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 아시아는 글로벌 공장

 

 

우리를 포함해서 일본, 중국, 타이완은 사실상 전 세계의 공장이다. 특히 중국에서 생산되는 물건,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는 오늘날 글로벌 경제가 작동되지 않을 정도이고 우리나 일본 등의 기업들은 해외 생산도 많이 하고 있어 동남아시아 지역의 산업화를 이끌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좋지 않아도 경상수지가 그런대로 괜찮다는 사실은 우리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적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 면에서 보면 특히 일본이 현저히 두드러진다.

 

우리를 포함해서 동북아시아 네 나라의 제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교역규모를 보면 유럽이나 미국 등에 비해 대단히 높다.

 

                                        제조업 비중(GDP 대비 %)                    수출입 합산(GDP 대비 %)

 

우리나라                                   39.3                                                           82

중국                                          40.5                                                           38.8

일본                                          30.1                                                           34.5

타이완                                      36                                                             117.8

 

미국                                          19.1                                                           27.1

독일                                          30.7                                                           87

프랑스                                      19.5                                                           63

UK                                            20.2                                                           61.7

이탈리아                                   23.9                                                           59.7

 

(수치표가 줄이 잘 맞지 않아서 비뚤하다, 양해바란다.)

 

이 수치들을 보면 우리와 일본 중국 타이완 등 네 나라가 제조업 비중이 높은 글로벌 공장임을 여실히 말해준다. 유럽 지역을 보면 독일의 제조업 비중과 교역 비중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독일의 교역은 대부분 EU 지역 안의 나라들과 이루어진다.

 

 

외부 상황에 취약한 우리와 타이완

 

 

경제적 안정성에 있어 가장 취약한 나라는 우리와 타이완이다. 수출입 합산 즉 교역규모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는 82%이고 타이완은 117.8%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엄청난 물량을 해외로 수출하고 또 수입해오고 있어도 비중은 38.8%란 점을 감안하면 그렇다. 일본 또한 그렇다.

 

동시에 우리와 일본 중국 타이완 등은 원자재 수입, 특히 에너지 수입이 아주 크다. 달리 말하면 해외의존도가 크다.

 

타이완은 중미간의 갈등도 있고 해서 미래가 불투명하지만 우리 역시 북한의 핵을 감안하면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 게다가 교역 비중이 굉장히 크다. 수출하고 또 수입해와야만 경제를 운영할 수 있다. 우리와 타이완이 그만큼 해외시장과 정치적 형세 변동에 취약성을 노출하고 있다는 말이다.

 

타이완과 더불어 우리 대한민국 경제는 그야말로 외부 상황의 변화에 대해 지극히 민감하다고 말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대두된 에너지 문제가 상황을 가중시킨다.

 

 

특히 취약한 에너지 의존성 

 

 

독일의 경우 이미 풍력이나 태양광 지열발전 등등 대체 에너지의 비중이 50%를 넘어섰으며 얼마 전 원자력 발전마저 완전 중단되었다. 에너지 자립에 성큼 다가서고 있는 독일이다.

 

그에 비해 우리의 경우 대체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4.3%에 불과하다. 원전과 원유 가스 등에 사실상 의존하고 있다. 일본이 우리보다 조금은 더 나은 편이지만 그 역시 그렇다.

 

에너지 자립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 미국이야 원유와 가스가 넘쳐나는 나라이고 조만간 원전을 없앨 생각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와 중국 일본 타이완 등은 에너지 자립이란 점에서 대단히 취약하다. 중국을 빼고 우리와 일본 타이완 등은 에너지 문제만큼은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미국의 보호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 

 

 

오늘날 전 세계의 바다, 태평양과 대서양 그리고 인도양의 교역 루트를 외견상 無償(무상)으로 보호해주고 있는 나라가 미국인 까닭이다. 그런 보호가 있기에 우리나 일본 그리고 타이완 등이 자유롭게 물건을 실어가고 실어올 수 있다. 실은 중국 또한 일정 부분 미국의 덕을 보고 있기에 중국은 더 이상 미국의 무상 보호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아시아 내륙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힘을 쓰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 문제도 그렇고 교역 문제 등을 보면 우리와 일본 타이완 등은 기본적으로 親美(친미)하지 않고선 살 길이 없다. 대중국 수출이 크지만 그럼에도 미중 간의 갈등에 있어 우리는 미국 쪽에 서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최근 나타난 현상, 우리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실로 우려되는 일이며 최종 소비재의 경우 중국 내수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앞으로도 우리 소비재 제품이 타 제품과의 현저한 우위를 보이지 않은 이상 중국 시장에서 잘 팔려나가기란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 본다, 이는 품질이나 가격의 문제라기보다도 중국인의 마음 바탕에는 우리를 밑으로 보는 심리가 상당히 강하기 때문이다.

 

 

 몰락을 견디고 살아남은 일본 

 

 

이 대목에서 일본에 대해 조금 얘기를 해본다.

 

최근 우리 사회의 인식을 보면 일본 경제가 이젠 별 거 아니란 생각들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각도를 바꾸어서 생각해보면 그게 그렇지만도 않다.

 

오늘날 우리와 일본 중국 타이완 등이 글로벌 공장 노릇을 하고 있으나 30-40년 전을 돌이켜보면 제조업은 사실상 일본의 독무대였다. (독일의 제조업과 수출은 그 대상이 예나 지금이나 유럽 내부란 점이 있다.)

 

일본이 1990년 버블 붕괴 이후 지금까지 과거의 위상을 찾지 못하고 있는바 그것의 근본적인 이유는 일본 스스로의 쇄신부족이나 무능력함에 있는 게 아니다. 버블 붕괴 이후 우리와 중국의 제조업이 눈부실 정도의 성장세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일반 저가의 공산품은 중국이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고 반도체를 비롯한 중간재 분야에선 우리와 타이완이 엄청난 발전을 했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제품이 더 이상 예전처럼 활개를 칠 수 없었던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이른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만든 것은 바로 우리와 중국의 성장이었던 것이다.

 

그런 점을 감안할 때 나 호호당은 일본의 그간 과정은 “잃어버린 30년”이 아니라 우리와 중국 그리고 타이완과의 경쟁에서 대단한 노력을 통해 살아남았다 보는 것이 더 온당하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일본이 우리와 중국 타이완과의 엄청난 추격을 받는 과정에서 여전히 살아남았다는 게 오히려 대단하다는 얘기이다.

 

 

모든 키는 여전히 미국이 쥐고 있어서

 

 

그리고 여전히 이 모든 게임의 키(key)를 쥐고 있는 주체는 바로 미국이다.

 

일반 소비재는 저가 생산이 가능한 중국에서 가져다 쓰고 반도체와 같은 부품은 우리와 타이완에서 가져다 쓴다. (물론 반도체의 원천 기술은 여전히 미국이 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들은 저비용 생산을 위한 해외진출만이 아니라 현지 고객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유럽과 미국 등지에도 대단히 많이 진출해있다. 그 바람에 무역수지보다 경상수지를 보면 늘 상당한 흑자를 보이고 있으니 일본의 경쟁력은 여전히 살아있을 뿐 아니라 어떤 면에선 우리나 중국이 따라가기 어려운 장점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일본은 이미 초고령사회이고 인구가 감소 추세로 들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이 그간 손 놓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나름으로 최선을 다해 몰락을 견뎌내고 살아남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일본이 장차 또 다시 글로벌 패권을 노릴 정도의 강대국이 되리라 보진 않지만 거품 붕괴 이후의 어렵고 긴 터널을 잘 통과해왔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하다는 얘기이다.

 

 

일본을 보면 우리의 문제가 드러난다

 

 

이런 대목들을 거꾸로 우리에게 적용해보면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우리 또한 초고령사회로 가고 있고 인구는 감소세, 출산율은 최악이기에 장차의 국가재정운영이 어려울 것임은 불 보듯 훤하다.

 

제조업과 수출을 보면 자동차도 있고 2차 전지도 있지만 여전히 반도체 비중이 너무 높다는 점, 조선업의 경우 인건비 압력이 엄청나다는 점, 더불어 모든 방면에서 소수의 대기업 중심이란 리스크를 안고 있다. 북핵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 교역에 있어서도 미중 간의 갈등으로 인한 압박이 크다, 대체 에너지 문제에 있어선 그야말로 지지부진, 낙후되어 있다.

 

일본은 그간에 많은 문제점들을 어느 정도 극복해내었고 그 바람에 저처럼 살아남았지만 우리는 과연 어떨까? 하는 의문과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글은 우리가 장차 맞닥뜨리게 될 문제에 대해 주로 얘기해보았다. 하지만 나 호호당은 여전히 낙관적이다. 다음 글에선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책을 쓰느라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너무 소원할 것 같아서 나름 신경을 썼다. 하지만 독자들에게 여전히 미안한 마음만 든다. 그간에 올린 글들을 다시 음미해보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