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갔어도 說話(설화) 는 남아서
우리에겐 오겡끼데스까로 더 알려진 일본 영화 “러브 레터”의 주연을 맡았던 나카야마 미호가 돌연 세상을 떠났다. 1970년생, 54세의 나이에 별 다른 지병도 없었건만 자택 욕조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러브 레터는 애틋한 첫 사랑에 관한 로맨스 드라마이다. 국내에서도 워낙 인기가 많아서 여러 차례 재개봉되었고 내년 2025년 1월1일에는 메가박스에서 30주년 기념 재개봉 예정이라 한다. 이번 나카야마의 별세로 어쩌면 더 많은 관객이 찾을 수도 있겠다. (이 나이의 나 호호당도 그녀를 전송하기 위해 찾아갈 수도 있겠다.)
언제 영화를 봤는지 애매해서 확인해보니 2013년의 일이었다. (일본에선 1995년에 개봉했다.) 그냥 어쩌다가 본 영화였는데 그 이후 며칠간 가슴이 먹먹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해서 영화 속의 인물 “와타나베 히로코”와 “후지이 이츠키”의 사연은 내 마음 속에 지워지지 않는 說話(설화)로 자리를 잡았다. 다시 말해서 히로코와 이츠키는 내 속에서 실존하고 있다. 물론 그 두 사람의 역할을 워낙 잘 연기한 “나카야마 미호” 또한 깊이 뇌리에 각인되었다.
나카야마 미호가 별세했다는 소식에 유튜브에 들어가 영화 러브 레터를 소개하는 여러 동영상들을 다시 보았고 음악들도 들었다. 그러면서 새삼 확인한 것은 영화 러브 레터는 나 호호당의 삶에 있어 망각될 수 없는 하나의 챕터가 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한 가지 크게 달라진 점도 있었다. 예전에 그 영화를 볼 때만 해도 죽음이란 것은 남의 일이고 그저 막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그게 이젠 내 일이 되어 있었다.
아내가 암으로 입원 중이고 나 호호당 또한 지난 1년간 몸이 아파서 고생하는 과정에서 우울증을 겪게 되고 이에 자연스럽게 아, 이젠 다 살았구나, 이제부터는 餘生(여생)이구나 하고 절감했다.
삶의 유한성을 진실로 알게 되면
그런데 죽음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독자님들에게 알려드려야 하겠다.
사람이 죽음을 인지하게 되면 그러니까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앞의 현안이 되면 문득 그리고 갑자기 삶이 대단히 멋지고 소중한 것으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당장 내일 나 호호당이 죽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유한성, 끝이 있음을 확실하게 느끼게 되면 하루의 해가 뜨고 지는 것부터가 달리 느껴진다. 모든 시간이 소중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소중한 하루를 그냥 헛되이 흘려보낸다 싶은 생각이 들면 이거 내가 뭐하는 거지? 시간을 잘 쓰고 의미 있게 보내야지! 하고 책망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시간의 흐름 자체를 강박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물론 싫다. 그보다는 남은 시간들을 좀 더 가성비 있게 써야한다는 심정이다.
입하의 고비를 넘기지 못한 나카야마 미호
나카야마 미호, 1970년 3월 1일생이다. 庚戌(경술)년 戊寅(무인)일 庚辰(경진)일이다. (생시를 몰라도 프로필이 워낙 확실하기에 운세 판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1980년이 입추였고 2010년이 입춘 바닥이었다. 그러니 내년 2025년은 운세 흐름 상 가장 힘겨운 立夏(입하)가 되는데 그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불현 세상을 떠난 것이다.
고난에도 깊은 의미가 담겼으니
우리나라 역시 금년 2024년이 입춘 바닥이기에 이제부터 시작해서 15년간 그러니까 2039년까지 고난의 연속일 것이다. 이제 고난의 初入(초입)으로 들어섰다고 보시면 되겠다.
하지만 고난이 무조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란 사실이다. 모든 것은 어떤 역경을 겪는 과정에서 단련되고 정련되어 더욱 쓸 만한 존재가 된다, 이는 세상 만물의 이치라 하겠다.
나카야마 미호의 운세를 다시 보면 1980년이 입추였는데 영화 러브 레터는 1995년에 개봉되었으니 입동 때의 일이었다. 가장 수확이 풍성한 때 나카야마 미호는 영화 속의 두 인물로 화해서 그토록 빛이 났던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다는 것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히로코는 겨울 눈 쌓인 산, 연인이 숨진 산 앞으로 다가가서 목청껏 외친다. “잘 지내나요?, 저는 잘 지내요”, 그 소리는 절규로 변하고 마침내 감정의 폭발로 이어진다.
저처럼 사랑하는 사람, 가슴에 품은 사람을 보낸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그리고 여자 이츠키는 자신의 모습을 도서 대출 카드 뒷면에 드로잉해놓은 남자 이츠키의 오래 전 사랑을 확인하면서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뜨거운 사랑만이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사랑, 여러 형태가 있겠지만 남녀의 사랑, 특히 젊은 남녀의 사랑만큼 아름다운 것이 이 세상에 또 있겠는가! 감미로운 음악 그리고 아름다운 그림, 즉 예술이 있지만 그 어떤 것도 남녀 간의 사랑을 넘어서는 아름다움과 아련함, 가슴 설렘을 주는 것은 없다.
요즘 세상, 결혼하기 어렵고 연애를 이어가기도 어려운 세상이지만 그래도 젊은이들에게 묻곤 한다. 연애 그리고 사랑 찐하게 하고 있나요? 또는 해보셨는지요? 하고.
그게 그래야만 세상이 정상이라 여겨져서 물어보게 된다. 또 그래야만 이별의 시린 상처도 알 게 되고 또 옛 추억에 대한 아련함 등이 남을 게 아닌가.
세상 별 거 없다, 나이 일흔이 된 나 호호당의 얘기이다. 돈과 권력, 명예, 이런 것들은 옵션이고 선택 사항일 뿐이다. 그저 먹고 살 수 있으면 되는 일이고 소중한 건 그저 사랑했던 기억들과 추억들, 이별의 상처까지도 포함해서 그런 것들이 전부이다.
유한한 삶의 시간 속에서 뜨겁게 사랑하는 것, 그게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뜨거운 가슴으로 사랑했을 때만이 삶은 소중해진다.
그렇기에 이제 나카야마 미호를 아쉬운 마음으로 전송한다. 잘 가시오 미호짱, 하지만 그녀가 내 가슴에 새겨놓은 히로코와 이츠키는 나 호호당의 삶이 이어지는 한 영원히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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