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는 곧 국가의 경제 활력을 대표한다.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는 한 마디로 말해서 우리 경제의 활력이라 봐도 무방하다. 지금의 기준금리 1.50%는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그야말로 초저금리인 바 이는 현재 우리 경제의 활력이 그간에 엄청나게 떨어져왔음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변화 추이


1978년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무려 34%였다. 급격하게 발전하는 개발도상국들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당시 시중금리는 50%를 상회했다.) 


그러다가 우리 경제가 도약하기 시작하던 1980년대 중반의 경우 17%였다. 금리가 높다는 것은 돈이 흘러갈 곳이 많다는 얘기이고 투자에 따른 기대수익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이다. 이른바 투자만 하면 돈이 되던 시절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니라의 기준금리는 4-5% 대를 오르내리게 되었다. 사실상 우리 경제의 활력이 위축된 것이다. 


그리고 다시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금리가 2%대까지 내렸다가 2011년 3월 글로벌 경제 회복의 기대감으로 인해 잠시 3.25%까지 올랐던 것이 마지막이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는 심한 불경기와 디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렸다. 비록 미국을 필두로 양적완화라고 하는 유례가 없는 돈풀기 정책으로 그런대로 견뎌왔지만 1980-2000년대 사이의 글로벌 호황은 이제 추억 속의 일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2014년에 들어와 종전과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일이 우리 경제 내부로부터 발생했다. 글로벌 경제라는 외생 변수가 아니라 우리 자체의 성장 탄력이 죽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종전 최저였던 2.00% 이하로 인하해야만 했다. 



2014년부터 정착된 초저금리 흐름



2014년 이후로는 이제 2.00%대의 기준금리를 감히 생각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초저금리 시대가 정착되었다. 


그간 한은은 글로벌 불황을 이유로 초저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그 이유를 들먹일 수 있었지만 2017년 이후로는 더 이상 그런 핑계를 댈 수 없게 되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었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는 외부변수가 아니라 우리 자체의 문제



아시다시피 미국은 이미 금리 인상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 바람에 미국 연준 금리가 우리 기준금리보다 더 높은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그렇기에 2014년부터의 초저금리 기조는 더 이상 글로벌 불황에서 오는 외생 변수라기보다는 우리 자체의 요인, 다시 말해서 우리 경제의 탄력이 급속도로 죽기 시작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작년부터 미국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전체가 회복세를 보이자 한은은 작년 2017년 11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으로 한 번 올렸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한은은 금리인상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는 분명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기준 역할을 하는 미국 연준의 금리는 이미 단계적 인상의 길을 밟고 있는데 우리 경제는 전혀 살아날 기미가 없으니 올릴 수도 없고 그대로 유지하자니 부작용이 걱정된다. 


이는 2014년부터 우리 경제 자체의 탄력이 크게 떨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작년 말에서 올해 초에 이르러 우리 경제가 장기 침체의 초입으로 들어서고 있음을 말해준다. 



난데없는 부동산 상승과 그 원인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경기가 부진하거만 최근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난데없이 일부 부분적이긴 하지만 서울의 부동산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정부는 즉각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국세청이 나서서 자금출처 조사에 진력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일단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이 발단이었다. 싱가포르 선언인가 뭔가 하면서 용산과 여의도를 통으로 개발하겠다는 발표가 그것이었다. 이제 슬슬 차기 대권을 준비하기 위해 뭔가 가시적인 사업을 한 번 해보겠다는 것으로 이해가 되는데 결과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불을 붙였다. 


박 시장의 발언이 부동산 상승의 빌미를 제공하긴 했지만 그 바탕에는 그럴만한 요인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게 뭐였을까? 


이번 부동산 시세가 들먹이게 된 근본 요인은 다름 아니라 한은이 지속적으로 초저금리를 유지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한은은 초저금리를 통해 시중에 지속적으로 돈을 풀고 있지만, 문제는 통화의 유통속도가 종전에 비해 엄청나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돈이란 것은 여러 사람의 손을 많이 거쳐야만 제 몫을 한다. 돈의 주인이 자주 바뀌면 그 과정에서 상품과 서비스의 교환이 활발해지고 그로서 경제가 활발하게 성장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은 한은이 지속적으로 시중에 돈을 많이 풀고 있어도 그 풀려난 돈들이 마땅하게 갈 곳이 없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이를 두고 시중에선 ‘돈맥경화’라고 한다. 돈이 원활하게 돌지 않는다는 뜻이다. 


돈이 돌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경제 전체적으로 투자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소비는 막대한 가계부채 부담으로 인해 소비할 여력이 없어졌고 기업의 투자마저 부진하니 사실상 현 우리 경제는 정부의 재정지출에 의존하고 있는 형국이다. 


돈이 갈 곳이 마땅하지 않다는 말은 수익성이 없다는 말과 동의어이다. 돈은 돈이 되는 곳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지금은 돈이 될 곳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통화의 유통속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그러자 투자처를 찾는 돈들이 박 시장의 발언을 빌미로 해서 부동산 시장 쪽으로 몰려들었고 그 결과 부동산 시세 상승을 불렀다. 박시장도 많이 놀랐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 역시 처음엔 경제혁신3개년 계획을 통해 우리 경제의 구조개혁을 시도했다. 하지만 원래 그런 정책은 인기를 얻기 어렵다. 노조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치면서 좌절했다. 그러자 최경환 부총리를 내세워 결국은 통화 공급을 통해 본의든 본의 아니든 부동산 시세만 올려놓는 식으로 경기부양을 했다. 



결국은 부동산일 것이란 시장의 왜곡된 기대



역대 정권을 거치면서 경험이 쌓인 부동산 시장이다. 이번 정부 역시 지금은 소득주도성장이다 뭐다 하고 있지만 어차피 안 될 것이다, 그러면 이번 정부 역시 나중에 가선 SOC 사업의 확대라든가 부동산 부양 쪽을 택하게 될 것이란 판단을 하는 모양이다.

 

갈 곳을 찾고 있는 시중의 유동자금들이 부동산 쪽으로 몰리게 된 것에는 정부의 잘못도 없지 않다. 박 시장의 발언만이 아니라 현 정부의 정책인 구도심 재개발 사업이라든가 최근 대통령이 복지형 SOC 확대를 주문한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저금리로 인해 쌓인 돈들이 갈 곳을 모색하던 차, 나름 길을 그 방면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정책이란 이래서 참으로 어렵다. 이번 부동산 가격 상승의 빌미는 사실 서울시장 그리고 정부가 제공한 셈인데 박시장이나 정부는 당연히 그런 결과를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이에 부랴부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까지 선포하고 나섰다. 


구도심을 재개발할지언정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안 되는 것이고 여의도와 용산을 통으로 개발해도 부동산 시세가 오르면 안 된다는 것이니 사실 참 어렵다. 이에 박 시장은 발언을 철회했다, 그런 것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고 하면서. 


정부가 조기에 적극 진화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라 본다. 하지만 이미 탄력이 붙은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가 진정되려면 약간의 시일이 걸릴 것이라 본다. 



참으로 어려운 정부의 입장과 정책 시행



어쨌거나 정부의 입장이 실로 어렵다. 


최저임금인상 역시 시행해놓고 보니 자영업자들은 죽겠다고 아우성이고, 더불어 주52시간까지 더해지자 기업들은 부담이 너무 커져서 못해먹겠다고 울상이다. 이에 정부는 열심히 재정 지출을 통한 보완책 마련에 급급하다. 내년엔 무지막지한 규모의 재정지출을 단행하겠다는 정부이다. (사실 재정지출 확대는 나중에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란 점에서 그렇다.) 


정부는 대기업 재벌 위주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소기업과 스타트업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쏟고 있다. 다양한 지원정책과 예산 편성을 통해 신규창업을 지원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은 참으로 어렵다. 이게 꼭 돈이나 정부 지원만으로 해결되기엔 현실의 두꺼운 벽 앞에서 역부족인 감이 든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중국으로부터 왔다.



우리가 이렇게 어렵게 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보면 결국은 글로벌 경제에 있어 중국의 비중이 커진 결과라고 본다. 


그 바람에 우리 경제는 여러 방면에서 탄력을 잃기 시작했다. 모든 방면에서 우리의 주력상품과 중국의 그것이 본격적으로 충돌하기 시작했다는 점으로 인해 다양한 경로로 대두되기 시작한 부정적인 영향이라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