력이다.

 

로봇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언젠가 영화나 SF 소설 속의 고지능 고기능의 사이보그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일본 에니의 공각기동대처럼 고스트, 즉 영혼을 넣어야만 생명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지금 인공지능, AI 가 이슈지만 ‘검색기능’이 뛰어날 뿐 아직 지능이라 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면이 많다.

 

 

우리 내부의 엄청난 먹이싸움, 국운이 바닥에 이르고 나니 더욱 노골적이구나

 

 

아무튼 다시 돌아가서 얘기이다. 3월이 되어 경칩을 앞두고 우리 내부의 먹이싸움과 생존투쟁이 극에 달하고 있다.

 

국운이 정말 바닥에 이르고 나니 거침이 없고 노골적으로 상대에 대해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다. 야당의 마구잡이식 예산삭감과 무모한 탄핵 공세, 이에 대한 대통령의 무리한 반발인 계엄령, 그리고 또 다시 대통령 탄핵 심판 국면을 놓고 치열한 장외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탄핵 심판을 맡은 헌법재판소 또한 정치판이 되어버린 바람에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다. 게다가 비리를 엄청 저지른 선관위에 대해 헌재는 독립기관이니 감사원더러 건들지 말라는 판결을 하고 있다.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사법 기능의 정치화는 사법 판단에 대한 不信(불신)을 초래한다. 그 바람에 지금의 상황, 최장집 교수의 지적처럼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나 유사내전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이제 정말 갈 데까지 간 것 같은 느낌인데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지 지켜볼 따름이다.

 

 

어이없이 지나치게 하락하는 우리 증시

 

 

그런가 하면 어제 우리 증시, 정말이지 어이가 없다. 미국 증시가 좀 내렸다고 해서 우리 증시가 저렇게까지 폭락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외인들이 하염없이 주식과 선물을 매도하고 있는데 우리 경제가 과연 그 정도로까지 나쁜가? 싶다.

 

아침에 선물 매도를 취했더니 지나치게 수익이 많이 나서 그 또한 어이가 없다. 도중에 배가 불러서 정리하고 나올 생각이었는데 반등도 없이 계속 하락하는 바람에 수익이 더 커졌다. 수익을 보면서도 이건 좀 아니다 싶다. 그야말로 헐!

 

장 말미에 손해 볼 셈치고 콜 옵션을 샀다. 월요일 하락장이 다시 연출될지언정 일단은 반등을 기대해본다.

 

봄이 오고 있다. 기온이 오르고 있다. 하지만 올 해만큼은 작년처럼 끔찍한 더위가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