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추려본 아내의 치료 일지
아내가 암 진단을 받은 날부터 일의 발단까지 거슬러서 일지를 작성해왔는데 그 일부를 간추려서 옮겨보았다.
임자일 10/15 증세가 이상해서 병원 가기로 결정
갑인일 10/17 심한 황달, 초음파 검사 결과 간담 이상 소견, 종합병원 추천서
신유일 10/24 삼성병원 진료, 시티 촬영, 입원은 5주 후에나 가능
임술일 10/25 중앙대병원 입원가능 확인
을축일 10/28 중앙대병원 입원, 시티 촬영, 담도암으로 1-2개월 진단
병인일 10/29 MRI 촬영, 담즙 배액관 시술
정묘일 10/30 펫 시티 촬영
무진일 10/31 조직 검사, 장출혈로 긴급 색전술 시술,
빈혈 증세로 산소콧줄 착용. 아들이 병원에서 밤샘.
기사일 11/01 시티 판독에서 종양이 안정적이고 느린 진행,
작은 희망 생김.
기묘일 11/11 청소용역 4명을 통해 집안 대청소
을유일 11/17 근 손실을 우려한 아들이 병원에 가서 보행훈련 시작
무자일 11/20 빈혈 증세 회복 산소콧줄 해제(20일 만에)
임진일 11/24 담도 스텐트 시술
계묘일 12/05 요양병원 원장을 하는 지인이 찾아와
암치료와 케어에 대한 자문
기유일 12/11 아내의 컨디션 회복
임자일 12/14 보행 거리 급증, 근력 회복
갑인일 12/16 담즙 배액관 제거
을묘일 12/17 항암치료 결정
임술일 12/24 제1차 항암주사
계사일 12/25 퇴원
아내는 당남암 진단으로 간쪽으로의 국소전이는 있으나 림프절 전이나 원격전이는 아직 없는 상태, 즉 3기 암환자이다. (원격전이가 있으면 4기라고 한다.)
운기 절정인 입추의 날에 처음 병원을 찾아갔으니
아내의 운세 흐름은 壬子(임자)가 입추이고 壬午(임오)가 입춘인 바, 처음에 소변 색이 이상하고 눈이 노랗게 변해서 도곡동의 노련한 내과 의원을 찾아가기로 한 날이 10월 15일 壬子(임자)였다. 일진이 입추의 날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12월 14일 壬子(임자)일에 황달이 거의 완치되고 장기입원으로 인해 상실된 근력을 회복할 수 있었으니 60일 사이클이었다.
임술일에 입원 내락을 받고 60 일 뒤 임술일에 퇴원을 하니
삼성병원에서 퇴짜를 맞고 수소문한 결과 중앙대 병원의 병실이 있음을 확인하고 안도한 날이 10월 25일 壬戌(임술)일이었는데 이는 운세 순환 상 입추로부터 10일 뒤, 운기 절정에 해당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다시 60일 한 사이클이 흐른 오늘 12월 24일 壬戌(임술)일에 황달 치료를 마치고 제1차 항암 주사를 맞았다. 내일 퇴원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이 짧은 시일 안에도 순환의 법칙이 엄밀하고 치밀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0월 25일 임술일에 입원 내락을 받은 날로부터 30일이 흘러 壬辰(임진)일에 스텐트 시술을 결정했으니 황달 치료에 있어 반전의 날이었다. (60 사이클에서 30이 경과하면 반전의 흐름이 생긴다.)
정교하게 작동하는 순환의 법칙을 확인하면서
아들이 일요일 저녁 엄마를 찾아가 근육 손실을 막기 위해 보행기를 통해 걷기 훈련을 강제로 시킨 날이 11월 17일 乙酉(을유)일이었다.
그로부터 24일, 즉 12일이 두 번 지나 12월 11일 己酉(기유)일에 아내의 근력이 상당히 회복되었으니 이는 60 안에 숨어있는 12진법의 법칙이다.
뿐만 아니라 운동을 시작한 乙酉(을유)일로부터 30일이 경과한 乙卯(을묘)일 전날 甲寅(갑인)일에 담즙 배액관을 제거하면서 사실상 황달 치료가 끝났다.
우리나라 병원의 경우 책임 소재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입원 환자의 체력관리 즉 운동을 적극적으로 시키지 않는다, 정확히 말해서 못한다. 인력 문제도 있고 책임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입원 환자들의 운동을 적극 장려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것 말고도 사실 이 기간 동안 순환의 작용이 서로 相照(상조)하면서 변해가는 모습들이 나 호호당의 눈에는 훤히 읽힌다. 다만 너무 디테일한 내용들이라 설명하기가 그럴 뿐이다.
울고 싶으면 울어야 한다고 하니
요양병원 하는 인생 후배가 어느 날 뜬금없이 찾아와서 해준 자문이 실로 많은 위로가 되었고 지금도 되고 있다. 감정이 생기면 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들과 나 호호당은 혼자 있을 때 그리고 함께 있을 때에도 슬픔이 솟구치면 그냥 슬픔을 표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맘껏 흐느낀다. 지난 두 달 동안 울기도 많이 울었다.
병원엔 하루도 빠짐없이 아들 그리고 나 호호당이 찾아갔다. 병원 간호사들이 거의 매일 아들 얼굴을 마주치다 보니 이젠 아주 친근해한다.
근 60일 동안 우면동에서 흑석동까지의 교통비, 택시비 그리고 부대비용이 상당하다. 고구마와 과일 쥬스, 유부초밥, 지하 식당에서의 식사비 등등이다.
병원에서 주는 식사는 영 그렇기에 자칫 몸이 축난다. 그러니 식욕을 최대한 살려주어야 한다. 병실 환자들은 찾아오는 빈도가 높은 환자를 가장 부러워한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긴 세월 공기와도 같았던 아내
1975년에 만나서 1979년에 결혼한 아내이다. 만난 지 49년이고 결혼한 지 45년이다. 며칠 전 12월 20일엔 입원실 인근의 본관과 이어지는 구름다리 복도 벤치에 앉아서 아내와 함께 스마트폰으로 45주년 기념촬영을 했다.
너무도 초라한 기념촬영이었지만 긴 인생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는 법이다. 사진을 다시 봐도 참 그 사이 많이도 늙었구나 싶다.
처음에 두 달 밖에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45년을 마치 늘 숨 쉬는 공기와도 같이 곁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 두 달 뒤엔 사라질 수 있다고 하니 氣陷(기함)할 수밖에.
하지만 지금은 일단 2년 정도는 확보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아내와 나는 동갑이고 69세이다. 앞으로 아내가 얼마나 살 수 있을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1년을 살지 3년 또는 5년? 운이 기가 막히게 좋으면 아내의 주장대로 87세, 오래 전 어떤 용한 사람으로부터 들었다고 하는 그 나이까지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갈 수 있는 데까지 외롭지 않도록 함께
항암 치료, 비용 부담도 클 것이고 몸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도 상당할 것이다. 그러니 생각해보지 않은 낯선 길을 가게 생겼다. 하지만 도중에 힘들어서 좌절하지 않도록 그리고 외롭지 않도록 손을 꼭 붙잡고 갈 것이다. 갈 수 있는데 까지 함께 한다는 다짐이다.
오늘 글은 운명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의 연구일지이자 아내에 대한 애정의 글이다. 잘 치료해서 오래 살면 그 또한 글로 알리고자 한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성탄 전날, 이브이다. 글을 쓰는 나 호호당은 당연하고 독자님들 가정에도 사랑과 따뜻함이 가득하기를 기원해본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최상의 행동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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