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해지고 오래지 않은 저녁 시간, 보름 가까운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달빛은 습윤한 공기 속에서 온화하게 퍼지고 번져갔다. 안데르센의 "그림없는 그림책"이란 단편집이 떠올랐다. 수십년 전에 읽었던 동화책, 성인을 위한 동화책이다.  대도시에 나와 쪽방을 얻어 지내는 가난하고 고독한 젊은 시인의 창가에 밝은 달님이 찾아와 여러 얘기를 전해주면서 위로해준다는 설정의 이야기책.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슬픈 얘기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저 달이야말로 안데르센의 그 달이 아닐까, 잠시 상념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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