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간의 전쟁가능성? 어림도 없는 얘기!

 

 

JP 모건 은행이 금년 여름 100% 지분의 중국법인을 오픈했다. 중국 금융의 중심인 상하이 포동 지구의 동방명주 탑의 인근 금융 중심가에 커다란 빌딩으로 자리를 잡았다. 배터리 자동차의 테슬라 역시 중국 자회사를 전액 지분으로 출발했다. 트럼프 때부터 중국을 패겠다고 시작한 미중 경쟁이지만 내용을 보면 거꾸로 양국의 관계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어떤 이는 미중 전쟁의 가능성을 점치지만 내용을 보면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미국과 중국은 싸우면서 협력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엄포를 놓고 지랄을 떨지만 인내하면서 시간이 가면 결국 그들이 미국을 넘어설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는 것이고, 미국은 일단 잇속을 차리면서 중국을 마침내 입맛대로 길들일 수 있다고 보고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 대한민국 또한 그 사이에서 양쪽의 눈치를 봐가면서 최대한 이득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

 

 

통치자의 입장에선 敵(적)이야말로 소중한 존재

 

 

통치자의 입장에선 라이벌 국가가 있거나 敵國(적국)이 있으면 정말 해먹기 편해진다. 국내 여론을 결집시킴에 있어 그 이상 좋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미국은 트럼프가 시작한 것을 바이든이 냉큼 받아서 일종의 적국으로 중국을 대하고 있다. 중국 시진핑 역시 미국이란 라이벌을 재임 중에 마침내 따라잡는 대위업, 즉 중국몽을 구현하려는 방편으로 삼고 있다.

 

우리의 경우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 시절 反美(반미)정서를 상당히 활용했다. 하지만 그게 될 일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시작 후 즉각적으로 그만 두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반미는 어림도 없는 일이란 것을 알아서 그 대신에 일본에 대한 적개심, 이른바 抗日(항일)을 활용했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도 쓸데없이 독도에 점퍼 차림으로 찾아가서 일본을 쬐려 보면서 자극했다.)

 

 

나라 역시 적국이나 라이벌 국가가 있어야 분발하고 발전하는 법이니

 

 

세상을 떠난 이탈리아의 작가 움베르토 에코는 이탈리아가 잘 되지 않는 까닭으로 나라의 적이 없어서 그런 것이란 글을 쓰기도 했다. “적을 만들다”란 책이 그것인데 읽으면서 낄낄 거렸다. 그래, 일단 적이나 라이벌이 있어야만 분발하지! 암.

 

정말 그렇다. 적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과거 수십 년간 열심히 분발해온 배경에는 한 때 우리를 强占(강점)했던 일본을 넘어서야 한다는 강력한 의견일치가 있다. 그 바람에 한일전 스포츠는 그 어떤 종목이든 상관없이 거의 전쟁이다. 국가대표로서 일본을 무찌르겠다는 투지가 엄청나다. 일본 선수들 역시 우리의 그런 자세를 인지하고 있다. 한일전 야구에서 일본이 패할 것 같으면 일본 대표팀 감독은 그것으로서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이유 따질 것 하나 없다, 졌으면 그만 둬야 한다.

 

적이 없는 나라들은 흐물흐물해진다. 유럽이 과거 두 번의 엄청난 희생을 야기했던 전쟁을 겪었고 이어서 미소간의 냉전이 끝나자 힘이 빠지고 말았다. 유럽연합(EU)을 만들면서 더더욱 그렇다. 유럽의 경제는 더 이상 아무런 탄력이 없다. 그냥 늙어가는 힘없는 유럽이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한 것은 탄력 없는 나라가 되기 싫다는 전 국민적 의사표시였다고 본다.

 

최근 유럽의 일이 다소 수상하다. 하지만 이 역시 우크라이나와의 갈등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러시아 독재자 푸틴의 정치적 동기가 밑바탕이라 하겠다.

 

일본 역시 적이나 라이벌이 없다. 그래서 문제가 된다. 한 때 거의 미국을 앞질렀다고 여겨지던 일본이 1990년 말 버블 붕괴 이후 오금을 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역시 상전이었음을 확인한 일본이다. 대신에 중국을 라이벌로 하자니 이젠 너무 커져버렸고 우리 대한민국을 라이벌로 하자니 마음이 영 내키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 역시 국가적 방향설정이 어려운 것이고 결과 나라꼴이 지지부진하다. 그냥 ‘시크’한 체 하는 일본이다.

 

 

하지만 적의 존재가 늘 통치자에게 이득이 되진 않아서 문제 

 

 

하지만 라이벌 국가나 적국에 대한 감정이나 정서를 대중들에게 불러일으키는 것이 통치자 또는 독재자에게 늘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중국 시진핑과 공산당에겐 새로운 고민이 생겨났다. 젊은 20-30대 연령의 사람들이 지나치게 미국이나 외부 국가들에 대해 反感(반감)을 표출하면서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다. 왜 우리가 미국에게 양보해야 하느냐, 우리가 뭐가 모자라서 약한 자세로 일관하느냐 하면서 이른바 “국뽕” 정서가 너무 팽배해진 것이 시진핑과 공산당을 곤혹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어론 ‘환구시보’, 영어론 ‘글로벌 타임즈’라고 하는 중국 관영 신문이 있다. 영문판을 보면 늘 미국에 대해 비판적이고 특히 타이완의 움직임에 대해선 대단히 민감하다. 늘 강경어조로 일관한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타임즈의 책임자가 글을 잘 못 올렸다는 비판을 받고 경질되었다. 논조가 미국에 대해 유화적이란 이유에서였다.

 

늘 강경어조의 대미비판을 ‘펌프질’함으로서 공산당 1당 독재의 명분으로 써먹었는데 그러다 보니 감정적이기 쉬운 젊은 층의 반미정서를 너무 키워놓았고 지금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이에 공산당은 젊은 층에 영합하는 차원에서 책임자를 경질했다.

 

 

북한의 반중정서 

 

 

또 한 가지 재미난 점은 북한 역시 상당한 反中(반중)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1991년 말 소련이 붕괴한 후 북한을 지탱하는 외부에서의 원조와 도움은 사실상 중국이 맡아왔다.

 

북한은 한 때 고난의 행군이란 끔찍한 饑餓(기아)사태를 겪었다. 당시 통치를 맡은 김정일로선 그것을 반중적 태도를 통해 해소했고 그런 흐름은 현재 김정은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그 바람에 북한을 원조하면서도 툭-하면 북한으로부터 굴욕적인 언사를 듣게 되는 중국이다.

 

우리 역시 이래저래 알게 모르게 북한을 많이 도왔지만 조금만 삐딱하면 즉각 무지막지한 욕설과 저주를 퍼붓는 북한이다. 중국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현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 남북연락사무소를 장쾌하게 폭발하는 장면을 태연하게 연출하는 북한이다. 그러니 정부로선 그야말로 꽤나 곤욕이다.

 

북한은 잃을 것이 없다는 이유로 늘 강경 자세이고 벼랑끝 외교를 펼친다. 이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에 걸친 “절대존엄”을 유지하기 위한 한 방편이라 하겠다. (물론 비밀이 보장되는 남북 간의 대화에선 그렇게까지 심하진 않고 부드러운 대화도 많이 오갈 것으로 추정한다.)

 

 

희망을 보여준 북한의 김정은 

 

 

김정은이 트럼프를 충동질하고 그로서 담판을 지으려던 시도는 참으로 기발했다. 여차하면 중국을 엿 먹이고 미국과 붙어서 일거에 모든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발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발로 끝이 났다.

 

그간 북한은 미국을 비롯하여 국제사회에서 신용을 너무나도 잃어버렸기에 미국은 먼저 비핵화부터 하자고 요구했고, 김정은으로선 일단 홀딱 벗고 들어가야 하는 판국이니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실패했다고 본다.

 

하지만 나 호호당은 김정은의 진정한 속내를 읽어낸 것 같아서 오히려 희망이 있다고 본다. 최근 김정은은 “우리의 주적은 오로지 전쟁 그 자체”란 말을 했는데 그 말은 전쟁만큼은 하기 싫다는 얘기가 아닌가. 그러니 희망적이다. 저도 자식을 낳고 살다 보니 죽긴 싫은가 보다!

 

게다가 최근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압박을 하는 형국이라서 기상천외한 옵션이 생겨나고 있다. 북한을 미국이 보호해주고 경제 원조와 개발은 우리 쪽에서 맡는 방안이다.

 

그게 실현될 경우 그간 북한을 하나의 완충지대로 삼아오던 중국으로선 엄청난 전략적 손실이 된다. 물론 당장 실현 가능성은 낮다 해도 그런 옵션이 있다는 것 자체로서 중국에겐 엄청난 압박이 된다.

 

북한이 미국의 피보호국이 된다면 당장 남북의 통일은 어렵겠지만 북한이 약간 친미적인 독재국가로 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독재 권력의 이양은 천천히 해도 되는 일 아니겠는가. 물론 시진핑은 그로서 체면을 구기고 失脚(실각)할 것이다. 그러니 당장의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미워해도 너무 미워할 일은 아닌 것이니 

 

 

이제 대충 정리하자. 오늘은 발전하고 분발하려면 라이벌이나 적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했다. 미중간의 대립 역시 경제가 망가져버린 미국의 입장에서 가상 적국으로서 중국이 필요해진 것이고 황제 시진핑으로선 재임 중에 타도 미국을 통해 중국몽을 구현해가는 먹잇감으로서 미국이 소중하다.

 

미중간의 진짜 전쟁? 그런 얘기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 혹시 쌍방 실수로 일어날 순 있겠으나 희박한 얘기이고 그저 적이 필요할 뿐이다. 물론 그 덕분에 우리도 얻은 것이 있다.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다 풀었고 그로서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군사강국으로 올라서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이다.

 

(글을 겨우 두 번 만에 썼다. 어지럼증이 그만큼 가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