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만 나홀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으니

 

글로벌 주요 국가들이 죄다 불경기 또는 디플레이션으로 고전하고 있는데 단 하나 예외가 있으니 바로 미국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 2024년의 경우 IMF 추정으로 미국의 GDP 성장률은 2.8%이다. 파월 연준의장은 인플레이션이 걱정된다면서 오히려 금리인하에 제동을 걸고 있다.

 

그 바람에 다른 나라들에 비해 미국 증시만 작년에 큰 호황을 보여주었으며 이로 인해 글로벌 자금의 미국 증시로의 유입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유튜브를 보면 온통 국장 떠나라, 미장으로 옮겨라, 뭐 이런 식이다.

 

그런데 어떤 까닭에서 미국만 저처럼 좋을까?

 

 

미국이 잘 나가는 근본적인 이유

 

 

AI 와 같은 신기술로 인해 지속적인 투자가 이어져서 그런 걸까? 물론 그런 점도 작용하고 있겠으나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에너지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에너지 문제로부터 그야말로 자유롭다.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는 셰일가스 덕분이다. 미국은 현재 세계 최대의 LNG 수출국이자 세계 최대 산유국이다. 이로 인해 미국은 에너지 가격이 대단히 저렴하고 가스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을 통한 전기료 역시 저렴하다.

 

독일이 최근 들어 고전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기본은 역시 에너지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로부터의 원유 수입이 막히고 전력을 다해 추진하고 있는 대체 에너지로의 전환은 그 비용이 여전히 비싸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여차하면 즉 에너지 가격이 조금만 올라가도 탄력적으로 가스 생산을 늘릴 수 있다. 그 바람에 현재 미국에서 에너지 분야는 인기가 없다. 흔하면 인기가 없는 게 정상이다.

 

작년 미국 S&P500의 섹터별 연간 수익률을 볼 것 같으면 에너지 분야의 경우 겨우 2.31% 상승에 불과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매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고 반면 통신이나 IT 쪽은 수익률이 40%에 육박한다.

 

 

일본제철이 US 스틸을 인수하려던 까닭

 

 

최근 US 스틸에 대한 일본제철의 인수가 바이든 정부가 허가하지 않으면서 실패로 끝이 났다. 그 배경에도 에너지 문제가 작용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 조금 얘기해보면 이렇다. 일본이나 우리 모두 철강 생산에 있어 코크스를 사용하는 高爐(고로)를 주로 사용하는데 그 결과 탄소 배출량이 크다. 반면 미국은 가스 값이 싸다 보니 전기로를 통한 철강 생산이 압도적으로 많다. 전기값이 싸서 그렇다.

 

예전에는 전기로에서 만든 철강은 품질이 떨어졌지만 지금은 기술 발전으로 고로에서 생산한 철에 비해 크게 손색이 없으며 앞으론 더욱 그럴 것이다.

 

용광로 즉 고로 생산은 탄소배출권을 사와야 하기에 원가부담이 크다. 하지만 전기료 또한 우리나 일본 모두 저렴하지가 않다.

 

그래서 일본 제철은 미국의 US스틸을 인수한 다음 전기로 생산을 늘려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국 시장의 쿼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다.

 

 

중국의 저가 덤핑 철강, 우습게 볼 일이 아니라는 사실

 

 

현재 압도적인 철강 생산량을 보유한 중국 역시 전기료가 싸다. 중국은 태양광 전기 생산 대국이다. 그래서 남아도는 철강을 극단적으로 싸게 덤핑 수출하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대단히 심각한 구석이 있다.

 

이런 식으로 몇 년 가면 우리나 일본의 철강업체들은 탄소배출도 문제, 전기료도 문제인 까닭에 도저히 견딜 수가 없게 된다는 점이다.

 

미국은 현재 철강 생산이 우리나 일본보다 적긴 하지만 전기료가 싸서 나중에 필요시 생산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 일본은 중국의 원가 경쟁력에서 중국의 저가 덤핑 공세를 무한정 견뎌낼 수가 없다. 얼마 전 포항 시장이 나서서 우리 철강을 써달라고 호소한 적이 있지만 그런다고 될 일도 아니다.

 

 

현재로선 우리 제철산업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아시다시피 한전의 적자가 만만치 않다. 그런데 가정용 전기료를 올릴 것 같으면 그 정권은 바로 망한다. 그러니 산업용 전기료를 올리든가 해야 하고 또 그간 지속적으로 올려오고 있다. 그런데 우리 철강 산업을 보호하려면 전기료를 내려줘야 할 판이니 그게 될 일인가. 대략 난감한 처지의 우리 철강 산업이다.

 

정확히 말하면 일본은 우리보다 사정이 조금은 더 좋다. 따라서 우리 제철 산업이야말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석유화학에 못하지 않게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이 현재 어렵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저가 공세로 밀어내기를 하면서 버티다 보면 우리나 일본의 제철산업을 죄다 정리해버릴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제철산업은 중국의 엄청난 전략무기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중국이 저가 덤핑한다고 마냥 우습게 볼 일만은 아니란 얘기이다.

 

아무튼 미국이 현재 잘 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IT에서의 탁월함도 있지만 그 바탕은 에너지 대국이란 점에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