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집에서 책 보는 날이다. 전시화 출품 작품 중에서 판매하지 않을 생각이었던 늦가을 구름 층 차갑게 푸른 하늘의 간월암 그림을 제자가 가져갔다. 아끼는 사람이니 쾌히 줄 수 있다. 이에 책을 덮고 그리기 시작했다. 배경을 다르게 해서. 이번엔 겨울 철 저녁 놀 지는 배경의 간월암이다. 간월암 풍경과 구도를 참으로 좋아한다. 해초 냄새도 나고 약간의 비린내도 나는 개펄과 바위, 언젠가 다시 찾아가서 용왕님 전에 인사드리고 시주도 좀 해야 겠다. 암자와 땅 사이를 잇는 공사를 하는 모양인데 그러면 아깝다. 묘미가 사라지지 않는가 말이다. 뭐 절의 결정이니 할 수 없다.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 아닌 곳에 가야만 기도가 더 잘 먹힐 터인데 그걸 글쎄. 이미 절 모양도 좀 변했다, 하지만 예전 모습대로 그냥 그린다. 오늘은 대박이다. 그림을 두 장 씩이나 그리면서 즐기고 있으니. 약간의 어지럼증만 남았는데 곧 싹-하고 나아지길 기대한다. 즐겨주시길... 파브리아노 핫 프레스 종이에 이젠 이골이 났나 보다. 금방 칠할 수 있고 얇게 물감이 올려가는 맛 또한 묘미가 있다. 내가 이 종이를 이렇게 잘 쓰다니 크하핫! 30 곱하기 45 센티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