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 사회

 

나 호호당은 우리 대한민국 사회의 특성을 “니나 내나 사회”라고 정의한다.

 

구한말, 즉 1900년 초 대한제국 시기까지 그런대로 이어오던 모든 전통적 가치와 신분질서는 일제치하 특히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깡그리 파괴되거나 사라졌고 그 이후 경제를 급속도로 발전시켜오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지극히 평등하고 균질적인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라 본다.

 

돈이 많으면 부자일 순 있어도 신분의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특권 계급이나 신분이 없으며 우리 모두가 암암리에 인정하는 어떤 계급적 관념도 사실 희박하다. 니나 내나 차이가 없고 또 인정하지 않는 우리 사회인 것이다.

 

차이나 차별을 용인할 것 같으면 그 즉시 사회적 공분을 사게 된다. 차이나 차별을 용인하지 않기에 ‘갑질’이란 말이 성립하고 또 존재한다. 돈이나 뭔가 나름 권력이 있다고 오만하게 행동하거나 제멋대로 굴면 비난을 받는다.

 

신분이나 계급이 은연중에라도 존재하는 사회라면 갑질이란 말 자체가 없을 것이다. 그게 당연한 것이니 말이다.

 

 

차이가 없으면 만들어야 해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 여기에 우리 사회의 평등성과 균질성은 피차간에 엄청난 경쟁을 유발한다. 쟤가 한다고? 그럼 나도 하지 뭐, 하지 말라는 법 있어? 이렇게 해서 경쟁이 시작된다. 이에 다시 주변의 누군가 따라 나서면 그게 무한경쟁, 무한모방이 된다.

 

유재석의 “무한도전”이 그렇게까지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것 역시 어쩌면 우리 사회의 무한도전과 무한경쟁 의식을 잘 반영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 외국에서 우리의 ‘개근거지’란 개념을 호기심 있게 바라본다는 뉴스가 있었다.

 

아이들은 부모들의 생각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게다가 꾸밈이 없어서 어떤 면에서 비정한 면도 있다, 뭘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쟤 개근거지야, 하면서 놀려대고 재미있어 한다.

 

이 정도 되면 초등학교 다니는 동안 해외 체험학습 3-4회 정도 다녀오지 않으면 그 아이는 개근거지가 되고 그 부모는 무능력하고 경쟁력 없는 존재가 된다.

 

앞에서 우리 사회는 평등하고 균질적이라 말했는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끊임없이 주변과 비교해서 스스로를 높이고자 애를 쓴다. 그 방법은 결국 차이를 조성하고 차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인정하지는 않지만 엄청난 차이와 차별의 사회

 

 

그렇기에 우리 사회는 모든 방면에서 암암리에 엄청난 차별과 차이가 존재한다. 없어지면 판을 바꾸어서 즉각적으로 다시 만들어낸다. 다만 아이들은 그런 부모들의 심리와 행동을 철이 없는 탓에 숨기지 않고 고스란히 드러낼 뿐이다.

 

이에 임대주택이나 LH아파트에 거주할 경우 아이들은 차별을 당하게 되고 그 부모는 실패한 인생이 된다. 그를 피하려면 어서 빨리 탈출해야 한다.

 

몇 년 전 빌거(빌라사는 거지)라든가 엘사(엘에이치 아파트 사는 사람)란 말을 들었을 때 실로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완벽하게 평등한 사회, 하지만 문화적으론 절대 평등하지 않은 우리 사회를 나 호호당은 니나 내나 사회라 부른다.

 

우리 모두 각자 스스로는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하다. 그런데 그건 각자의 주관적 생각이고 사회적으론 평등이란 딱지가 붙어 있다, 이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그래서 차이를 만들고 차별을 만들어내어야 하고 그 게임에서 내가 우위에 서야 만족할 수 있다.

 

그러니 무한 경쟁이고 무한 도전이다. 양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모두 황새, 뱁새 없다

 

 

어려서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이 있었다. 숏다리 뱁새가 롱다리 황새를 흉내내지 말라는 말이고 어떤 차이와 차별을 받아들이며 살라는 격언 또는 지혜였는데 오늘날엔 뱁새가 없다, 설령 뱁새일지언정 황새의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니나 내나.

 

나 호호당은 우리 사회의 이런 의식 형태를 반드시 否定的(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우리 사회가 가진 엄청난 힘이자 추동력이기도 한 까닭이다. 다만 그 속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 좀 고달프고 힘들다는 게 문제이다. 그리고 최근 들어 좀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

 

이웃의 일본은 니나 내나가 아니라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의식이 더 강한 것 같다. 중국? 공산당원이 아니면 사람이 아니다, 노골적으로 차별사회이고 계급사회가 중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