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텔레비전에서 본다, 파미르 고원의 협곡을 따라 길을 가는 다큐제작진의 모습, 그런 것을 상상하면서 그렸다. 바람이 강해서 절벽의 경사면엔 눈이 많이 쌓여 있지 않다. 협곡길은 젖어있다, 미끄러울 것이다. 앗차-하면 끝.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고 차갑게 빛나고 있다. 공기 밀도가 약할 것이다. 숨이 가빠지는 느낌. 젊은 날의 꿈과 로망을 그림으로 옮겨보았다. 먼 옛날 서역 천축국으로 불경을 구하기 위해 죽음의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 파미르 고원의 협곡을 따라 길을 갔던 구법승들, 나 호호당도 그렇게 길을 가다가 도중에 죽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리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들이 생겨나자 그건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 여겼다. 그러니 이렇게 그림으로 환타지를 구현해본다. 오늘 아침부터 세게 겨울로 들어가던 데, 계절에 맞게 즐겨주시길. (그림 종이는 파브리아노 핫프레스 300그램, 사이즈는 30 곱하기 45 센티미터.)
'호호당 화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놀 지는 겨울의 간월암 (0) | 2021.11.24 |
---|---|
소설, 겨울비 내린 아침 나절 (0) | 2021.11.24 |
땅거미 지는 늦은 오후에 바위산은 빛나고 (0) | 2021.11.21 |
염천의 동대문 두타빌딩 (0) | 2021.11.20 |
코로나 이전의 명동 롯데백화점은 여름이었으니 (0) | 2021.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