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괴롭히고 경제도 부진하고
8월 하순에 밤 1시가 다 되도록 기온이 31도씩이나 되는 더위는 정말이지 머리털 나고 처음 겪는 일이다. 지금 시각은 8월 23일 새벽 1시이고 오늘로서 더위가 멈춘다는 절기인 處暑(처서)이건만 초열대야라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올 해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열폭탄을 맞았다. 사람은 모두 곯았고 온 산천초목이 불에 그슬리고 데었다.
7월 고용 발표를 접하고 나서 맥이 풀리고 기가 빠졌다.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걱정하고 우려하던 그 이상의 나쁜 수치가 나왔기 때문이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했던 현 정부 역시 크게 놀란 모양이다. 며칠 사이에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여러 대책과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8월 6일자 글에서 얘기했듯이 올 7월은 향후 45개월의 흐름과 방향을 처음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달이었다. 2017년 4월부터 2022년 3월에 이르는 60개월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는 말이다.
그야말로 복잡한 심사
이에 일요일 새벽 블로그에 글을 올린 이래 지금 목요일 새벽 이 시각까지 머리가 복잡해서 도무지 글이 써지지 않을 정도이다. 공연한 얘기가 절대 아니다. 나 호호당의 아들 녀석 역시 작은 벤처 사업을 막 시작하고 있는 터라 나라 전체가 어려워지면 조금치도 좋을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새 걱정 끼칠 내용이 되어버리니 지워버리고 다시 쓰고 이러기를 사흘째 여러 차례 반복하고 있다. 기분 전환을 위해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지만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 도중에 죄다 찢어버렸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지적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 기사를 보니 우리 대한민국은 이제 경제 모델을 바꿀 때가 되었다는 지적을 하고 있었다. 일본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기술을 흡수하고 학습해서 성장 발전해온 방식이 중국의 등장으로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체, 그게 너만 알고 있는 줄 아니? 당사자인 우리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알고 있어 임마, 하고 대꾸한다.)
물론 맞는 지적이다. 그 말이 틀리진 않다. 하지만 새로운 모델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에 대해선 그야말로 막막하기만 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우리나라가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말 그리고 출산율 저하와 노령화로 2016년부터 노동가능인구가 줄기 시작했으니 글로벌화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어려운 구조개혁
구조개혁은 결국 생산성을 높이라는 얘기인데 이게 당장은 일자리 문제와 충돌하게 될 것이고 글로벌화란 해외로부터의 인력 유입과 산업시설의 해외이전을 의미하는 것 같긴 한데 그게 우리 입장에서 여러 모로 쉬울 까닭이 없다.
사실 전 정권인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것이 바로 구조개혁이었으니 ‘경제혁신3개년 계획’이 그것이었다. 시장원리를 더 도입해서 사회 각 부문의 생산성을 높여보자는 것이었지만 이는 당연히 국민들의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고 특히 노조의 반발로 지지를 얻어내긴 어려운 정책이었다.
양날의 칼과도 같은 소득주도성장론
탄핵 이후 들어선 현 문재인 정부는 사실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말할 수 있고 또 참신하다고 평할 수도 있는 ‘소득주도성장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과 주52시간 근무가 주 내용이다. 물론 현 정부 역시 혁신성장을 얘기하고는 있지만 본질에 있어 主(주)가 아니라 副(부)일 수밖에 없다.
나 호호당의 개인적인 견지에서 말을 하자면 ‘소득주도성장론’이란 것을 처음 접했을 때, 경제의 주류 이론이 아닌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것이란 관점, 게다가 날로 탄력이 죽어가는 우리의 처지를 놓고 볼 때 다소 모험적이긴 하지만 한 번 시도해봄직도 하다는 생각을 했다.
결과가 그다지 크게 부정적이지만 않다면 그리고 나아가서 잘 되기만 한다면 굳이 파이낸셜타임스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현재 우리 모두가 고민하고 있고 장차 어쨌거나 우리가 만들어내어야 할 숙제인 새로운 경제 모델의 한 原型(원형) 즉 프로토타입(prototype)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커져가는 소득주도성장론
물론 7월의 고용 수치가 저처럼 나쁘게 나온 것이 야당의 주장처럼 소득주도성장론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 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연 소득주도성장론이 먹혀들고 있는 것일까를 자문해보면 결코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볼 때 현재의 경제 흐름이 다소 완만할지언정 경기가 확장 국면이었다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부르는 부작용이야 있을 수 있겠으나 그럼에도 경기의 선순환을 가져올 수도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달리 말하면 경기확장 국면에서 임금이 다소 빠르게 그리고 큰 폭으로 올라도 전체 경제가 그를 받아낼 수만 있다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수출을 제외한 모든 지표가 하락하면서 장기 경제침체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선 오히려 충격만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은 옳고 그름을 떠나 우리 경제의 그간 운용 방식에 있어 대단히 극적인 변화였다. 그간에 역대 정부가 흔히 해오던 SOC 투자를 통한 일자리 유지 또는 확충을 지양하고 그로 인해 생겨나는 예산상의 여유를 복지와 일자리 확충을 위한 지원 자금으로 돌렸으니 말이다.
일각에선 현 정부의 이런 정책을 좌파이념에서 비롯되었다는 지적을 하고 있지만 나 호호당이 보기엔 그런 것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고 여긴다. (더불어서 좌파든 우파든 국민이 잘 먹고 잘 살 수만 있다면 그게 무슨 문제이랴!)
나 호호당이 진짜로 우려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기대하기도 하는 것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그간에 시도해보지 않았고 따라서 꽤나 급진적인 정책조합(policy mix)이란 점이다. 시도해보지 않은 것이기에 우려가 되는 것이고 반대로 잘 먹혀들기만 하면 그거야말로 최상이란 점에서 기대를 했었다는 말이다.
가보지 않은 길은 통하기만 하면 그야말로 대박인 것이고 반대로 통하지 않을 것 같으면 그건 무모한 도박이었다는 지적으로 마무리된다. 그렇기에 가보지 않은 길은 누구나 두려운 바가 있다.
2000년대 초반에 시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
한편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정책을 우리가 만일 2000년대 초중반에 시도했었다면 충분히 먹혀들지 않았겠는가 하는 아쉬움도 든다.
당시만 해도 우리 경제의 양극화가 막 시작되던 초기였고 경기 역시 글로벌 호황에 편승해서 순항하던 때였기에 최저임금인상을 통한 전체적인 인금상승이 경제에 대해 부작용을 주기 보다는 경제의 선순환을 자극하고 양극화 해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참신한 정책이었을 것 같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그간 우리가 걸어온 길은
물론 역사에 있어 가정법은 쓸모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한 번 되돌아보자.
우리 경제는 2000년대 초반 외환위기를 벗어난 이후 시중으로 끊임없이 돈이 공급되었고 그 돈들은 오로지 대거 아파트와 부동산으로 흘러들었다. 여기에 자극받은 중산층까지 대거 빚을 내어 아파트 매수 대열에 동참했다.
그 바람에 엄청난 유동성으로 인해 경기는 흥청망청 잘 돌아갔지만 그 대가로 오늘날 막대한 가계부채를 떠안게 되었고 또 그 결과 소비여력이 고갈되고 말았다.
또 한 가지 측면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 나서는 과정에서 수지타산 즉 이른바 자산대비수익률(ROA)라든가 자본대비수익율(ROE)같은 것에만 매달린 결과 인력의 지속적인 정리와 구조조정에만 매진해왔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대기업들은 노조와 결탁해서 이익을 나누었고 그로 인한 부담은 협력업체 내지는 하청기업들에게 떠넘기는 과정에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양극화를 엄청난 속도로 확대 심화시켰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터지긴 했으나 사실 그때만 해도 우리 경제는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위기극복이란 명분을 내세워 시중에 대폭의 통화 공급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에 매달렸고 그 이후 박근혜 정부는 처음엔 구조개혁을 시도했으나 노조의 반대와 경기 침체로 인한 지지율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대출 증가를 통한 부동산 부양으로 일관하고 말았다.
이에 상황이 더욱 엄중해진 우리 경제의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 지금의 문재인 정부이고 방법론은 소득주도성장이다.
나 호호당은 우리 국운의 흐름으로 볼 때 향후 지속적으로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어려워진다 해도 어느 정도냐의 문제가 있다. 이에 어쩌면 소득주도성장이란 새로운 시도가 그런 흐름을 다소 완화시켜주지 않겠느냐는 기대 또한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의 흐름 그리고 7월의 고용 동향을 접하고 나니 기대는 저리 가고 수많은 걱정과 우려가 일제히 몰려든다. 나 같은 보통사람도 그러니 모든 책임을 짊어진 대통령이야 얼마나 걱정이 되겠는가. 며칠 전 實事求是(실사구시)란 말을 강조했는데 이는 소득주도성장을 밀고 나가되 그로 인한 부작용 또한 잘 대처해야 하겠다는 뜻의 말일 것이다.
어쨌거나 잘 되어야 할 텐데...
나 호호당의 나이도 이제 예순하고도 넷이다. 젊은 날의 稚氣(치기)나 客氣(객기)는 이제 많이 사라졌다. 그렇기에 보수 진보와 같은 단순구분법에 별 흥취가 없다. 그저 현실만 바라보게 된다.
이런 말을 하는 까닭은 돌이켜 볼 때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책이 비록 일반적이지 않고 다소 모험적이긴 하지만 현 우리 상황을 볼 때 그렇다고 해서 구태의연한 정책만 답습할 순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전부터 결정적인 시기로 보고 있던 7월의 수치가 무척이나 부정적으로 나온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솔직히 말해서 현 시점에서 대통령이 그간의 정책을 접을 순 없을 것이라 본다. 다소 수정할지언정 포기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그렇기에 어찌 되었건 잘 되어서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길 수 있어야 할 터인데 하는 마음, 또 만일 현 정부의 정책이 실패로 돌아가면 그 데미지는 미처 감당하기 어려울 텐데 하는 생각 등등 대단히 복잡하고 착잡한 심사로 해서 이번 주 내내 울적하기만 한 나 호호당이다.
어렵사리 글을 마치고 나니 새벽 3시 25분이다. 기온을 보니 여전히 30도, 그 사이에 겨우 1도 내렸다. 정말 욕이 나온다. 제발 원하건대 이번 태풍 솔릭이시여, 그간의 무더위를 한 방에 쓸어가소서! 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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