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스키 모멘트, 새로운 유행어

 

 

민스키 모멘트, 대략 2022년부터 우리 금융시장에서도 유행을 타기 시작한 표현이다. 이 말이 본바닥 미국 금융시장에서 유명해진 것은 2008년 금융위기 때였다. 15년 정도 지나니까 우리 쪽으로도 많이 들어와 자리 잡았다. (문물이 전달되는데 우리는 15년 정도 시차가 있는 모양이다.)

 

사실 별 내용도 아니다. 증시나 여타 자산시장이 폭락하는 순간을 민스키 모멘트라고 달리 표현하는 것에 불과하다. 예전엔 이 말 대신에 버블 즉 거품이 붕괴된다는 표현을 쓰다가 이 말로 대체되었다.

 

가령 야, 이러다가 증시 폭락할 것 같은데? 하는 표현을 야, 이거 민스키 모멘트가 온 거 아냐? 이런 식으로 바꾸면 꽤 뭔가 있어 보인다. 유식해 보인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게 무슨 말이오? 하고 당신이 물어볼 것 같으면 그 순간 당신은 낚인 셈이다.)

 

최근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글로벌 증시가 한 번 휘청거렸다.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줄곧 올랐기 때문에 모두들 속으로 불안했던 까닭이다. 이유야 어쨌거나 증시가 한 번 급락세를 보일 때면 으레 민스키 모멘트란 말이 언급되곤 한다.

 

 

자본주의 경제의 불안정성

 

 

이 말은 작고한 미국의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가 제시했던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에 대한 가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어차피 경제는 순환하기 마련인데 그 가운데 호황이 이어지다 보면 ‘과다한 차입’이 발생할 수 있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부채와 차입을 감당할 수 없게 되면 무너진다는 얘기이다.

 

 

 

자기 자본만으로 사업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당연히 차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벌어들이는 돈으로 이자와 원금을 갚을 수 있게끔 견실하게 경영을 한다.

 

그러다가 경제가 좋아지고 투자가 늘어나면 경제는 더욱 호황으로 가게 되고 그러면 기업들은 이자만 갚아나가고 원금은 대환으로 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유지하거나 더 늘려나간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은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부채가 더 늘어나서 이제는 이자상환도 어려워질 정도가 되면 이자를 갚기 위해 차입을 늘린다. 가령 최근 AI 투자가 거대 IT 기업들 사이에서 치킨 게임 수준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그러다보면 피차간에 엄청난 돈을 넣어야 한다. 이런 일이 특정분야가 아니라 경제 전체에 걸쳐 일어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결국 이렇게 해서 감당이 되지 않으면 증시나 자산시장이 견디지 못하고 붕괴한다는 것이 민스키가 말하는 그 때 즉 모멘트인 것이다.

 

 

주가의 적정성을 보는 기준

 

 

증시나 특정 종목의 건전성을 체크할 때 가장 많이 이용되는 지표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주가수익비율(Price Earning Ratio), 줄여서 PER라 부르는 것이다. 또 하나는 현금 흐름(Cash Flow)를 보는 법이다.

 

지면 관계상 오늘은 PER에 대해서만 얘기하겠다. 이는 증시나 기업의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그리고 이 값은 시장금리와 비교해서 판단을 할 때가 많다.

 

예를 든다. 주가가 10000원이고 주당순이익이 200원이라 하면 PER은 50이 된다. 그런데 현 시장금리가 3%라 하면 10000원에 대해 이자가 300원이 된다. 그러면 이 기업의 수익은 시장금리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 된다. 반대로 시장금리가 3%일 경우 기업이나 증시의 PER은 33 이하가 되어야만 시장금리보다는 더 돈을 벌고 있는 셈이다.

 

요즘엔 PER이라 하지 않고 멀티플(multiple)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벤처 기업이라든지 고성장 기업의 경우 이 멀티플을 최대한 크게 용인해줄 때가 많다. 예컨대 최근 핫 이슈 종목인 엔비디아의 경우 PER이 50을 넘는다. 주당순이익이 주가의 2%에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인데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3.90%.

 

따라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고평가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고 반대로 미래에 능히 그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투자자들이 기대하고 있다는 말도 된다.

 

미국의 이른바 대표적인 우량기술주 M7 주식 중에서 엔비디아의 PER이 유독 높다, 즉 고평가 국면에 있다고 나 호호당은 보고 있다. 따라서 현 주가를 유지하려면 지속적으로 매출과 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나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오늘 아침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이 양호하게 나왔음에도 주가가 떨어지고 마감 후 시장에서 더욱 하락하고 있는 이유 역시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 봐야 한다.

 

 

미 증시의 향방은 엔비디아에 달려 있다

 

 

그렇기에 향후 미국 나스닥과 S&P500 지수의 향방은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 주가의 고평가 여부, 즉 AI 거품론 등이 어떻게 작용할 것이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은 실로 경이롭다. 1993년에 창립되고 1999년에 상장될 당시 주가는 3센트, 0.03 달러였다. 그게 지금 2024년 현재 125 달러가 되었으니 25년 만에 4100배 이상으로 올랐다.

 

(국내의 삼성전자 역시 만만치 않다. 1983년 당시 주당 42원에서 근래의 최고가가 90,000 정도였으니 그 또한 40년에 걸쳐 2,100 배 이상 상승했다.)

 

현재 나 호호당은 엔비디아의 주가 추이를 나 호호당 특유의 기법으로 매일 예의주시하고 있다. 힌트를 드리면 주당 115 달러를 깨고 내릴 경우 제1차 적색경보가 켜진다고 보면 되겠다.

 

 

민스키 모멘트는 결코 쉽게 오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민스키 모멘트를 예단하는 것은 너무 빠른 얘기이다. 엔비디아가 더 하락한다 해도 정상 조정일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1983년부터 증시에 입문해서 지금까지 40년 이상 많은 경험을 쌓았고 나름 공부도 많이 했으며 최근 몇 년 사이엔 세계 최고의 기법이라고 자부하는 독자적인 증시 기법들도 개발하고 이론화시킨 나 호호당이다. (자연순환운명학만큼이나 독창적이고 탁월한 기법이라 자신한다.)

 

하지만 더 깊게 알게 되면서 느낀 바, 민스키 모멘트와 같은 증시 붕괴의 시점을 예단하긴 어렵다는 점이고 설령 사전에 알았다 해도 대응에 나서는 미국 연준이 있다는 점이다. 상식을 벗어나는 발상, 양적완화라든가 제로금리, 또 국채매입과 같은 수단들을 통해 미국 증시가 지금까지는 항상 복원되어왔다는 사실이다.

 

그런 까닭에 민스키 모멘트가 와서 증시가 대폭락하면 오히려 그때야말로 용감하게 아주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대거 매수하는 것이 큰 기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내 말은 아무리 정확한 판단을 하고 날카로운 예측을 한다 해도 상황은 그 예측대로 움직이지 않을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민스키 모멘트가 올 것 같을 때 그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특히 기축통화를 가진 미 연준은 미봉책 또는 임시방편으로나마 그를 봉합해왔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다음 글에선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민스키 모멘트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열대야는 끝났지만 낮으론 여전히 불볕이다. 다만 가을이라 공기가 건조한 탓에 사하라 사막이 이렇지 않을까 하는 느낌도 든다. 더위 좀 더 물러가면 상담 재개 공고를 올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