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재무장, 이차 대전 이후의 근본적인 변화 

 

 

독일이 이제 自主國防(자주국방)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하겠다”고 나선 독일이다. 그간 NATO 를 통해서, 정확히 말하면 미국을 통해서 안보를 보장받던 독일이었지만 이제 미국이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60년을 하나의 週期(주기)로 해서 변화해가는데 이번 일 또한 기가 막힐 정도로 신기한 데가 있다.

 

1949년에 NATO가 만들어졌다. 나토는 소련의 팽창을 막기 위한 미국과 서유럽의 방위동맹이다. 그런데 1991년 말 소련이 붕괴하면서 나토의 존립은 그 필요성이 애매해졌다.

 

하지만 미국 그리고 서유럽 모두 명목상으로나마 나토를 유지하는 것이 싫지 않았다.

 

미국은 계속해서 盟主(맹주) 노릇을 유지하면서 큰 소리를 칠 수 있었으며 뿐만 아니라 달러를 기축통화로 유지하는 엄청난 이득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유럽 쪽에선 미국 맘대로 다 해먹는다 하면서 이른바 “미국 일방주의”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서유럽 또한 거기까지였다. 특히 독일의 경우 미국에게 조금 양보를 하고 조공을 조금 받치기만 하면 안보비용을 들이지 않고 경제에만 전념할 수 있었기에 그렇다.

 

조공이란 게 딴 게 아니라 달러를 기축통화로 받들어주는 것이다.

 

(나중에 다시 글을 쓰겠지만 기축통화가 누리는 엄청난 이득이 있는데 트럼프는 이득만 알지 그 원천에 대해 진짜 무지 무식하다. 그래서 이 난리를 피우고 있다. 어쩌면 팬데믹 이상의 재앙이다.)

 

그러다가 독일이 주도해서 2009년 EU, 즉 유럽연합을 만들어내었다. 군사 분야를 제외하고는 독일이 유럽의 盟主(맹주) 노릇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프랑스는 세컨드 자리에 앉히면 충분했다. 

 

 

나토 설립 60년만에 EU 가동, 근본 변화 

 

 

그런데 그 시기가 묘하다. EU가 생겨난 것은 나토가 생겨난 1949년으로부터 정확하게 60년만의 일, 즉 한 사이클 뒤의 일이란 점이다. 세상이 변해가는 모습이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기분이 몹시 나빴다. 마침 그 무렵 미국은 그러니까 2008년에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체면 다 구긴 판에 독일이 유럽의 안보는 미국에게 맡긴 채 돈 되는 일, 경제는 EU를 통해 다 해먹겠다고 하니 그럴 밖에.

 

그 이후 독일은 승승장구했다. 미국은 빌빌거리고. 감정이 생겨나지 않을 까닭이 없었다. 그러니 바로 이 무렵부터 서로 생각이 크게 달라졌다.

 

미국 입장에서 더 이상 미국의 주도로 유럽의 안보를 책임지는 나토를 존속시킬 이유가 있느냐 하는 반감이 날로 커져갔고 일자리는 중국이 다 가져가고 있다는 생각 또한 커져갔다. 특히 중산층 이하의 백인 노동자와 남부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 사이에서 일반화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 억하심정을 풀어주겠다고 등장한 인물이 바로 도널드 트럼프였다.

 

 

나토가 허상임을 드러낸 우크라이나 전쟁

 

 

다시 돌아와서 얘기이다.

 

겉보기로는 나토는 오히려 더 확장되고 있었다. 미국은 나토를 통해서 유럽을 지배하고 있었기에 동유럽 쪽으로 회원국을 늘려가는 것이 싫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일단 무한정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했으니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바로 이 틈을 타서 또 다시 ‘미친’ 트럼프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게 되었다. 봐라, 우리가 왜 유럽을 책임져? 내가 되면 그렇게 안 해, 호구 잡히는 짓을 왜 미국이 해야 하는데?” 하면서 나선 것이다.

 

우리요, 나토를 통해 유럽의 안보를 책임질 마음 사실 전혀 없거든요. 그러니 프랑스나 영국, 독일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면 하세요, 우리는 빠집니다. 이게 트럼프의 방식이다.

 

 

유럽 자체의 재무장 출발 

 

 

그간 껍데기로 남아있던 나토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에 독일은 어쩔 수 없이 작심을 한다. 이제 나치즘의 전범국가라서 국방력을 키울 수 없다느니 하는 핑계는 더 이상 댈 수 없데 되었다. 이번 독일 선거에서 과거 동독 지역의 경우 나치즘과 유사한 강령을 표방하는 정당이 득세한 것도 그 일례이다.

 

게다가 경제 또한 침체일로였는데 국방에 돈을 마구 투입해서 자주국방과 함께 경제를 살리는 계기를 만들어보자고 나선 독일이다.

 

장차 유럽 방위 동맹이 만들어 지겠지만 그 또한 독일이 국방과 안보에 있어 주도적으로 나설 될 때만이 가능할 것이다. 연합이란 것이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뭉개다 보면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이에 아마도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폴란드가 주축이 될 것으로 본다. 다만 영국의 경우 브렉시트를 한 마당이라 유럽방위동맹에 대해 약간은 거리를 두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제 미국은 독일을 중심으로 하는 유럽의 방위동맹체가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여러 방면에서 이간질과 방해공작에 들어갈 것은 물론이다.

 

당장 트럼프는 독일에 주둔 중인 미군을 헝가리로 옮기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헝가리를 이미 상당 부분 꼬드겨 놓았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워낙 변덕이 심한 트럼프인지라 장차 어떻게 될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다만 미군 철수 또한 실은 미국에게도 어려운 내부 사정이 있다는 점 알려드린다. 그게 쉽지 않다.

 

 

일본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발한 트럼프

 

 

그리고 또 하나의 엄청난 변화가 바로 우리 인근의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다.

 

일본이 멀지 않아 평화 헌법을 개정해서 본격적으로 군사 역량을 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작년 연말에 실시한 연례우편조사에서 현행 헌법, 이른바 평화 헌법을 개정하자는 비율이 무려 68%였다. 반대는 28%였다.

 

아무튼 대단하다, 일본은 국가 여론조사를 우편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실로 인상적이다. 참으로 보수적인 일본, 古色蒼然(고색창연)의 일본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위협으로 느낀다는 반응이 무려 90%, 여기에 작년 연말 ‘미친’ 트럼프의 등장으로 미국의 안전보장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다. 그러니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자체 안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저처럼 높아졌다.

 

일본 역시 그간 방위 산업을 그럭저럭 유지해오긴 했지만 안보를 미국에게 맡긴 터라 그다지 신경을 많이 쓴 것은 아니었다. 시늉만 내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을 더 이상 믿을 수가 없기에 바짝 긴장을 하고 방위산업 육성에 나설 것은 물론이고 헌법 개정을 본격화할 것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일본 또한 안보 문제로 인해 핵무장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또한 행동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 (오늘 아침엔 폴란드가 핵무장을 고려한다는 뉴스도 있었다.)

 

트럼프가 일으킨 거센 바람에 동북아시아가 온통 핵무장의 물결로 뒤덮일 가능성이 생겨나고 있다.

 

 

자칫 온 글로벌이 핵무장의 물결로 출렁일 것 같아서 

 

 

독일과 일본, 과거에 세계대전을 일으켰다가 미국에게 패망한 나라들이다. 이에 경제 쪽으로 눈을 돌렸던 독일과 일본이다. 이에 독일과 일본은 미국과 하나의 거래를 했다.

 

독일과 일본은 안보를 보장받는 대가로 오늘날 달러를 기축통화가 되게끔 하고 또 그게 유지되도록 역할을 해왔다.

 

일례로 일본이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경제가 수십 년간 망가질 정도로 통 큰 양보를 했다는 사실이다. 독일 또한 툭 하면 미국의 요청을 받고 독일 마르크를 조정하곤 했다.

 

 

기본 틀이 깨지고 글로벌 리더가 사라진 이상한 세상

 

 

그런데 이제 그 기본 거래 틀이 뿌리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는 내년 11월이면 지지를 잃고 중간 선거에서 대패하면서 사라져갈 것이라 본다. 고율의 관세로 인한 국내 인플레이션으로 중하층의 지지를 잃을 것이 뻔하다.

 

하지만 국제간의 신뢰란 것은 한 번 깨지고 나면 그걸 되돌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 과거 수십 년 간 보지 못한 아주 낯선 세계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글로벌 리더가 리더 노릇을 하지 않으면 과연 어떤 세상이 될까?

 

아무튼 세상과 세계는 끊임없이 변화해간다. 그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고 또 어떻게 될 것인지 참으로 그렇다.

모처럼 글이 길었다. 요즘 시대에 이런 글 인기 없는데 말이다. 월요일부터 동영상을 올리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