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급등이 촉발한 대폭락

 

 

지난 주 8월 5일의 증시 대폭락에 대해 이런저런 ‘썰’이 무성하다. 하지만 그 시작, 즉 폭락장을 촉발시킨 것은 일본 엔화 가치의 급등이었음이 명확하다.

 

일본은행(BOJ)은 지난 달 31일 기준금리를 연 0~0.1%에서 0.25%로 인상하면서 했던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발언이 엔화의 급등세를 촉발했고 이에 순간적으로 엄청난 양의 엔 캐리 청산이 8월 1일부터 쏟아져나왔다.

 

발언 내용인 즉,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0.5%를 금리 인상의 벽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올 3월 오랜 기간 이어져온 제로금리를 끝낸 일본은행이 다시 금리를 올렸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올릴 수 있다는 발언이었다. 그러자 그간 엔 약세에 대해 베팅해온 엔 캐리 트레이드 펀드들이 이젠 끝나는구나, 이쯤에서 차익을 챙기고 빠져나가자 하면서 대거 청산에 나선 것이라 하겠다.

 

최근 몇 년 사이 엔화의 급격한 하락은 그 이유가 미국 연준이 2022년 3월부터 이른바 빅 스텝을 밟았기 때문이었다. 기준금리를 0.25%에서 5.25%까지 거의 1년 조금 더 되는 기간 동안 무려 11차례에 걸쳐 단행한 금리 인상 때문이었다.

 

그러자 엔화가 무너져 내렸고 이에 이를 기회로 포착한 투기세력들이 대거 엔 캐리 트레이드에 나섰다.

 

독자님들은 엔 약세에 베팅한다는 것에 대해 별로 느낌이 없으시겠으나 사실 그간의 엔 캐리 트레이드, 즉 엔 약세 베팅은 엄청난 규모로 진행되어 왔다.

 

엔화를 저렴한 금리로 차입한 후 다시 달러로 환전한 자금들,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엄청난 자금이 미국 금융시장으로 마구 쏟아져 들어갔다.

 

이에 재선을 노리던 바이든 대통령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을 통해 무지막지한 양의 국채를 연신 찍어낼 수 있었고 거기서 조달된 돈으로 미국 경기를 대거 부양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돈은 다시 증시로 유입되면서 지속적인 상승장이 펼쳐졌다.

 

이처럼 끊임없이 자금이 유입되는 가운데 2022년 11월 말 챗GPT라고 하는 신통방통한 AI 물건이 나왔다. 즉각적으로 AI 붐이 일기 시작했고 이에 나스닥과 S&P500 지수가 급상승을 시작했다. 그러자 기존의 빅 화이브(Big 5)에서 테슬라와 엔비디아가 가세한 새로운 조어인 매그니피션트 세븐, M7이 만들어졌다.

 

 

미 증시 상승의 두 가지 축

 

 

미 증시의 놀라운 상승은 결국 두 가지 요인, 즉 엔 자금의 유입이 하나의 축이고 또 하나는 엔의 유입과 유사한 시기에 생겨난 AI 붐에 힘입은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먼저 코로나 팬데믹 당시의 무제한 양적완화는 연이은 금리인상으로 진정시킬 수 있었으나 엔 캐리 자금의 지속적인 유입, 즉 외부 요인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잘 진정되지 않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에 연준의 파월은 인플레가 끈적대면서 잘 죽지 않는다, sticky 하다고 표현했다.

 

추가상승, 지속적인 상승을 원하는 시장 쪽에선 언제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인가를 고대하고 또 연준을 압박했다. 하지만 금리를 섣불리 내렸다간 그 즉시 인플레이션이 거세게 되살아날 것을 알고 또 우려하고 있는 연준의 파월은 연신 미적거리고 있다.

 

시장참가자들, 특히 시장의 큰손들 또한 현재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정서가 파져갔고 이에 나온 것이 “AI 회의론”이다. AI가 돈만 잔뜩 끌어다 쓸 뿐 벌어들이는 수익모델이 확실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물이 아니라 돈 먹는 하마 신세가 된 AI.

 

그리고 이런 회의론과 관련해서 가장 크게 영향력을 미친 세력이 있었으니 바로 워런 버핏이었다. 그가 8월 2일 금요일 시장에서 가지고 있던 애플 주식의 절반을 매도했다는 소식이 주말에 퍼져나갔다.

 

그러자 그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곳은 바로 아시아 증시였다. 날자가 빠르기 때문이다. 8월 5일 월요일 아침부터 거센 매도세가 연출되었다.

 

 

폭락의 크기가 역대 기록

 

 

나 호호당의 기억에 그리고 이어서 확인도 해보았지만 하루만의 낙폭으로만 치면 역대 최고의 폭락이었다. 다시 말해서 신기록.

 

그런데 정작 미 증시는 8월 5일(우리 시간으론 6일) 아침에 폭락장으로 시작하긴 했으나 장 마감 무렵엔 이미 상당 부분 낙폭을 만회하면서 끝을 냈다. 시장 참가자들은 낙폭이 너무 심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 당시 급락과 그 이후 급등을 경험한 우리 신세대 투자꾼들 또한 8월 5일 당일의 폭락을 바겐세일로 판단하고 대거 매수에 나섰다. 기관들은 겁이 나서 매도했지만 신세대 개미들은 그 물량을 받았고 오늘까지 수익을 올리고 있으니 일단은 신세대 개미들의 승리라 하겠다.

 

 

7월 31일에 감을 잡았는데 

 

 

나 호호당의 경우 7월 31일 엔화의 폭등을 확인한 뒤 이거 어쩌면 문제가 생기겠는데? 하는 감을 잡았다. 그런데 뜻밖으로 8월 1일 시장에 별 문제가 없었다. 이에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역시’였다.

 

다만 나 호호당의 판단이 시장보다 하루 빨랐을 뿐이었다. 그리고 주말 일요일 8월 4일에 미 증시에 큰돈을 넣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워런 버핏이 애플을 왕창 팔았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월요일은 거친 모습을 보겠구나 싶었다.

 

이에 8월 5일의 거친 하락장에서 선물 매도로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는데 아쉬운 것은 생각보다 하락폭이 너무 커서 도중에 정리하고 나왔다는 점이다. 종가까지 뒀으면 엄청 수익을 보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

 

 

엔 캐리와 AI 붐, 그리고 인플레이션

 

 

개인의 얘기는 접고 다시 돌아와서 얘기이다. 이처럼 미 증시의 상승과 이번 폭락의 배경에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통한 자금유입과 AI 붐이라고 하는 재료가 맞물려서 만들어낸 결과이며 또 그 배경에는 죽지 않는 인플레이션이 있다고 하겠다. 그러면 이제 좀 더 나 호호당의 생각을 말해보고자 한다.

 

 

아직은 하락이나 조정이 아니다. 

 

 

이번 폭락으로서 본격 조정 또는 하락장이 시작되었는가 하는 문제.

 

아직은 ‘아니란 생각’을 한다. 불안심리가 증폭되어 오다가 터지긴 했지만 미국의 M7 주가를 보면 기본 흐름이 아직 무너지지 않았기에 하는 말이다. 다만 워런 버핏 할아버지를 포함한 신중한 세력들이 이제 시장에서 이탈한 것은 분명하다.

 

아울러 이번 상황은 일단 일본은행에서 급격한 금리인상을 자제하겠다고 밝히면서 마무리되고 있다.

 

따라서 열쇠 즉 키는 여전히 연준의 파월이 쥐고 있다. 금리 인하를 할 것인가 언제 할 것인가 얼마나 할 것인가에 달렸다.

 

미 증시의 일부 세력들은 파월더러 즉각적으로 ‘세게’ 인하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흉악한 놈들이다. 거기에 낚이면 큰 일 날 것이다. 가령 50bp 정도의 급격한 인하를 단행할 경우 시장 참가자들은 오히려 경기침체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일 것이고 그러면 정말 증시에 큰 패닉이 닥쳐올 수도 있을 것이다.

 

 

향후 전망

 

 

따라서 시장은 이제 조만간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이 된다. 우리 증시도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 틀림없다. 코스피로 2700 선까진 반등할 것 같다. 다만 문제는 향후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 열쇠는 파월이 아니라 미국 대선에 달렸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우선적으로 트럼프냐 해리스냐의 문제, 누가 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반드시 대선 결과가 나와야 하는 게 아니라 그 이전부터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도 알아두어야 한다.

 

경우의 수, 즉 Number of Cases는 참으로 다양해서 그 모두를 이 자리에서 설명하긴 너무 복잡 번잡하다.

 

이에 여타 문제를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자금줄인 일본의 태도와 협력 여부에 따라 많이 다를 것이란 점이다. 일은이 금리를 언제 다시 인상하느냐 아니면 이 선에서 포기하느냐에 따라 엔화의 가치가 크게 변동할 것이고 그에 따라 엔 캐리 청산이 정해질 것이다.

 

다음으로 M7의 경영자들에게 있어 AI가 이젠 물러설 수 없는 치킨 게임이 되었기에 투자를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정말 니 죽고 나 살자 게임이 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

 

 

그런데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를 통해 돈을 풀어왔고 코로나 팬데믹을 핑계로 무제한 풀었으며 거기에 엔 캐리 자금까지 그야말로 경제 규모 대비 시중 통화량(M2)이 이젠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통화량 폭주는 경제의 양극화를 만들어내었고 이에 중산층 이하 백인들의 불만을 통해 생겨난 괴물이 바로 트럼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트럼프가 되면 갈 데까지 가보자면서 연이어 통화량을 폭주시킬 수도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해리스가 확실히 좋다는 것도 아니다. 그녀가 당선이 되고 나서 가령 이젠 우리 좀 자제합시다 하면서 재정과 금융 쪽에서 보수적으로 나올 경우 그건 경기침체를 촉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문제라 본다. 당장 미 증시를 위시해서 폭락한다는 건 절대 아니고 이런 문제들이 결국 작용할 것이라는 점, 아울러 그에 대한 당국자들의 창의적인 대응 또한 만만치 않기에 지켜볼 일이라 하겠다.

 

 

이 글을 쓰느라 힘들었다는 얘기 드린다. 

 

 

상황이 많이 복잡하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과정 또한 만만치 않았다. 여러 번 고쳐 썼다. 좀 더 자세한 사정과 실정은 일요일 증시 동향 강좌에서 말씀드릴 생각이다.

 

모처럼 긴 글이었다. 하지만 나름 많이 줄이고 잘라낸 글이란 점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며칠 걸려서 썼다. 성원해주시기 바란다. 그런데 저 미친 놈의 더위, 언제 누가 데려가실 거나, 정말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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