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5일 블랙 먼데이, 나 호호당은 재미를 보면서도 불만이었으니 

 

 

지난 8월 5일의 증시대폭락을 월요일의 폭락이라 해서 블랙 먼데이라 부른다. 그날 나 호호당은 장 시작 전에 낌새를 알아차렸고 이에 동시호가에서부터 선물을 시장가로 매도를 해서 재미를 좀 보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조금만 더 인내했으면 그야말로 대박이 날 찬스를 놓쳤다는 점이다.

 

아침 시가부터 큰 폭의 하락으로 시작했는데 그런 날은 너무 내렸으니 반등을 노리면서 떨어지는 칼날을 받아볼까? 하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세게 내렸으니 더욱 왕창 내리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게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은 감각이다.

 

예상대로 시장은 줄곧 하락을 거듭했고 점심 12시 반 경이 되자 선물지수가 시가보다 벌써 14 포인트나 하락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대폭락. 선물 한 계약 매도하는데 보증금이 대략 900만원 잡혔는데 14포인트 하락이면 수익이 350만원, 즉 3시간 만에 38%의 수익을 보고 있었다.

 

그러니 대만족일 수밖에, 입이 헤죽 벌어진 나는 12시 32분경 매도한 선물을 재매수해서 청산했다. 좋았어, 오늘 너무 내리네, 그런데 말이지, 오늘 같은 날 옵션 양매도한 놈들은 벌써 뒤졌거나 뒤지기 직전이겠네 하면서 혼자 키득거렸다, 옵션 양매도하는 놈들 쌤통이다, 죽어도 싸지, 했다. 여기에서 뒤졌다는 말은 마진콜로 계좌가 깡통 난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하락은 도무지 멈출 기색이 없었다. 대폭락하고도 거기에 다시 대대폭락을 하기 시작했다. 야, 이거 하루 하락률로 신기록 세우겠는데? 그런데 계속 하락하자 앞서 정리한 선물매도가 성급했다는 후회가 생겼다.

 

결국 그날 선물 가격은 시가로부터 오후 최저점까지 무려 34포인트나 하락했다가 장 말미에 조금 반등했다. 34포인트면 850만원의 수익이고 보증금 900만원으로 수익률을 따지면 89%나 된다.

 

900 넣고 하루 만에 800 정도를 먹을 수 있었는데 겨우 350을 드셨으니 절반도 채 드시지 못했던 것이다. 아, 억울!

 

하지만 이런 일이야 증시하다 보면 늘 있는 일하면서 곧바로 마음을 돌려 먹었다. 이만큼씩이나 먹은 게 어딘데 다 못 먹었다고 자책하면 안 되지, 그럼,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이처럼 오후 장에는 관망만 하다가 아차, 독자들이 생각나서 블로그에 “증시 긴급 알림”이란 공지까지 올렸다. 너무 뻔했다, 내일 이거 무조건 반등한다 싶었기 때문이다.

 

 

또 다시 깡통을 찬 옵션 양매도 

 

 

그리고 사나흘이 지났다. 그 계통의 제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생님, XX증권의 VIP 클럽 지점에서 옵션 양매도하다가 당일 하루에만 무려 500억을 날렸다는데요, 고객이 수 십 명 수준이니 인당 7-8억은 날렸을 걸요, 소문이 파다해요, 하는 것이었다.

 

미소를 지었다, 옵션양매도란 보험증서를 파는 것과 같다. 가령 저렴한 보험이라 하면 해외 여행갈 때 타는 비행기의 추락보험 같은 것이다.

 

비행기가 추락하는 일 거의 없기에 보험은 팔기만 하면 수익이 나는 구조지만 만일 추락하면 보험사는 재보험에 가입된 게 없다면 그냥 망한다. 옵션 양매도는 비행기 추락 확률보다 사고 날 확률이 무지무지 높다.

 

그래서 증시기술에 관해 가르칠 때 옵션 양매도하는 건 언젠가 나 반드시 죽을 거요, 하는 것과 같다고 단단히 주의를 주곤 한다. 옵션 양매도로 주로 수익을 내지만 한 번 사고 나면 그간 번 돈의 수 십 배를 다 털어 넣게 된다. 보험이란 게 다 그런 거니까.

 

나 호호당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이런 일을 당한 사람 무수히 보고 겪었기에 익히 알고 있다. 

 

하기야 XX증권만 그랬을 리 없다, 보나마나 VIP 자산관리 해주는 운용사들 모두 크고 작은 차이야 있겠으나 피해간 곳은 없을 것이라 여긴다. 그리고 그 사건이 꽤나 이슈가 되었는지 결국 보름 지나서 신문에 기사로 떴다.

 

 

알면서도 위험한 짓을 했어야 했던 자산운용사

 

 

그런데 이 대목에서 진짜 더 재미난 게 하나 있다.

 

그 증권사의 VIP 지점의 자산운용자들 역시 옵션 양매도가 대단히 위험하고 언젠가 죽는 게임이란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했을 거란 점이다.

 

돈 많은 고객들을 유치하려면 우리가 연간 수익률이 이렇게 됩니다, 하고 홍보를 해야 할 것이고 그 수익률을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로 달성하기 위해선 옵션 양매도, 즉 평소엔 늘 수익이 나지만 사고가 났다 하면 피박살이 나는 그런 위험한 자산운용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객을 유치하려면 수익이 많이 난다고 홍보해야 하고 그걸 실제로 달성하려면 위험한 짓을 해야 하는 현실이다.

 

얼마 전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역시 불완전판매다 아니다 하면서 말도 많고 민원도 많고 피해액도 엄청나다. 그 역시 본질은 옵션 매도 게임이었던 것이고 또 그러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

 

상품의 내용을 모르고 가입했기에 불완전판매라고 떠들어대지만 사실 그건 판 측이나 산 측이나 모두 과한 욕심에서 비롯된 결과일 뿐이라 본다.

 

 

손 쉽게 돈 버는 방법은 세상에 없다

 

 

손쉽게 돈 버는 방법은 세상에 없다. 그런데 이거 그렇습니다, 하고 팔았던 것이고 산 측 역시 내용은 골치 아프고 관심도 없고 그저 쉽게 번다고 하니 샀을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손쉽게 돈 버는 방법은 세상에 없다, 은행에 예금을 하면 이자가 나오는데 그건 위험하지 않고 돈 버는 방법 아닌가? 하고 묻는다면 그건 그야말로 금융과 경제에 대한 상식이 너무 부족한 탓이라 답하겠다.

 

현대 경제는 이런저런 이유로 늘 돈을 찍어내는 탓에 인플레이션이란 게 있다. 실질 성장보다 돈을 찍어내는 양이 더 많으면 그게 바로 고스란히 인플레이션이 된다. 그렇기에 오늘날 어지간하면 인플레이션이 생긴다.

 

그런데 은행 이자란 게 인플레이션에 늘 미치지 못한다. 특히 매매 수수료와 이자 수령에 따른 세금을 공제하고 나면 분명히 말하건대 마이너스라 봐도 절대 무방하다.

 

1억을 1년간 맡기면 나중에 찾는 금액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돈 가치 감소를 감안하면 1억보다 조금은 적다는 얘기이다.

 

 

손안의 모래처럼 빠져나가는 현금

 

 

따라서 현금을 들고 있다는 건 손으로 모래를 한 움큼 쥔 것과 마찬가지이다. 쥐고 있으면 조금씩 조금씩 모래가 손밖으로 밑으로 빠져나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을 가급적 적게 가지고 있으려 노력한다.

 

그런데 말이다, 적절한 양의 현금을 가지고 있는 거야말로 투자, 특히 증시 투자에서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때가 많다.

 

 

(그런데) 결정적인 찬스를 잡으려면 현금이 있어야 

 

 

들고 있으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현금이라면서 또 결정적인 수익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하니 좀 헷갈리는 말일 수 있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부지런하고 금전 관리에 철저한 사람들은 결국 늘 현금이 없다. 그런 사람들은 꾸준히 돈을 모을 순 있어도 순간의 찬스를 살릴 순 없다. 우리가 살다보면 가끔 터무니없이 저렴한 물건이나 상품을 발견할 때가 있는데 그때 바로 그걸 구매하려면 현금이 있어야 한다.

 

증시가 폭락했다, 아무리 봐도 지나치다 싶은 마음이 들고 그래서 매수하고 싶은데 현금이 없다, 결국 보고만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럴 때 현금이 있다면 과다하게 저렴해진 종목이나 시장을 살 수 있다.

 

글이 길어졌다. 정리하자. 추석 연휴라서 재미난 얘깃거리를 위해 쓰고 있는 글이니.

 

 

옵션 매도와 현금은 정반대의 금융상품이란 점

 

 

옵션 매도 또는 양매도는 조금씩 늘 벌다가 한 방에 죽는 방법이고 현금 보유는 늘 인플레이션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가 한 방에 기회를 잡아 대박이 나는 금융상품이란 점이다.

 

가끔 누군가 물어본다. 어떤 투자를 하고 계시냐고. 그러면 30% 정도는 늘 현금에 투자하고 있지요 하고 답한다. 그러면 상대가 뭐임? 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 사람은 경제와 금융에 문외한이다.

 

추석 스트레스가 많다. 열 받지 마시고 기왕지사 즐겁게 지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