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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t out and keep to make you smile when you're feeling low.", 영국의 대표적인 황색언론인 ‘더 썬’에 실린 기사이다. 꼴찌를 한 독일의 실상을 보여주는 월드컵 F조의 순위표 밑에 붙은 말이다.
우리 대표 팀이 초대형 사고를 쳤다. 이에 영국만이 아니라 독일을 제외한 전 유럽이 축제 분위기이다. 그야말로 이른바 정의구현이고 적폐청산인 셈이다.
독일은 무려 80년 만에 16강 탈락이라 한다. 아무리 죽을 쒀도 8강까진 가던 독일이었으니 마른하늘에 날벼락 꼴이다.
예견된 조짐
사실 조짐은 충분히 있었다. 98 프랑스 월드컵 우승국인 프랑스와 06 독일 월드컵 우승국인 이탈리아, 10 남아공 월드컵 우승국 스페인, 이 세 나라는 모두 그 직후의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망신을 당했다.
그랬으니 독일 역시 혹시나 이번에 조별 예선 탈락? 이런 생각은 어지간한 축구팬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나 역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가장 약체인 우리가 독일하고 최종전을 치르게 되니 아무래도 독일이 조 예선 정도는 그래도 통과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번 월드컵에서 독일이 조 예선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생각까진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은 성적을 올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생각은 진작부터 하고 있었다.
급속도로 기울고 있던 요아힘 뢰프의 운세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감독인 요아힘 뢰프의 운세 흐름이 작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바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요아힘 뢰프, 1960년 2월 3일 점심 때인 12시 45분에 태어났다.
사주를 뽑아보면 己亥(기해)년 丁丑(정축)월 辛酉(신유)일 甲午(갑오)시가 된다.
따라서 운세 바닥인 立春(입춘)은 2021 辛丑(신축)년이 된다. 3년 뒤가 운세 바닥이란 얘기이다.
저번 2014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대공을 세운 뢰프였지만 실은 그게 마지막이었다. 2014년은 갑오년, 따라서 그에게는 재운이 최절정에 이르렀던 때였고 2015년부터는 모든 재운이 급격하게 소멸하고 있었는데 여전히 감독직을 맡고 있었으니 비극은 예고된 셈이었다.
그런 운세를 두고 나 호호당은 財(재)가 消滅(소멸)하는 운이라 부른다. 운세 흐름에 있어 2015년을 기점으로 財數(재수)가 급격하게 사라지거나 떨어지는 운세이기에 그렇게 부른다.
박수 받을 때 떠났어야 했는데!
그렇기에 나 호호당은 박수 받을 때 떠나라는 말처럼 뢰프 역시 2014년 월드컵 우승과 함께 대표팀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면 두고두고 박수를 받을 것이요 더 하면 비난을 받을 터인데 하는 생각을 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뢰프는 조 예선 탈락이라는 독일 축구로선 역대급 사고를 치고 떠나게 생겼으니 딱한 일이다.
책임질 일 없는 히딩크 감독도 편하게 한 마디 거들고 나섰다. 으레 16강이야 진출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던 독일은 그간 거만하기까지 했는데 이번에 벌 받은 셈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번 월드컵에 네델란드는 아예 나오지도 못 했으니 히딩크 감독 역시 속으로 독일을 미워하고 있었을 것이다.)
클리스만과 대비되는 요아힘 뢰프
결국 전 독일 대표팀 감독 ‘클린스만’이 현명했다. 그 역시 2010년이 입춘 바닥인 데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3위의 성적을 올린 다음 미련 없이 감독직을 뢰프에게 물려주었기 때문이다.
클린스만은 2006년 월드컵 직전까지도 계속 비난을 받았지만 결국 3위의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그러자 비난 여론이 일제히 우호적으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직을 떠났으니 더더욱 이번의 뢰프와 대비가 된다.
내 생각에 만일 월드컵이 올 해 2018년이 아니라 작년 2016 정도에 개최되었다면 뢰프의 독일 팀도 그런대로 체면은 살렸을 것이라 본다. 그로부터 겨우 2년 사이에 독일의 경기 운영 방식과 전술은 이미 퇴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정말 실력이 없는 독일의 플레이
어젯밤 우리 대표팀과의 시합을 지켜보면서 전반 20분이 지날 무렵 갑자기 이거 좀 이상한데? 싶었다. 점유율은 당연히 독일이 높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독일은 내가 그간 보아오던 독일이 아닌데 싶었기 때문이다.
전반이 끝난 뒤 이거 잘 하면 비기거나 더 나아가서 이길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전반 내내 내 눈엔 우리 팀이 못 하는 장면보다도 독일이 못 하는 장면이 압도적으로 인상에 남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독일 저 놈들 ‘뻘짓’하고 있구나 싶었다.
조현우의 빛나는 선방이 단연코 눈에 들어왔지만 독일 선수들의 헤딩 슛, 예각으로 꺾는 슛이 아니라 공중으로 봉-하고 부드럽게 뜨는 헤딩을 보면서 아니 저 거 우리 대표팀이 원래 하던 슛인데 싶었다.
독일이 넣었다 싶은 순간의 반은 조현우가 막았고 반은 독일의 헛발질로 마무리되고 있었으니 저건 독일이 아닌데 했다. 쟤들 저러다가 우리에게 덜미를 잡힌다 하는 말이 연신 입에서 나왔고 독일의 역대급 똥플레이! 하는 말도 튀어나왔다.
천억 짜리 선수로 알려진 토니 크로스가 여러 차례 날린 슛 역시 익히 보던 우리 대표팀의 슛이었다. 골대 위로 붕-뜨면서 관중석으로 날아가는 슛 말이다. 쟤들이 우리가 하던 짓 하고 있잖아? 그러면 니나 내나 차이가 없단 말씀.
독일이 하는 플레이 어느 하나 잘 하네 싶은 것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냥 패스만 많았다. 단조로운 전술, 마치 고장 난 시계의 바늘이 계속 해서 같은 장소에 걸려서 넘어가지 않고 있는 모습과도 같았다.
내 살다 살다 별 일 다 보게 되네 하는 생각에 빠져 보고 있던 중 난데없이 문전 혼전 중에 마침내 우리가 골을 넣고 나니 이게 도대체 뭔 조화속인가 싶었다.
뢰프, 컨그러츄레이션! 하는 탄성이 절로 튀어나왔다.
뢰프야, 직접 말은 전하지 못했지만 저번 브라질에서 우승했을 때 곱게 그만두라고 내가 얘기했었지, 봐라, 넌 이제 독일 축구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기게 되었으니 이를 어쩐담! 아무튼 추카 또 추카.
자만에 빠져 변화하지 못했던 독일 축구
이른바 텐백 축구의 유행으로 인해 오늘날 축구는 이렇다 할 스트라이커를 찾아보기 어려운 시절이다. 브라질 월드컵이 있었던 4년 전과 비교해도 너무 달라졌다. 독일 역시 이렇다 할 스트라이커가 없긴 마찬가지.
영국 팬들은 신이 났다. 독일이 러시아로 들어가선 되는 일이 없다는 말, 러시아 전선에서 실패를 했던 히틀러보다도 더 못 했다는 말 등등 조롱과 야유의 잔치, 홈에서 7-1로 대패한 바람에 독일에 대한 원한 가득한 브라질 팬들도 빠질 세라 한 몫 거들고 나섰다.
아무튼 우리로선 기념비적인 승리의 날이었다. 우리 팀은 투지와 열정으로 뭉쳐 열심히 했다. 물론 여전히 실력은 떨어지지만 독일을 월드컵에서 손을 봐줬으니 그게 어딘가.
축구나 정치나
시합이 끝나자 갑자기 우리 정치가 생각이 났다.
정권을 잡고 10년이 흐르면 응징을 당하는 것이 정치판의 법칙이다. 민주주의란 한 마디로 변덕의 정치. 그렇기에 정확히 말하면 이 세상은 7.5년이 흐르면 유권자들은 정권을 잡은 여당에 대해 피로를 느끼고 또 싫증을 내기 마련이다.
2008년 총선에서 대패를 했던 민주당이었다. 136석의 의석이 81석이 되었으니 사실상 절반이 날아갔던 민주당이었다. 그리고 2016년 총선에선 예상을 뒤엎고 민주당이 승리했고 이번 지방선거에선 보수 야당이 역대급 참패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06년 무렵 가히 선거의 여왕이었는데, 10년이 흘러 진박 논쟁이나 하더니 졸지에 2016년 총선에선 무참하게 무너졌다. 게다가 아무리 미워도 그렇지 결국은 자신을 지켜줄 울타리이자 같은 배를 탄 김무성 의원을 박대한 결과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까지 당했다. 편을 너무 갈랐던 박근혜의 잘못이지 달리 무엇이겠는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여당에선 ‘뼈문’이란 말이 나왔고 문돌이란 표현도 등장했다. 그러니 기분이 쌔하다. 진박이나 뼈문이나 같은 말이지 않는가 말이다. 정권 잡은 지 겨우 1년밖에 되지 않은 여당 내에서 벌써 치열한 편 가르기 혹은 분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말로만 들린다. 그런가 하면 또 다시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부상하고 있으니 정치란 참 골치 아픈 세계이다.
정리하자.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강자가 너무 오래 군림하면 그 자체로서 미움과 질시의 대상이 된다. 민심은 그런 것이다.
독일은 월드컵에서 2002년엔 준우승, 2006년엔 3위, 2010년에 또 3위, 그러더니 2014년엔 우승을 했다. 그간 4번의 피파 월드컵에서 우승 1회, 준우승 1회, 그리고 두 번의 3위를 했다는 말이다. 그런 절대강자 독일이 이번에 조 예선 탈락을 했으니 대단한 일이다.
독일 축구의 일대 서비스
독일에게 당한 나라들이 어디 한 두 나라이랴. 늘 억하심정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니 이번 독일의 탈락은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사실상 정의구현 혹은 적폐청산의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으니 참 좋은 서비스를 베푼 셈이다. 강자라 하더라도 가끔은 이런 모습도 보여주어야 오래 해먹을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두고두고 축구 팬들 사이에 기억될 이번 일에 대해 마지막으로 할 말은 딱 하나, 독일 졌지만 질만 했다. 지지리 못 하더라. 그러니 뢰프, 당신의 너그러운 지도력에 대해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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