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저께 저녁, 해가 막 떨어질 무렵, 서쪽 하늘이 빛깔 놀이를 펼치고 있었다. 커다란 블루에 마젠타의 구름, 그냥 너무 아름다웠다. 보는 것만으로도 벅차건만 왜 나는 종이에 색을 칠하고 있을까? 그것도 진지하게 말이다. 그래, 그냥 모방 본능이라 해두자. 그러니 걱정이다, 죽은 뒤의 저승이 그냥 어두침침하다면 어떻게 견디지? 하는 걱정. 사실 어제 올린 '삼도천 앞에서 새를 만나다'란 제목의 그림은 제발 저승의 길이 지금 내가 보는 이 세상보다 훨씬 몽환적으로 아름다웠으면 하는 바람을 표현해본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아예 죽은 뒤 내 몸이 다 해체되고 그냥 원래 '없었던 일'로 환원되는게 더 낳을 것도 같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기저기 고장이 난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 같은데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건 세상 구경하는 관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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