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해가 저물지 않은 저녁, 하늘 한 가운데 반달이 떠있었다. 벚나무 가지들은 두 달뒤 늦봄에 터뜨릴 망울들을 저렇게 잘 준비해놓고 있다. 며칠 있으면 정월 대보름이다. 예전에는 설 다음에 맞이하는 큰 명절이었다. 오곡밥과 약밥을 해먹고 밤에는 달맞이하러 뒷동산에 올라 소원을 빌기도 하고 한 해 운수를 점치기도 했었다. 지금은 농사가 아니라 반도체와 배터리가 중요한 시대, 저 달이 보름달이 되어도 별 관심이 없을 것이니 달이 섭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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