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가장 지극한 곳에 이르렀으니 

 

 

오늘은 夏至(하지), 여름이 가장 至極(지극)한 곳에 이르렀다. 해가 가장 긴 날이다.

 

오늘 서울에서 해는 05시 11분에 떴고 저녁 7시 54분에 진다. 하루 길이가 1440분인데 해가 떠있는 시간이 무려 1003분이니 일조시간이 하루의 70%나 된다. 밤은 겨우 30%. 오늘 점심 무렵 해가 남쪽 하늘 중앙에 가장 높이 떴을 때의 고도는 무려 근 76도, 해를 보려면 목을 완전히 꺾어서 하늘을 올려다봐야 한다. 볼 것 같으면 아마도 현기증이 날 것이다.

 

至極(지극)하다는 것은 어떤 무엇이 그것의 최고 최대치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지극한 곳에 닿고 나면 그 다음에는 그와 반대되는 움직임이 시작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 때마다 그리고 동지 때마다 아! 하고 감탄하고 또 感動(감동)한다. 極限(극한)이란 것만으로도 그렇다.

 

 

극한이란 것

 

 

수학을 잘 알진 못해도 그것이 극한의 값을 상정해내고 또 그 극한의 값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나 호호당은 수학에 대해 畏敬(외경)의 마음을 갖는다. 수학은 감히 쉽게 넘볼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숫자인 0과 1에 대해 조금만 생각해봐도 아찔해진다. 1이란 숫자, 너무나도 평범해 보이지만 너무나도 비범하다.

 

가령 1.001이란 숫자를 무한히 제곱하면 무한대로 커진다. 하지만 1이란 놈은 제 아무리 제곱해고 또 제곱해도 그 값은 1로 남는다. 1보다 조금만 크면 무한히 커질 수가 있고 1보다 조금만 적어도 무한히 0에 수렴하지만 1은 절대 불변이다. 어떤 이유에서 1은 무한히 제곱해도 1로 남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또 0 이란 숫자는 아시다시피 툭 하면 不定(부정)이라 하고 또는 不能(불능)이라 하면서 접근을 금지시키고 있다. 이 정도면 거의 神聖(신성) 혹은 禁斷(금단)의 영역이다.

 

이처럼 가장 쉬운 숫자인 0과 1도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가 어떻게 수학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으랴! 이에 나 호호당은 수학자들이 꽤나 시건방을 떨어도 그냥 외면하거나 못 본 척 한다. 그들 역시 성직자들인 까닭이다.

 

 

夏至祭(하지제)를 올리나니 

 

 

잠시 전 낮 12시 30분을 조금 넘길 무렵, 해가 남쪽 하늘 가장 높이 떴을 무렵에 방충망을 열고 해를 치켜다 보았다. 목을 완전히 꺾어서 올려보니 해는 天頂(천정) 가장 높은 곳에서 강렬한 빛으로 자신의 둥근 몸을 보여주지 않고 있었다. 내 몸을 제대로 볼 것 같으면 진한 색안경을 쓰시든지.

 

잠시 남쪽 창가에 시원하고 차가운 물을 한 잔 놓고 두 손을 모아서 경건한 마음으로 해님에게 기도를 올렸다. 하지의 祭(제)를 올렸다. 나 호호당은 세상 만물 모든 것에 神性(신성)이 깃들어 있음을 믿는 사람이다. (전 세계 수많은 나라에서 하지제 즉 미드섬머, Midsummer를 지낸다는 사실.)

 

저녁 9시 30분, 밤 시간이다. 아까 보니 해가 진 뒤 30분이 지나서야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졌음을 확인했다. 긴 해가 저물었고, 오늘 떴던 저 해를 다시 보기까진 또 다시 1년이 걸릴 것이다.

 

 

하지로서 한 해의 전망과 미래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기에 

 

 

이제 그러면 자연순환과 운명의 관점에서 하지에 대해 약간 얘기해본다.

 

해마다 하지가 되면 한 해의 전망, 달리 말하면 견적서가 명확하게 나오는 법이다. 뿐만 아니라 해마다 하지에 생기는 일들은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전체적으로도 향후의 흐름을 전망할 수 있게 한다.

 

가령 예컨대 영국이 EU 탈퇴를 놓고 찬반투표를 했던 것은 2016년 6월 23일, 거의 하지였는데 그 투표에서 탈퇴 쪽으로 결론이 났고 이에 마침내 2020년 1월 정식 탈퇴했다. 브렉시트는 뿐만 아니라 두고두고 향후 글로벌 정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올 하지의 변화와 조짐들

 

 

올 해의 경우 G 7 정상회담이 영국의 콘월 바닷가에서 개최되었던 바, 이번 회담의 핵심 이슈는 反(반)중국이었다. 뿐만 아니라 6월 초 중국 충칭에서 열린 중국과 아세안간의 협력 회담 역시 중국의 의도가 불발되고 말았으며 미국은 이른바 쿼드를 결성해 인도-태평양에서의 중국 견제를 노골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최근 외교부 발표를 보면 그렇다.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의 조화로운 발전 입장 아래 중국과의 소통을 지속하겠다”고 한다. 미국의 액션 없이는 당신들과 뭔가 해볼 여지가 없으니 양해바람이란 뜻이다.

 

이처럼 사실상 글로벌 전체가 사실상 反(반)중국으로 돌아서고 말았기에 향후 3-4년이 지나면 중국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줄 것이다. 중국의 패권도전은 확연하게 제동이 걸렸으며 심지어는 상당 기간 동안 쓰라린 맛을 보게 될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중국을 꺾어놓으려는 미국 입장에서 “차이나 바이러스”란 문구는 전 세계 일반 대중의 지지를 얻는 데 있어 결정적인 好材(호재)가 되고 말았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슈는 G 7 정상회담 자리를 통해 보여준 바와 같이 한일 관계는 이제 위험한 단계는 지났어도 여전히 냉각기가 필요함을 말해주고 있다. 바이든이 너희들 더 이상 시끄럽게 굴지 마! 하고 주의를 주었기 때문이다. 내년 새 정부가 들어서야 진전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한 문제 또한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연장했다. 사실상 올 해로선 아무런 진전이 없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경제면에서 올 해 하지에 생겨난 변화 중에 하나가 미국의 금리 논쟁이다. 하지만 이른바 FOMC, 즉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부의장을 맡고 있는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연방은행 총재가 21일자로 통화정책의 긴축 전환은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봐서 금리 인상은 아직 아니라고 봐야 하겠다.

 

하지만 내년 하지 무렵이 되면 금리인상 문제에 대한 답이 확연해질 것이라 본다.

 

다만 우려되는 것 한 가지는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가 하지 무렵에 와서 이슈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비드 19와의 전쟁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판단이 든다. 신약 노바백스가 어느 정도 해주느냐에 달려 있지 않은가 싶다.

 

 

사람 역시 하지의 운에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이처럼 하지 무렵에 생겨나는 변화는 시간을 두고 좀 더 구체화되면서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사람의 60년 운세 흐름에 있어서도 입춘으로부터 22.5년이 경과한 하지의 상황을 보면 향후의 흐름을 이미 그 속에 모두 갖추고 있다고 보면 된다.

 

얼마 전 유튜브에 보니 조던 피터슨이 “사람은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참으로 탁월한 생각이라 본다. 특히 사람의 운명에 있어 60년 순환의 하지 운에 그 사람이 무엇을 보고 있느냐 하는 점, 바로 그게 그 사람의 미래 비전(vidion)이기에 그 사람은 그를 향해 움직일 것이니 그로서 그 사람의 미래가 결정 난다고 나 호호당도 생각하기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하지에 보이는 것, 실은 그게 전부이다. 남은 것은 그 본 것을 향한 움직임만 있을 뿐이다. 물론 이곳에서 저곳으로 움직여가려면 힘이 들고 노력이 필요하며 도중에 무수한 장애물과 만난다. 그래서 삶은 苦生(고생)이다.

 

지금 이 시각은 어제 하지로부터 근 24시간이 지난 22일 점심 시간이다. 여전히 해가 길고 또 길다. 지금이라도 고개를 들어 중천의 해를 한 번 바라보면서 올 한 해 나는 무엇을 바라보면서 살고 있는지 확인해보시길 바라면서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