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 알고 보면 생사가 나뉘는 때

 

 

21일은 小滿(소만)이었다. 따뜻한 봄 같기도 하고 초여름 같기도 한 때, 하지만 놀랍게도 소만은 모든 생명들의 생사가 가름되는 때이다.

 

소만에 이르러 어떤 나뭇가지에 잎이 피어나지 않았다면 그 가지는 죽은 가지이고 나무에 잎사귀가 매달리지 않았다면 그건 죽은 나무이다. 지난 해 바람에 실려 여기저기 날려 온 풀씨 역시 땅위로 힘차게 줄기를 뻗고 있지 않다면 그건 죽은 풀씨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새 풀이 땅위로 올라오지 않았기에 그 자리에 생명의 몸부림이 있었는지조차 모른다.)

 

풀이나 나무만이 그런 게 아니다. 세상 모든 생명이 그렇다. 물론 우리들도 그렇다. 소만으로서 모든 생명들의 죽고 살고가 가름된다. 소만으로서 죽은 놈은 보이지가 않아서 무시되고 산 놈만 힘차게 자라고 뻗어간다. 작은 것들이 벌판에 가득 찬다고 해서 小滿(소만)이다. 그 작은 것들을 이름 하여 싹수라고 부르고 있으니 온 세상이 싹수로 가득하다. 그 작은 것들은 여름에 힘하고 무성하게 자랄 것이고 가을이 되면 결실을 맺을 것이다.

 

 

싸가지가 나오는계절

 

 

싹수가 있다는 말은 장차 발전할 낌새나 징조가 보인다는 표현으로 많이 쓰인다. 싹수의 방언으로서 싸가지란 말이 있는데 이를 사전에선 지방 방언이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본말이 전도되었다. 실은 싸가지가 표준말이자 순수 우리말이 되어야 하겠고, 거꾸로 싹수가 실은 애매한 말이다.

 

어린 소를 송아지라 하고, 어린 개를 강아지라 하는데 이게 방언인가? 우리말은 어린 생명에 대해 “-아지”란 말을 붙이고 있으니 어떤 풀이나 나무의 어린 싹을 싸가지라 한다. 이게 무슨 사투리이고 방언인가 말이다. 반면 “싹수”란 말은 싹이라 우리말에 한자의 數(수)를 결합한 말이니 애매한 합성어이다. 참고로 싸가지의 정식 한자어는 萌芽(맹아)가 된다.

 

돌아와서 얘기한다. 소만으로서 온 산과 들, 그리고 논과 밭에 이런저런 싸가지로 가득 차게 되니 그 놈들이 노랗고 비실대지만 않는다면 그 모두 가을에 가서 결실을 볼 생명들이다. 파랗고 싱싱하게 올라오니 그를 보고 싸가지가 있다고 한다.

 

 

사람 역시 소만으로서 결정이 난다. 

 

 

수 십 년을 살아가는 우리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소만 전까지 봄을 타거나 입맛이 없다가도 소만이 지나면 식욕이 되살아나고 체력도 강해진다. 물론 의욕도 강해진다. 그게 정상인 징조이고 그로서 한 해를 건강하게 살아간다. 따라서 소만이 지나 6월이 되어도 여전히 입맛이 없고 체력이 부실하다면 그건 최소한 올 한 해를 건강하게 보내긴 어렵다는 징조라 봐도 무리가 없다.

 

나이 들어 세상을 뜨는 것도 마찬가지, 죽는 때는 8월일 수도 있고 11월일 수도 있지만 실은 소만으로서 숨을 거둘 모든 징조가 다 나타난다. 다만 사람들이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을 모를 뿐이다.

 

강조하지만 소만은 이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본격적으로 활개를 치는 때이고 거침없이 욕망을 뿜어내면서 세상을 자신의 품으로 빨아들이고 흡수해가는 때이다. 잡아먹고 잡아먹히고의 투쟁과 전쟁, 그리고 사랑, 얼핏 모순되는 두 가지 활동이 본격화되는 것이니 줄이면 생명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순환, 생명의 순환, 그게 바로 운이란 것이니 

 

 

생명과 성장의 계절은 석 달간 이어진다. 그 이후 석 달은 결실의 마무리 계절이고 이에 11월 20일 경의 소설이 되면 죽음이 3개월간 세상을 지배한다. 그러다가 다시 새 해가 와서 2월 20일의 雨水(우수)가 되면 생명의 씨앗들이 땅 밑에서 그리고 보이지 않는 그 어딘가에서 꿈틀대면서 새로운 세상을 준비해간다. 바로 이게 순환이자 생명의 순환이다.

 

우리 인간이란 존재는 다년생, 아니 수 십 년을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들과 산의 초목이나 동물에 비해 우월한 존재란 관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우리 또한 세포 차원에서 보면 한해살이나 별 다름이 없다.

 

인간보다 더 오래 사는 나무들도 알고 보면 한해살이 생명이다. 작년의 나무는 새 해가 되면 죽어서 시체가 되니 그것이 바로 해마다 한 겹씩 쌓여가는 木質(목질)이다. 생명으로서의 나무는 바깥의 껍질과 목질 사이에 존재하는 엷은 층이란 사실.

 

다만 우리 인간이란 동물은 뇌의 활동을 통해 해마다 살고 죽는 세포들을 통합해서 전체로서 연속적인 ‘하나’라는 총체적 인식을 발전시켜왔으니 이를 흔히 自我(자아) 의식이라 부른다. 자아 또는 자아의 정체성이란 것은 결국 뇌에서 만들어진 의식작용에 불과하다.

 

동물이나 풀이나 우리 인간이나 그리고 인간보다 더 오래 살아가는 것 같은 나무들, 그 모두가 한해살이 생명인 것이다. 달리 말하면 우리들 역시 해마다 살고 죽고를 거듭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 인간이 오래 산다는 것은 결국 세포의 자기복제기능 또는 재생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다는 말이나 같다. 예컨대 우리 피부의 세포들은 부단히 재생과 복제를 거듭해가고 있으며 이때 죽은 세포는 각질이 되거나 아니면 피부에서 때가 되어 떨어져나간다. 물론 피부세포를 비롯해서 모든 장기의 세포들이 영원무궁토록 복제하고 재생해낼 수가 없기에 결국엔 총체적인 기능 부전에 도달하게 되니 그를 우리는 죽음이라 부른다.

 

생명이란 것, 생각하면 할수록 신비하기 이를 데 없다. 어떻게 이런 멋진 유기체가 지구상에 생겨났을까나!

 

(이처럼 한 해를 순서대로 채워가는 24절기 중에서 소만이란 놈 하나만으로도 200자 원고지 1천장 정도는 너끈히 메울 수 있을 것 같으니 언제나처럼 나 호호당의 모든 글은 축약일 수밖에 없다.)

 

 

운이란 게 사실 순환이란 말의 다른 표현이기에 

 

 

60년 순환에 있어서도 논리는 정확하게 동일하다. 참고로 순환의 다른 말은 運(운)이다. 운의 변화란 결국 60년 순환에 있어 절기의 변화이고 계절의 변화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의 운세 변화를 볼 것 같으면 입춘 바닥으로부터 17.5년이 흐른 소만의 때에 향후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다 눈에 들어온다. 小滿(소만), 작지만 이제 구체화되고 시작된 것이니 다음은 그것의 성장이고 결실이고 죽음의 과정일 뿐이기 때문에 소만으로서 모든 것이 결정이 난다. 다시 말하면 소만으로서 그 사람의 싸가지를 보면 30년 뒤의 小雪(소설)에 구현될 모습을 대강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소만에 나온 한미정상회담의 내용

 

 

그렇다, 마침 소만으로서 한미 정상회담의 전문이 발표되었다. 그 내용이 꽤나 대단하다. 지금까지 이토록 긴 장문의 정상회담 결과를 대한 적이 없다. 게다가 영문 전문에 비해 한글 전문의 내용은 약간 축약한 감이 있다. 국내 정치 상황을 감안한 것이 아닌가 싶다. (영문을 읽을 수 있다면 한 번 살펴보시길.)

 

간단히 내용을 얘기하면 이제 우리나라는 미국의 동아시아 지역 전속 에이전트, 달리 표현하면 여느 하청국가가 아니라 전속하청국가로 격상되었다고 하겠다. 반도체와 배터리, 그리고 백신을 미국 스스로 자국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유지하자니 계산이 서질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전략물자라 하겠기에 코리아, 너희들이 생산을 전담해라, 물론 어느 정도까지 물량 개런티를 해주겠다, 이런 정도이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선 당장 확약할 순 없지만 아무튼 최우선적으로 공급해주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다만 미군과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 한국군 전 병력에 대해선 백신을 준다고 하니 이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염두에 둔 생각으로 보인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제재는 비핵화가 확실해지지 않은 한 어림도 없지만 인도적 지원, 다시 말해서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숨통은 열어주겠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그 대신에 남지나해와 인도양-서태평양에서의 중국을 견제한다는 언급과 함께 대만 문제에 대해 우리가 미국과 행동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언급을 ‘대만해협’이란 말로서 우회하고 있으니 이는 중국 외교의 慘敗(참패)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니 이제 시진핑 방한의 가능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얘기이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그간 국내정치에서 사실상 중도 좌파 노선을 표방해왔는데 이번에 보면 결국 권력을 잡기 위한 시늉에 불과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번 내용은 과거 한미 FTA 보다도 더 구체적으로 미국의 영향력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으니 그렇다. 민주당이란 게 포퓰리즘을 위한 좌파 지향이었을 뿐, 우리 정치에 있어 사실 보수도 진보도 그다지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해주고 있다.

 

 

증시, 이제 상승 모멘텀을 되찾게 생겼으니 

 

 

정치야 그렇다 치고 달리 중요한 점은 이제 증시가 오르게 생겼다는 얘기이다. 1월 초부터 지금까지 조정 양상을 계속해오던 증시였는데 배터리와 반도체, 백신, 자동차 등의 종목들은 나름 미래의 시장이 확보되었다는 차원에서 주가 상승이 시작될 것 같고 반면 그간 주도주 역할을 해오던 화학이나 조선, 철강 등은 이제 상승에 제약이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 시장이 중요한 화장품 종목은 부정적일 것이고.

 

줄여 말하면 증시도 이제 싸가지가 보인다는 점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시각은 5월 24일 월요일 새벽 1시, 이제 자고 나서 내일 아침 장을 보면서 서서히 매수를 늘려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