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불사의 미녀 여신 서왕모와 반도복숭아
西王母(서왕모)는 중국 신화, 구체적으로 山海經(산해경)에 나오는 여신으로서 곤륜산에 산다고 한다.
처음엔 반인반수 즉 반은 사람 반은 짐승이었는데 不死(불사)를 관장했다고 했다. 죽지 않다 보니 나중에 점점 극도로 아름다운 美女(미녀)로 변하면서 연모의 대상이 되었다.
서왕모가 사는 곳은 곤륜산 꼭대기의 瑤池(요지)란 곳으로서 궁궐이 있는 아름다운 연못이다. 불로장생의 낙원으로서 그 주변의 蟠桃園(반도원)이란 복숭아밭에는 蟠桃(반도)복숭아가 매달려 있다.
3천년 6천년 9천년에 한 번 열린다. 3천년 만에 열리는 복숭아를 한 알만 먹어도 3천년을 더 살 수 있고 이런 식으로 6천년 9천년을 더 살면서 不老長生(불로장생)한다.
이에 서왕모는 복숭아가 익을 때마다 여러 신선들을 불러서 연회를 여는데 이를 반도연. 즉 반도원에서의 宴會(연회)라 한다.
이처럼 반도복숭아 나중에는 그냥 일반 복숭아까지 복숭아는 동아시아 세계에서 불로장수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서왕모의 반도복숭아는 손오공 때문에 떴다는 사실
서왕모의 반도복숭아가 결정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서유기의 손오공 때문이다.
손오공이 도술을 익혀서 온 세상 질서를 어지럽히자 하늘나라 천계에선 그를 불러 벼슬을 주어 달랬다. 그런데 그 벼슬이 겨우 말을 관리하는 하급 직위였다. 이에 심통이 상한 손오공이 다시 난리를 피우자 그에게 다시 내린 벼슬이 서왕모의 반도원을 관리하는 직책이었다.
그런데 역시 마음에 차지 않았던 손오공은 마침 신선들과 여러 하늘의 높은 귀인들이 모이는 파티 즉 반도연이 열리기 직전 반도원의 복숭아, 무려 9천년 만에 한 번 열리는 귀한 복숭아들을 마구 먹어버렸다.
뿐만 아니라 노자가 신격화된 太上老君(태상노군)의 궁전에 들어가 신선들이 먹는 金丹(금단)까지 다 먹어버리면서 불사의 존재가 되었고 이에 하늘나라를 제멋대로 부수고 다니면서 갖은 행패를 부린다.
노자가 손오공을 팔괘로에 가두어 태워 죽이려 했지만 죽기는커녕 불로 이글거리는 눈동자 즉 火眼金睛(화안금정)을 단련해낸다. 손오공이 변신한 요괴를 볼 경우 즉각 그 정체를 알아내는 능력도 바로 이 팔괘로 안에서 단련한 눈동자 때문이다.
이쯤에서 다시 蟠桃(반도) 복숭아로 되돌아간다. 오늘의 얘기는 복숭아가 주제이기 때문이다.
먼저 얘기할 것은 서왕모가 사는 곳은 중국 서쪽의 곤륜산이란 점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중국의 서쪽이란 사실, 즉 복숭아는 중국 서쪽에서 왔음을 일러준다.
복숭아의 원산지는 페르시아 같지만 실은 중국 남부지역이라는데
복숭아의 학명은 Prunus Persica이다. Prunus란 서양 자두란 뜻이고 Persica는 페르시아, 오늘날의 이란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페르시아 자두가 복숭아의 학명이다.
따라서 복숭아의 원산지는 이란인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중국 양자강 일대인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남부 지역에서 재배되다가 이란 쪽으로 전해졌는데 그곳에서 더욱 먹음직한 과일로 변했다고 보면 되겠다.
중국 서쪽의 중앙아시아 西域(서역)에서 전해진 복숭아
그 바람에 복숭아는 중국 서쪽, 즉 서역에서 전해진 과일로 알려졌다. 서쪽의 불로장생하는 여신 西王母(서왕모)가 전한 과일인 셈이다.
복숭아에는 일반적으로 황도와 백도, 그리고 껍질이 매끄러운 천도복숭아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먹음직한 놈은 역시 과즙이 많고 새콤달콤한 황도가 아닌가 싶다. 노란 빛깔의 황금복숭아.
먼 옛날 사마르칸트에서 중국 당나라 황실로 전해진 황금복숭아
몇 년 전 우연히 “사마르칸트의 황금복숭아”란 책을 사서 읽게 되었다. 출판사 글항아리의 번역본인데 책 이름부터 무척이나 異國的(이국적) 정취가 가득하다. 중국 唐(당)제국 시절의 국제교류와 사치에 관해 저술된 대단히 뛰어난 책이다.
그 책안에서 중국 당나라 당태종이 다스리던 시절 사마르칸드에서 황금복숭아를 헌상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에 출처를 보니 唐會要(당회요) 99권이라 되어 있었다.
그래서 중문 위키피디아 안의 위키문고에 들어가 찾았더니 다행히도 원문이 있어서 읽을 수 있었다.
내용인 즉 정관9년 11월 康國(강국)에서 금복숭아와 은복숭아를 헌상했다. 이에 영를 내려 궁중 정원에 심게 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참고로 康國(강국)이란 오늘날 사마르칸트 일대에 있던 소그드계의 왕국이다. 그리고 정관 9년이라 하면 635년 乙未(을미)년이다.
금복숭아 즉 황도와 은복숭아 백도가 당나라 궁중 정원에 635년에 심어졌다가 나중에 전파된 것이 오늘날 우리가 맛있게 먹고 있는 황도와 백도 복숭아인 셈이다.
사마르칸트의 황금복숭아 책 안에 보면 당제국 시절 뛰어난 神劍(신검)이 있는데 신라에서 왔다는 구절도 있다. 쇠를 다루는 기술이 중국보다 우리 쪽이 더 뛰어났음을 말해주고 있다.
복숭아는 건강에 좋다고 어머니가 일러주셨는데 그게 연원이 깊은 얘기였네
어린 시절 사업하시던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시면 여름엔 어머니께서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복숭아를 깎아서 드시게 하거나 아니면 갈아서 주스로 드시게 하셨다.
어머니가 일러주시길 복숭아는 건강 장수에 좋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나 호호당도 복숭아 특히 황도를 지금도 많이 좋아한다. 어린 시절 황도 통조림은 정말이지 꿀맛이었다.
그 황도가 사마르칸트에서 중국으로 전해지고 또 그게 고려로 전해져서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셈이 된다. 사마르칸트는 지금 우즈베키스탄에 있다.
중앙아시아 일대는 건조한 기후의 오아시스 도시들이 많다. 그래서 과일의 경우 糖度(당도)가 높다.
오래 전 중국 서쪽의 신장 위구르 자치지역인 투르판이란 곳에 갔었는데 고래로 위구르인들은 포도재배 기술로 유명했다. 그래서인지 투르판 역시 포도 생산이 엄청났다. 시장에 나갔더니 온통 포도를 팔고 있었는데 아주 달고 맛있었다.
최근엔 장호원의 황도가 맛이 좋다고 하는데
돌아가서 마무리하자. 황도는 최근 알아보니 이천 장호원의 것이 가장 알려져 있다고 한다. 햇사레 복숭아로 브랜드화되어 있다.
우리가 먹는 복숭아는 당나라 시절 중국 장안에서 신라로 전해졌을 것이니 그 조상이 무려 1300년은 족히 된다고 하겠다. 그 사이에 물론 끊임없이 개량되고 우리 토양에 맞게끔 변해왔겠지만 말이다.
우즈벡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 건네고 싶다.
연휴라서 운명에 관한 얘기를 떠나 흥미로운 얘기 해주고 싶어서 이런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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