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제목: 잘 준비해야 잘 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아프다 보니 얻게 된 하나의 覺醒(각성)

 

 

올 해 초 발바닥 앞쪽에 심한 통증이 왔다. 두 발 다 그랬는데 정형외과에 가서 주사 맞기도 하고 여기저기 치료를 다녔으나 신통치 않았다. (발이 이처럼 아프게 된 근본원인은 오래된 내성발톱 때문인데 예전에 치료가 상당히 어려웠다. 다행히도 늦었지만 이번에 제대로 잘 치료하고 있다.)

 

제대로 걷지를 못 하니 심한 우울증이 왔다. 창밖 멀리 활달하게 걷는 사람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는 아리랑 노랫말이 있다, 생각해보니 태어나서 68년간 걸어 다녔으니 고맙구나 싶기도 했다. 그러다가 문득 나 호호당도 이제 다 살았구나 하는 생각에 미쳤다.

 

나 호호당이 아픈 건 비단 발병만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여기저기 불편해져왔고 마침내 발병까지 나서 내 몸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특히 코로나, 정확히 말하면 코로나 백신 이후에 怪疾(괴질)이 생겨서 지금껏 고생하고 있으니 정말 백신 탓인지도 모르겠다.

 

 

남의 일이던 죽음이 이제 내 코 앞의 일이 되고 있으니  

 

 

3월 중순부터 간신히 걷기 시작했는데 그 무렵부터 나 호호당은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서 그 이전까진 죽음은 남의 일이었는데 이젠 내 앞의 일이 되었다.

 

그러자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들기 시작해서 최근에 와서야 대충 정리가 되고 있다. 이에 쓰기 시작한 글이 바로 이 “길을 따라 삶도 흘러갔으니” 시리즈이다.

 

우리가 제법 장거리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했을 때 상당 기간 헷갈리기도 한다. 여행하면서 있었던 많은 일로부터 받은 강렬한 인상 때문에 현실의 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는다. 때론 어느 게 더 현실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기도 한다.

 

그러다가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역시 여행에서 있었던 일들이 마치 꿈속 일처럼 특별하고 이례적이었음을 받아들이면서 日常(일상) 생활로 완전히 되돌아온다.

 

현재 나 호호당의 심정이 아제 막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는 도중의 그것과도 같다. 여행은 마쳤지만 며칠 있어야 일상으로 정상 복귀하게 되는 그 중간 과도기.

 

이 대목에서 일상은 죽음, 존재의 없음, 그리고 無(무)이다.

 

그래서 나 호호당은 이제 그간 즐거웠던 여행의 일들을 정리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준비, 즉 죽음을 준비하기로 했다. 삶을 마무리하고 ‘존재의 없음’으로 돌아갈 준비.

 

이번 연재는 오늘 글이 마지막이다. 글을 써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고 이에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도 대충 마무리가 되고 있다. (발도 많이 좋아졌고 다른 증세들도 호전되고 있다.)

 

 

어느새 게임은 막바지

 

 

현재 이번 7월 25일이면 만 69세가 된다. 목표로 잡은 90까지 산다 해도 이미 75%를 넘어섰다. (69 나누기 90 하면 0.766이 나온다.)

 

그러니 나 호호당이 지금 사실상 다 살았다고 말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90분 경기인 축구로 치면 후반전 24분이 경과하고 있으니 이제 경기는 막바지인 셈이다.

 

이기고 있을 경우 수비를 강화하면서 순간순간 역습을 노려야 할 것이고 지고 있다면 그야말로 교체 카드를 아낌없이 투입해야 하는 긴박한 시간이다.

 

하지만 인생은 축구와는 달리 여러 측면이 있기에 나 호호당의 경우 이기고 있는 것들도 있고 더 점수를 따야 할 것도 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호호당 인생의 마무리 플랜

 

 

첫째, 최대한 건강을 회복해서 남은 시간 동안 이른바 餘生(여생)을 알뜰하고 절실하게 사용한다. 여전히 목표는 90까지이다.

 

둘째, 나 호호당이 알아내고 이론적으로 정리한 운명과 자연의 심오한 원리인 “자연순환운명학”이 遺失(유실)되지 않도록 동영상과 자료를 만들고 또 AI를 통해 영어와 일어 중국어 등으로 옮겨놓을 것. (실로 대단한 원리이기에 호호당 사후 30년이면 전 세계가 경이롭게 받아들일 것으로 확신한다. 남겨만 놓으면 스스로 가치를 증명해보일 것이다.)

 

셋째, 운명상담을 해가면서 자연순환운명학과 주식기법 강의를 계속해서 이어가되 강의 빈도는 조금 줄인다. (주식기법의 경우 일반에 공개하기에는 너무 결정적인 것들이 많아서 인터넷이나 공개강연은 하지 않을 생각이고 오로지 오프라인 강좌를 통해서만 가르쳐줄 생각이다.)

 

넷째, 죽기 전까지 해야 하고 해보고픈 나만의 “버킷 리스트”를 그 사이에 정했는데 이제 건강을 회복하면 하나씩 실행에 옮긴다.

 

마지막으로 이건 문자 그대로 요망 사항인데 죽기 석 달 전까진 내 발로 걸어 다닐 수 있었으면 한다. 제발 그렇게 되길 빌고 또 빌어본다.

 

 

지금부터가 진짜 절정의 시간들일 수 있겠기에 

 

 

다시 축구 얘기를 하면 국가대항전일 경우 후반전 24분을 경과할 무렵이야말로 가장 흥미진진하고 박진감이 있다. 리드하는 상황이면 굳히기에 들어가야 하고 리드 당하는 상황이면 그야말로 이판사판 나서야 한다. 그 어느 쪽이든 재미 만점이다. (생각해보라, 22년 전 월드컵 당시 이탈리아에게 지고 있다가 대역전을 한 추억, 얼마나 재미있었는가 말이다.)

 

그렇기에 나 호호당, 비록 몇 년 사이 몸이 아프고 최근에 발병까지 나서 우울증도 왔지만 이번 일만 잘 넘기면 그야말로 지금부터야말로 절정의 세월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후반전 24분이 절정의 시간이듯이.

 

기행문의 형식으로 글을 진행해왔다. 그간 다녀본 장소들에 대한 추억들, 물론 너무 많아서 다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추억 속에서 웃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목소리가 아련히 들려온다. 그리고 나 호호당 개인의 내밀한 얘기들은 물론 밝히지 않았지만 사실 진짜 는 그 속에 다 있다, 누구나 그렇듯이.

 

호기심 많은 성격 탓에 그간의 여행, 삶의 여행은 참으로 즐거웠고 힘들었고 다채로웠으며 예기치 않은 일들로 가득 메워졌다.

 

단지 하나 아쉬운 것은 한창 시절은 그 한창 시절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된다는 점이다. 나 호호당의 그 한창 시절에 누군가 내게 “야, 호호당, 지금 너 한창이다, 똑바로 인지하면서 세월 보내길...” 하고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해줬는데 내가 못 들은 것 같기도 하다.

 

 

마무리를 준비할 여유가 주어졌으니 고마울 따름

 

 

그저 다행스럽다. 몇 년 사이 몸이 아프면서 최근 들어 얼추 다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각성으로 인해 삶을 정리하고 마무리해서 편히 “없음의 세계”로 돌아갈 준비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혹시라도 해서 하는 얘기인데 오늘 이 글이 죽음으로 마무리된다고 해서 무겁질 않기를. 이 글을 접하는 독자들보다 조금 더 살아온 호호당의 이 글이 독자들로 하여금 더 나은 삶, 더 알찬 삶을 살기 위한 좋은 어드바이스가 될 수 있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사랑을 모른다, 사랑이 지나가고 끝난 뒤에야 아, 그건 사랑이었구나 하고 알게 된다.

'호호당의 雜學잡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월의 생각  (0) 2024.10.12
이번 증시 폭락과 향후 전망  (0) 2024.08.14
길을 따라 삶도 흘러갔으니#5  (0) 2024.07.12
니나 내나 사회  (0) 2024.07.09
길을 따라 삶도 흘러갔으니#4  (0) 2024.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