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아침, 컴퓨터를 켜서 하얀 모니터 앞에 앉았다.
그렇다, 시월이 시작되었다.
1시간 전 산책을 다녀왔다. 실비가 내리고 있었고 길가엔 나팔꽃이 세수를 하고 있었다, 늦가을인데 아직도 피고 있네, 멀리 청계산이 안개구름에 가려 희부옇고 길바닥엔 젖은 낙엽들이 찰싹 붙어있었다.
걷는 도중에 문득 아름다운 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았지만 그 소리는 바깥에서 나는 게 아니었다. 기억 속에서 울려오는 소리였다.
아즈마 아키가 부르는 “언제나 몇 번이라도(이츠모난도데모)”의 일본어 노랫말이었다. 일본어를 모르니 모든 가사는 내게 그저 소리일 뿐. 그런데 그 소리가 비오는 시월 첫날 아침에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소리가 높아지고 낮아지면서 춤을 추었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가사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가사의 정확한 의미는 여전히 알기 어렵다. 대강의 의미는 알겠으나 일본어를 모르는 탓에 作詞(작사)에 담긴 미묘한 뉘앙스를 충분히 음미하긴 어렵다.
그저 나 호호당이 느낀 대목에 대해 조금 얘기해본다.
살아가면서 갖는 슬픔을 전부 말로 주저리주저리 털어내기보다는 함께 입을 맞추어 가볍게 노래해보자는 의미의 가사,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산산 조각난 거울, 그 모든 파편들마다 또 다시 풍경이 비쳐져온다는 가사, 삶은 아픔과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再生(재생)과 治癒(치유)의 힘을 지녔다는 그 말에 격하게 공감이 간다.
살아간다는 것의 신비함, 일본어 표현으론 不思議(부사의), 동시에 죽어가는 것의 신비함이란 가사, 그러니 삶과 죽음 모두 우리가 끝내 알기 어려운 그 무엇이란 표현, 무언가 肅然(숙연)하게 하고 敬畏(경외)의 심정을 갖게 만든다.
이어서 꽃도 바람도 거리도 모두 그렇다 하니 즉 신비하다고 하니 삶의 마당에서 만나고 이루어지는 모든 것이 신비하고 알 수 없는 그 무엇들이라 얘기하고 있다. 그러니 아까 길에서 만난 늦가을 나팔꽃도 알 수 없는 그 무엇인 것이다.
한 번 태어나 살다가 죽어서 사라지는 이 과정, 이 전체를 작자는 알 수 없는 신비한 것이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동감이다, 69년을 살아온 나 호호당 또한 살면 살수록 삶이 무엇인지 이젠 정말 모르겠다.
노래는 이런 말도 하고 있다. 삶의 이런저런 일들은 저장이 되고 추억이 되었다가 세월이 가면 절로 잊혀져가지만 그래도 잊고 싶지 않은 속삭임이 있어서 비어버린 몸과 마음을 다시 채워갈 수 있으니 너무 걱정 말라고 위로한다.
빛나고 소중한 것은 바다 건너편 그러니까 닿을 수 없는 아주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언제나 여기 우리 마음속에서 찾을 수 있다는 말로 노래가 마무리된다.
그러니 아름다운 꿈은 언제나 몇 번이라도 원하기만 하면 꿀 수 있으니 힘들 때마다 다시 힘을 내어 씩씩하게 살아가보자는 노래로 받아들인다.
그렇다, 삶은 때로 힘들고 지치고 아프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몇 번이라도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고 함께 노래할 수 있다. 그러면 된 거 아닌가!
가사를 음미하다보니 어느새 가슴이 먹먹해져온다. 2024년의 시월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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