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오후, 보니 가을이 이제 마구 사정없이 깊어가고 있었다.  올 해 들어 유난히 이젠 다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갑자기 아내가 어려운 병에 걸렸다. 내가 다 산게 아니라 아내가? 며칠간 넋이 나가있다. 아주 오래 전 홍콩 순정 영화 주제곡의 노랫말 중에 "지는 해 잡을 수 없는데 한 번 왔다 가는 삶은 너무 빨리 지나가누나" 하는 내용이 떠오른다. 하루 종일 두 마음이 씨름을 한다, 그래 그래도 어떻게 해봐야지 하는 마음, 한편으론 삶이 참 허망하다는 마음. 그러다가 밤에는 악몽을 꾼다. 꿈속에서도 뭔가 기를 쓰고 씨름을 했는지 깨어나니 몸이 지쳐있었다. 

 

 

비가 지나간 아침 하늘이 푸르고 투명하다. 마로니에 잎사귀에 찾아든 오렌지빛 단풍색이 너무나 찬연하다. 세상은 저처럼 빛의 잔치이자 향연이다. 이미지 전체를 보니 블루와 오렌지, 그리고 그린의 조합이다. 그렇다, 조합이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당신이 없는 나는 아무 것도 아니고 내가 없는 당신도 아무 것도 아니다. 당신과 나의 조합, 그게 우리이다. 우리 그리고 우리들일 때 삶은 아름답고 빛이 난다. 어서 힘을 내어야지, 또 한 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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