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란 위험을 거래하는 상품인데

 

 

5대 은행에서 판매했던 홍콩 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액이 나날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매주 1000억 원 정도의 손실이 새로 발생하고 있는데, 홍콩 H 지수가 현재 수준인 5300선으로 이어진다면 올해 상반기 중에 4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 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ELS가 무엇인지 모른다. 독자님들도 그럴 것이라 본다. 그게 알아서 좋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일종의 파생금융상품인데 실은 그게 많이 위험한 구석이 있어서 나 호호당은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거 절대 하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있다.

 

내용인 즉 고객과 증권사 간에 일종의 내기를 하는 것이다. 고객님께서 우리 증권사에게 돈 1 억 원을 맡겨주시면 이자를 연 7%로 쳐드리겠습니다. 최근 금리도 낮아서 예적금은 재미가 없는데 7%라니 귀가 솔깃하다.

 

그래서 그 고객은 선뜻 그래 좋아 돈을 맡기겠오, 하고 말하니 증권사 직원은 웃으면서 그런데 단 하나 조건이 있습니다, 들어보시고 판단하시지요, 한다.

 

홍콩 H 지수가 지금 10,000 포인트인데 계약 기간 중이나 만기에 가서 저 지수가 40% 이상 하락할 경우 즉 4,000 포인트 이상 하락해서 6,000 이하로 내려가 있으면 그로 인한 모든 손실은 고객님께서 전부 다 물어 주셔야 하는 것이 조건입니다, 하고. 증권사 직원이 얘기한다.

 

고객이 아, 그래? 그거 위험한 거 아닌가? 하고 망설이자 증권사 직원은 그간 홍콩 H 지수가 2009년 이후 지금까지 그렇게 많이 내려간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3년 안에 그럴 일이 사실은 없다고 봐야겠죠, 하고 안심을 시킨다.

 

이에 고객은 연간 7%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매력적인 조건, 홍콩 H 지수가 뭔지 잘 모르긴 하지만 초우량주들로 구성되어 있어 폭락할 일 없다고 하니 에라, 좋다 한 번 먹어보자 하고 들어간 것이 지금의 홍콩 H 지수 ELS 사건이다.

 

 

ELS는 기본적으로 풋 매도와 성질이 같아서 한 번 잘못 걸리면 아작이 난다. 

 

 

기본적으로 ELS 상품은 가입자에게 상당히 위험한 파생상품이다. 혹시 선물이나 옵션 쪽에 좀 아시는 독자라면 이해가 가겠지만 ELS 는 기본적으로 풋 옵션 매도와 동일한 효과를 가진다.

 

나 호호당이 제자들에게 절대 하지 말라고, 하다가 재수 없으면 쪽박 찬다고 당부하는 것이 바로 옵션 매도이다. 옵션 매도를 하면 주로 수익을 올리지만 언젠가 한 번 잘못 걸리면 그간에 올린 수익의 몇 배를 다 토해놓는 경우가 ‘반드시’ 생긴다.

 

잔돈 챙기다가 몇 년에 한 번 그 몇 배의 목돈을 날리는 것이 옵션 매도인데 이번 홍콩 H 지수 ELS도 그 꼴이다.

 

문제는 이런 위험성을 안고 있는 파생상품을 증권사들이 은행을 통해 팔았다는 것이다. 은행은 돈 많은 고객들을 많이 거래하고 관리해주고 있기에 판매를 맡긴 것이고 은행은 판매 수수료가 짭짤하니 선뜻 나선 셈이다. (나 호호당의 판단으론 이런 것을 허용한 금감원 자체의 잘못이 크다고 본다.)

 

그 바람에 은행에 그간 나름 평생 모은 목돈을 노후자금으로 맡겨온 나이든 고객들이 대거 이 위험한 상품을 샀다. 아마도 은행 직원이나 고객들 모두 이 물건이 옵션 매도 게임이란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 본다.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긴 들었겠으나 그럴 일이 거의 없다고 하니 괜찮아 하면서 대거 가입한 것이다. (이에 뒤늦게 금감원이 부랴부랴 나서고 있다.)

 

아무튼 은행의 귀한 고객님들, 즉 프라이빗 뱅킹 고객들과 그 고객들에게 이상한 상품을 팔아넘긴 담당 직원들은 당장 골치가 아프다. 하지만 피해는 이미 발생했고 정부 역시 신경을 쓰긴 하겠으나 은행들에게 전폭적으로 보상해주라고 종용하긴 어려울 것이다.

 

 

매력을 잃어버린 홍콩

 

 

이 대목에서 이번 홍콩 증시가 어떤 이유로 저렇게 폭락하고 있는지에 대해 좀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중국 경제의 부진이 그것이고 또 하나는 홍콩의 미래가 불투명한 까닭이다.

 

중국 증시의 대표격인 상해종합지수를 보면 2021년부터 줄곧 하락세이고 홍콩 증시 또한 이런 흐름과 같이 가고 있다. 여기에 홍콩의 특수요인, 즉 홍콩의 불투명한 미래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홍콩의 경우 2014년의 이른바 “우산 혁명”이 있었고 2019-2020년의 홍콩 시위가 있었다. 이 모두 1997년부터 실행되어온 일국양제 원칙이 망가지고 중국 공산당이 다스리는 중국 본토의 법안으로 인해 홍콩의 사법적 독립성이 사라지는 과정이라 하겠다. 이로 인해 홍콩 특유의 매력 또한 사라지고 있으며 금융허브 기능도 이젠 대부분 싱가포르 쪽으로 넘어간 상태이다.

 

그렇기에 홍콩의 H 지수가 중국 본토의 우량국유기업들로 구성되어 있다고는 해도 홍콩의 매력 저하와 함께 2021년부터 연신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그런데 정말 공교로운 것은 이번에 말썽이 난 홍콩 H 지수 ELS가 대거 판매된 것이 공교롭게도 H 지수가 하락하기 시작한 2021년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모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제자가 얘기하길 최근 홍콩 H 지수 ELS 판매가 잘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차트를 한 번 봤더니 2021년 7월 지수는 10,500 정도였는데 그때를 기점으로 모든 주요 이평선들이 하방으로 방향을 틀고 있었다. 그래서 야, 그거 큰일 날 거야, H 지수 맛탱이가 갔어, 그러다가 낙인(knock-in) 발생한다, 알아둬, 하고 응수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호호당의 홍콩 H 지수에 대한 예측은 아주 정확했고 지금은 반 토막인 5,000선을 기고 있다. 그리고 더 추가 하락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니 홍콩 ELS 는 이미 원만하게 마무리되긴 틀렸고 엄청난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것이 1997년이었다. 세상 만물은 24년이 지나면 어떤 구체적인 방향성이 나오기 마련인데 24년이 지난 2021년에 이르러 홍콩은 아시아의 진주라고 불리면서 풍겼던 특유의 매력이 다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홍콩 H 지수 ELS는 하필이면 그때 가장 많이 팔렸다고 하니 이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려서 손해를 본 사건으로 기억될 것 같다.

 

미국은 1992년 홍콩정책법을 통해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에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지위를 보장해왔는데, 최근 중국 당국의 연이은 강경 조치로 인해 미국은 그간의 조치를 철회할 것인지 존치할 것인지를 놓고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옛날 홍콩이 그립다! 

 

 

이에 미국의 홍콩 정책법이 철회될 경우 그로부터 20년만 지나면 사람들은 홍콩을 망각하게 될 것 같기도 하다. 홍콩, 그게 어느 나라 도시야? 인도네시아 아니면 필리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