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도식과 작은 도식
앞글에서 제시했던 큰 도식을 다시 올려본다.
1941년-1971년-2001년-2031년.
가까운 과거는 아무래도 좀 더 자세하게 얘기하게 된다. 우리가 바로 그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그렇다.
그렇기에 위 도식 중에서 최근의 부분에 대해 다시 작은 도식을 제시한다.
2001년-2007년-2013년-2019년-2025년-2031년.
이는 6년 간격인 바 단계별로 살펴본다.
#1. 2001년-2007년 사이
2001년부터 미국 경제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는데 9.11 테러를 기화로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했고 이에 막대한 戰費(전비) 마련을 위해 연준은 기준금리를 2% 이하로 내리면서 한 때 1%까지 극단적으로 낮추었다. 이는 1960년대 초반 이후 처음 있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금리를 낮춘다는 건 간단히 말해서 경기부양을 위한 것이고 디플레이션 압력을 막기 위함인데 초저금리까지 낮추었다는 것은 상황이 대단히 엄중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런 이후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던 연준은 2004년부터 금리를 다시 5%대로 올렸는데 그러자 즉각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였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은 집 자체를 담보로 해서 수입이 거의 없는 사람들, 이자를 낼 돈마저 없는 이들에게 마구 대출을 해주었다. 이자낼 돈이 없으면 그 또한 대출을 해주었다. 돌려막기가 시작된 것인데 이는 결국 2007년 1월부터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상황은 점점 심각해졌고 결국 2008년 3월 여름 베어스턴스, 월가의 5대 투자은행 중 하나로서 재무구조도 튼튼하던 우량은행이 유동성 악화로 자금난을 겪자 미 재무부는 파산을 시켰다. 그러자 바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2. 2007년-2013년 사이
버냉키의 연준은 세 차례에 걸쳐 양적완화를 실시했는데 실은 마지막 제3차, 즉 QE3에 대해선 꽤나 논쟁이 있었다. 사실 그게 문제였다, QE3는 2012년 11월에 발표되었는데 사실 그건 무기한의 경기부양책 성격을 보이는 바람에 별명이 “QE-Infinity”, 즉 무제한 양적완화였다는 사실이다.
QE3가 결국 문제의 발단이 되고 말았다. 2013년으로서 경제가 이제 다소 어렵더라도 그간의 거품을 제거하는 정상화의 수순을 밟아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월가의 금융가들에게 굴복하고 말았던 셈이다. 이는 逆行(역행)이었다. (QE3는 결국 2014년 10월에 중단이 되었다. 하지만 그건 때를 놓친 셈이었다. 버냉키와 비둘기파 재닛 옐런의 공동 실수이고 책임이다.)
#3. 2013년-2019년
그 이후 연준은 금리 정상화를 위해 금리 인상을 실시했지만 2019년이 되자 글로벌 경제는 또 다시 경기 후퇴와 디플레이션의 압력이 완연해졌다.
근본 원인은 통화의 부족이 아니라 실물 부문에서의 글로벌 공급과잉이었다.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은 까닭에 발생한 경기하방 압력이 있었고, 더불어서 인구통계학적으로도 장기적으로 수요가 더 줄어들 요인도 충분해지고 있었다.
이에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한때나마 2%까지 올리긴 했지만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더 절실해지고 있었다. 그 결과 눈치만 살피던 연준이었다. 재닛 옐런!
#4. 2019년-2025년: 무제한 양적완화와 금리 정상화의 문제
그런데 때마침 코로나19가 터졌다. 연준은 에라, 잘 된 일이다 하면서 즉각적으로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양적완화, 이번에야말로 무한정의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주역은 제롬 파월이고 보조역은 역시 재닛 옐런.
현재 연준과 미 재무부는 내심 조바심을 내고 있다. 사고를 쳤으니 당연하다. 저러다가 경기가 어느 정도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오르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다.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이나 한 번 흐름을 타면 통제불능일 수가 있다. 일본을 보라, 잃어버린 20년 운운 하고 있다. 그렇기에 금리 인상의 적절한 타이밍이란 건 사실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인플레이션은 고사하고 글로벌 공급과잉 추세와 OECD 국가들 게다가 중국까지 인구 감소로 인해 여전히 디플레이션 압력이 이어질 수도 있다.
지금부터는 예측의 영역이다. 지금은 2021년 7월, 그러니 향후의 일에 대해 나 호호당의 생각을 얘기하겠다.
예측을 함에 있어 기준이 되는 시간의 틀이 있으니 자연순환의 원리이다. 60년을 하나의 주기로 하기에 그 1/4인 15년이 지나면 변화가 발생하기 마련인데 양적완화가 시작된 것이 2008년, 따라서 15년 후인 2023년이면 뭔가 커다란 변화가 생겨날 것으로 능히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연준은 금리 정상화 수순을 밟기 시작할 것이 거의 명확해 보인다. 면피는 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단서가 있다. 우리 대한민국이 자본시장을 개방한 것은 1992년 8월이었다는 점이다. 만물은 60년의 절반 즉 30년이 지나면 반대 포지션에 오게 된다. 따라서 2022년 8월이면 우리 자금시장에서 외국 자본들의 유출이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그것이다.
왜 유출될 수 있을까? 를 생각하면 그 이유는 단 하나, 금리인상밖에 없다.
(외국자본의 유출이 시작된다고 해서 말을 그게 일시에 일거에 다 빠져나가는 비상시국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란 점이다. 이 점 다시 한 번 얘기해둔다.)
미국 연준의 금리 정상화란 요인, 거기에 우리만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향후 글로벌 금리 인상 국면에서 우리가 입게 될 타격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그 강도가 훨씬 더 세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다시 말해서 외국투자자본의 포트폴리오 내용 중에서 ‘한국물’을 팔겠다는 생각이 커질 것 같으면 그건 우리 기준금리의 인상 필요성과 그 폭이 예상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점이다.
나 호호당은 한은의 기준금리는 미국 연준의 인상보다 선제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금리인상에 미리 적응을 해둘 필요가 있는 우리의 상황이라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 즉 내년 초가 대통령 선거인 마당에 현 정부와 집권여당이 한은의 선제 인상에 우호적일 수가 없다, 그러니 선제 인상은 어려울 것이다.
어쨌거나 2025년이면 글로벌 금리는 이미 상당히 인상되어 거의 정상화되어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금리인상으로 인한 충격으로 불경기가 글로벌 경제를 뒤덮고 있을 거란 얘기이다. 국내의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그간 한 번도 심하게 하락해본 적 없는 부동산, 특히 아파트 가격의 극심한 하락도 충분히 예상이 된다. 30대마저 빚을 내어 아파트를 샀으니 이젠 더 이상의 수요가 한동안은 없지 않을까 싶다.
지금 돈이 아니 통화가 워낙 저렴하다보니 빚투와 영끌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니 이 비정상이 2025년이면 대거 정리되어 있을 것이다.
#5. 2025년-2031년: 극심한 글로벌 불경기 또는 세계적 대공황
이 기간 중에 글로벌 경제는 금리정상화로 인해 그냥 불경기가 아니라 제대로 된 대공황이 닥칠 수 있다고 본다.
그때가 되면 경기 침체나 디플레이션이 오더라도 그러면 또 다시 예전처럼 돈을 더 찍어서 경제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더 이상 해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방식은 그저 당장의 문제를 훗날로 미룰 뿐이란 것, 그리고 지연되는 만큼 비용이 더 커질 것이란 생각이 지배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어차피 한 번 치를 비용, 이제 치르고 가자는 생각이 더 우세할 것이란 얘기이다. 결국 글로벌 공급과 수요가 새로운 균형점을 찾을 때까지 조정을 봐야 한다는 얘기이다.
이미 현 시점, 2021년 7월의 시점에서 전 세계 GDP보다 부채가 더 많아져 있다. 부채는 갚거나 인플레이션을 통해 희석된다. 다른 방법은 없다.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경우 파산신청을 통해 부채를 탕감하고 신용을 회복할 순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국가가 그 부채를 대신 짊어진다는 얘기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제 두 가지 대목이 중요해진다.
가장 중요한 점은 그간에 누적된 거품을 해소하고 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통화(currency)가 돈(money)의 구실을 하게 된다.
또 한 가지는 명목금리야 어떻게 되든 간에 실질금리가 플러스(+)이냐 마이너스(-)냐 하는 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기간 중에 어떤 현상이 나타날 것인지 또 어떠한 정책적 대응이 가능할 것인지 지금으로선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
현 시점에서 부채를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주체는 개인이나 기업들이 아니라 바로 국가 자체이다. 우리를 비롯한 OECD 국가들, 일본 미국은 물론이요 중국 또한 그렇다. 그렇기에 어떤 비용을 치를지언정 국가 부채의 축소가 최우선시된다면 국가가 주도해서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이다. 아울러 국가마다 각자 상황이 너무나도 다르기에 미국 주도의 정책이 다른 나라들에게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 것인지조차 이젠 예측할 수가 없다.
가령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해보면 미국이 그들이 패권에 도전해오는 중국을 꺾어놓기 위해 내 살을 주고 상대의 뼈를 깎는 극단적인 정책을 시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양적완화라고 하는 상궤와 상식을 벗어난 방식이 적용되고 그 이후 오랜 기간에 걸쳐 문제점이 누적되어온 상황이기에 이 기간 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을 지 예측할 수가 없다. 다만 장기불황이나 공황 상태를 면하긴 어려울 것이란 점만 거의 확실시된다.
하지만 이 기간 중에 누적된 거품과 지나치게 많은 통화 공급 그리고 상품과 서비스의 글로벌 초과 공급이 서서히 해소될 것이며 그로서 대단히 고통스럽긴 해도 그나마 새 길을 찾아 나설 수 있는 새로운 발판이 마련될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금리 정상화가 아니라 경제의 정상화란 얘기를 하면서 이번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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