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약한 반도체 거인이라니!
최근 증시에서 삼성전자의 하락이 심상치가 않다. SK하이닉스는 그런대로 반등세를 보여주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연일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7월 이후 외인들이 지속적으로 팔고 있기 때문이다.
모건 스탠리가 부정적인 전망을 내더니 또 다시 맥쿼리가 투자의견을 “중립”, 사실상 매도하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를 “병약한 반도체 거인”이라고 내리깔고 있다.
“병약한 반도체 거인”이란 저 표현, 즉각적으로 연상되는 게 있다.
19세기 말 중국, 당시로선 청나라를 유럽 열강들이 맹렬히 침탈해갈 때 상하이의 외국인 조차지에서 발행되던 어떤 영문판 신문의 논설은 청 제국을 두고 東亞病夫(동아병부), 즉 ‘동아시아의 병든 사내’라고 멸칭했다. 덩치만 크지 무력하고 병든 중국이란 뜻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글로벌 탑 클래스이던 삼성전자가 졸지에 19세기 말 거대하지만 무력했던 청 제국에 비유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맥쿼리의 논지인 즉 삼성전자는 HBM에서 하이닉스에게 밀리고 있고 미국 현지 공장 가동이 2026년까지 연기되면서 비용 부담만 커졌으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의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 증권가에선 모간 스탠리나 맥쿼리의 주장이 지나치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아무튼 삼성전자 측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더 나아가서 나 호호당의 관점, 자연순환운명학의 관점에서 말을 하자면 삼성전자는 이미 위기가 맹렬히 진행 중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
10년의 법칙을 삼성전자에 적용해보면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시작한 것이 1983년 2월 8일이었다. 당시 이병철 회장은 소위 ‘동경(東京) 구상’을 통해 반도체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공표했던 것이다.
그러면 지금부터 앞의 글 “10년의 법칙 라미란”이란 글에서 소개한 것처럼 10 년 단위로 추이를 따라가 보자.
대략 1993년 무렵 삼성전자는 16M D램의 개발과 양산에 성공했다. 이로서 삼성전자는 당시 선진국의 전유물이자 최첨단 분야인 반도체에서 제1군에 합류했다.
사실 그 의의는 실로 대단했다. 그 이전까지 우리는 노동집약형, 즉 인건비 따먹기 분야에서 급성장할 수 있었는데 삼성전자가 그런 후진국형 이미지에서 탈피하는데 있어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다시 10년 뒤 2003년 무렵 삼성전자는 플래시메모리 방면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부상했다.
또 다시 10년 뒤인 2013년 삼성전자는 세계 1위 스마트폰 메이커 자리를 차지했다. 이로서 이른바 백색가전과 메모리, 그리고 스마트폰이란 세 개의 영역에서 월드 탑 클래스에 오르면서 최전성기를 열었다.
1983년으로부터 30년간의 발전이고 성장이었으며 그 주역은 다름 아닌 고 이건희 회장이었다. 그리고 이건희 회장은 2014년 5월 급작스럽게 쓰러져서 사실상 사망했다.
세상 모든 흐름은 60년을 하나의 주기로 돌아간다. (더 크게는 360년이고 더 작게는 60개월 5년이다.) 한 바퀴 돌아오는데 60년이 걸리는 원주를 상상해보라.
2013년 최전성기로부터 시작된 하향의 흐름
1983년 시작을 원의 가장 밑의 지점이라 한다면 30년이 흘러 2013년이 되면 원의 가장 꼭대기 지점에 도달했을 것이다. 그리고선 서서히 다시 밑으로 내려갈 것이다.
6년이 흐르면 뭔가 수상해지기 마련이다. 바로 2019년이다. 하지만 외형 실적이라든가 여러 면에서 그야말로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기는 겉보기에 최전성기 속에서 생겨난다.
바로 그 한 해 전 삼성전자는 주식을 1/50로 액면 분할했다. 당시 나 호호당은 당연하다 싶으면서도 기분이 어쩐지 찜찜했다.
그리고 2019년 11월 노조가 설립되었다. 노조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건 아니지만 삼성은 그 동안 무노조 경영을 해왔고 그러면서도 직원복지에 결코 소홀하지 않았는데 그게 변했다는 점에서 기분이 다시 묘했다. 물론 그 배경엔 당시 정권의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라 본다.
파운드리가 모든 문제의 발단이었다
하지만 이 모두를 떠나 잘못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했다는 점에 있다. 2017년부터 본격 시작해서 2019년 세계 최초로 EUV(극자외선)를 사용하는 초미세공정으로 7 nm의 제품을 생산하면서 파운드리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야말로 파운드리 시장에서 기존의 최강자 TSMC를 제치고 시장을 석권해보겠다는 야심찬 투자였고 생산이었다. 그리고 일견 가능해보였다.
하지만 실패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평택에 지었으며 또 짓고 있는 엄청난 공장과 설비, 이를 삼성전자 쪽에선 P1, P2, P3, 이런 식으로 부르고 있는데 P자 하나 당 대략 30조원씩 투자되었다고 한다.
얼마 전 P2와 P3 공장 라인의 일부 설비, 즉 파운드리 생산설비의 경우 아예 전원을 꺼버리는 ‘콜드 셧다운’을 단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콜드 셧다운이 되면 설비의 진공과 청결 상태를 유지할 수 없기에 사실상 폐쇄나 진배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설비가 많이 들어갈 예정이던 텍사스 공장의 가동 시기 또한 뒤로 미루었다. 아울러 각국을 순회하면서 오프라인으로 고객유치를 하던 포럼 개최도 아예 온라인으로 돌렸다고 하니 사실상 영업을 포기한 셈이다.
이 모든 것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쪽에서 사실상 철수하기 시작한 것과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백기를 든 셈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AI 붐을 계기로 해서 다시 원래 하던 D램 쪽에 충실하려는 쪽으로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평택 P4 라인은 원래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의 동시생산을 위한 것이었는데 이 역시 파운드리 부진으로 공사가 한동안 중단되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다시 공사가 재개되었는데 아예 D램 전용 생산설비로 채우려 한다고 한다.
수치상으로 나타나지 않아서 그렇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의 실패로 입은 손해 그리고 앞으로 입게 될 손실 규모는 대략 70-80조원 정도는 될 것으로 추산해본다.
2028년을 지켜보면 답이 나올 것이니
2013년이 삼성전자의 최정점, 즉 서밋(summit)이었기에 그로부터 15년, 즉 60년의 1/4이 경과하는 시점인 2028년을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4년 뒤가 되는데 그 사이에 그간의 실패와 손실을 어느 정도 만회할 것인가의 문제라 하겠다.
삼성전자, 우리 대한민국 경제에 있어 너무나도 중요한 기업이기에 함부로 앞날을 예단하진 않겠다. 다만 삼성전자가 엄중한 위기에 처했다는 것 그리고 장래를 그냥 낙관적으로 바라볼 순 없게 되었다는 점만 얘기하면서 오늘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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