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청람의 하늘에 붉디 붉은 단풍의 빛, 곧 겨울이 올 것이니 늦가을 빛들이 허공에서 그리고 사물을 만나 튕기고 또 부딪쳐서 작열하고 또 진동하고 있다. 며칠 지나면 잿빛의 하늘과 음울한 공기가 밀려올 것을 생각하면 저 빛을 내 눈에 새겨야지 하지 욕심을 부려본다. 

 

 

아파트 앞 작은 산책길 위로 말라 떨어진 마로니에 잎사귀들이 수북하다. 며칠 전만 해도 황금빛으로 번뜩이고 있었는데 이젠 저처럼 초라하구나. 청소하는 아저씨들이 곧 쓸어담아서 치우겠지, 그러니 잘 가, 마로니에 잎사귀들아. 내년 가을 또 온다하지만 올 가을은 다시 못올 것이니 시간은 돌아오는가 아니면 흘러가버리는가? 늘 생각하게 만든다. 삶은 돌아오는가 흘러가버리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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