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뿌리는 계절에 비가 충분하다니 좋구나! 

 

 

오늘 4월 20일은 穀雨(곡우), 씨를 뿌림에 있어 비가 내리면 한 해 농사가 순조롭다는 의미의 절기이다. 지난 토요일 비가 내렸는데 그게 곡우 비였다고 보면 되리라. 어제 환경부 보도에 따르면 최근 잦아진 봄비로 가뭄에 대비한 전국 댐 저수량이 충족됐다고 한다. 이에 장마 전까진 가뭄은 없을 것이라 하니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풍류의 때, 곡우

 

 

곡우 무렵이면 땅의 온도가 상승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땅속에 머물던 수분들이 땅위로 올라오고 그 기운을 받아 씨앗을 심으면 그 또한 자라면서 뿌리가 내리고 줄기는 땅거죽을 향해 힘차게 꿈틀대며 위로 오른다. 땅위로 올라온 수증기는 대기 온도의 상승과 함께 하늘로 오르니 구름이 자주 나타난다.

 

그러면 높은 하늘에 있던 찬 공기가 위로 내려오니 하늘의 위와 아래에 걸쳐 대기의 활발한 對流(대류)가 생겨난다. 공기 흐름이 많아지니 봄바람이 분다. 때론 서늘하고 시원한 공기가 때론 따뜻한 훈풍이 분다. 이게 바로 風流(풍류)라고 하는 것이다. 어디로도 불어가고 파고드는 바람이 활발한 때이니 곡우는 풍류의 계절인 것이다.

 

이 무렵에 바깥에 나가 하늘과 땅 사이의 활발하고 활달한 공기흐름을 코로 들이마시게 되니 그게 바로 풍류이고 봄나들이의 때이다. 옛날로 치면 하루 시간을 내어 화전놀이 나갈 때인 것이다. 본격 농번기를 앞두고 하루 쉬고 놀면서 공동체 간의 결의를 다지는 세시풍속이었다.

 

 

하늘과 땅이 서로간에 큰 것을 교환하고 섞으니

 

 

하늘의 氣(기)는 내려오고 땅의 氣(기)는 치솟으니 천지의 기가 서로 만나서 합하고 교류한다. 이를 주역에선 그 모습을 地天泰(지천태)의 괘로 형상화하고 있다. 땅을 상징하는 坤卦(곤괘)가 위에 있고 하늘을 상징하는 乾卦(건괘)이 아래에 있으니 이는 천지가 뒤집힌 것이 아니라 땅이 오르고 하늘이 내려오는 모습을 나타낸다.

 

이를 달리 天地交泰(천지교태)라고도 한다. 하늘과 땅이 교류해서 큰 것을 만들어낸다, 하늘과 땅이 서로 큰 것을 뒤 섞는다 등등의 말이 된다. 이는 陰陽和合(음양화합)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천지교태는 생산의 출발점이 된다.

 

경복궁 안에 있는 왕비의 寢殿(침전) 즉 왕비가 왕과 함께 자던 곳을 交泰殿(교태전)이라 하니 이는 왕과 왕비가 性交(성교), 섹스를 통해 나라를 이어갈 왕자들을 생산하는 곳이란 의미이다. 섹스는 생산의 시작이고 이는 농부가 땅에 씨앗을 뿌리는 것 역시 생산의 시작이다. 바로 곡우로서 씨앗을 뿌리면 가을에 가서 수확을 보기 위함이다. 밭을 일구는 행위, 농사짓는 것 등을 동서양에선 남녀의 섹스와 생산에 곧잘 비유하는 것 역시 같은 이치라 하겠다.

 

 

생산에 이상현상이 생기고 있으니 

 

그러나 오늘날 남녀가 섹스만 즐길 뿐 생산을 하지 않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이는 주로 선진국에서 그러한 데 아기를 낳고 키우는 것이 오늘에 와서 지나치게 비용이 많이 드는 까닭이기도 하고, 책임 지지 않고 ‘프리’하게 살려는 젊은이들의 욕구가 반영된 탓이기도 하다. 내 삶을 즐기면서 아이들까지 잘 키우려는 것은 지나친 욕심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나 호호당은 이런 생각도 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경우 1960년대의 농업 혁명으로 인한 식량 증산과 육류 공급으로 먹을 것은 대충 해결되었으며 피임 기술의 발달로 섹스는 얼마든지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프리섹스’ 풍조로 인해 섹스와 결혼은 완전히 분리되었으며 종교의 쇠퇴로 인해 유산이나 낙태에 대한 부담 또한 줄었다. 이에 식욕과 성욕은 해결이 된 셈이다. 기본 욕구가 해결이 되었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IT 혁명으로 인해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력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양극화가 생겨났다. 좋은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를 포함해서 선진국에 속하는 지역의 사람들은 개개인의 생각을 떠나 집단적으론 스스로 미래 인구를 줄이는 흐름에 들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곡우는 생산의 출발점

 

 

다시 한 번 얘기지만 곡우는 播種(파종) 즉 씨를 뿌리는 때이다. 씨앗을 물에 담근 뒤 보면 물위에 뜨는 놈은 가벼워서 부실한 놈이고 바닥까지 가라앉는 놈만을 건져서 씨앗으로 쓴다. 무거운 놈 즉 重(중)한 놈이 실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씨앗 種(종)이다. 벼 禾(화)에 무거울 重(중)으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한 해의 흐름 전체를 놓고 보면 1월 20일의 大寒(대한)에서부터 오늘 곡우 4월 20일까지의 석 달간은 생산의 준비단계였다면 오늘 곡우부터 7월 24일 경의 大暑(대서)까지 석 달 간은 양적 성장의 단계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다시 석 달 간 즉 10월 20일의 霜降(상강)까지는 성장이 아니라 결실을 보는 단계 또는 질적 성장 단계에 해당된다.

 

그리하여 한 해 중에서 9개월은 생산 준비와 양적 성장, 그리고 생산의 마무리로 이루어지고 나머지 3 개월, 즉 10월 20일부터 이듬해 1월 20일까진 쉬는 때라 하겠다.

 

곡우의 때는 농사만이 아니라 인간사 모든 일에 적용된다. 될 법한 일에 사람은 집중하고 전망이 있어 보이는 아이템에 기업은 투자를 한다.

 

이제 곡우로서 올 해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시작되고 있다. 증시를 볼 것 같으면 1분기까지는 작년 겨울부터의 실적에 따라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법이고 이제부턴 기업들의 투자 내용에 따라 금년 하반기와 내년 1/4분기까지의 예상실적을 감안하면서 주식들의 상승과 하락, 정체를 판단한다.

 

정치 또한 그러하다. 4월 7일의 보궐선거로서 문재인 정권은 사실상 끝이 났다. 정권 초반의 정책들 가령 소득주도 성장이라든가 적폐청산, 공정한 인사정책 등등 모든 것이 헛된 것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이른바 “조국 사태”였으니 재작년 8월이었고 그로부터 18개월이 흐른 금년 2월로서 정권은 수명을 다했다. 이에 내년 대선을 향한 차기 후보들의 레이스가 시작되고 있다.

 

 

국운의 순환에서 보면 대한이기에 

 

 

오늘은 한 해의 곡우이지만 우리 국운의 60년 순환에서 보면 올 해 2021년은 가장 열에너지가 고갈된 1월 20일 경의 大寒(대한) 무렵에 가깝다. 나라의 에너지가 고갈되어 쉬고 있는 때인 셈이다. 그러니 일자리가 늘어날 까닭이 없고 그저 돈을 풀어서 만들어내는 가짜 성장, 마치 성장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집값이 너무 올라서 난리인데 실은 집값이 오른 게 아니라 돈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돈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사람의 노동에 대한 代價(대가)가 떨어진다는 것이고 나아가서 결국 사람의 가치가 저렴해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어떻게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평가하느냐고 화를 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그렇기에 이제 ‘중산층의 시대’는 과거의 일이 되고 말았으니 중산층의 시대는 1987년에 시작되어 2002년으로서 정점에 달했고 그 이후 다시 15년이 흘러 2017년으로서 끝이 났다. 30년의 세월이었다.

 

그러니 이제 부자와 빈자의 시대가 다시 2017년부터 시작되었고 이는 15년이 흘러 2032년으로서 정점에 달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아파트 한 채 있으면 중산층이다, 하지만 멀지 않아 아파트 가격이 내리면 그런 虛像(허상)의 중산층이란 생각은 빠른 속도로 사라져갈 것이니 말이다.

 

 

곡우, 위대한 시작

 

 

한 해의 투자와 씨뿌리기는 곡우로서 시작된다. 그러니 독자 각자들도 올 해의 주제와 테마를 정했다면 이제 그 길에 나서야 하겠다. 사람의 60년에 걸친 운세 순환 역시 입춘 바닥으로부터 12.5년이 흐른 곡우 무렵에 무엇에 대해 투자하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결정이 날 것이다.

 

곡우는 참으로 위대한 생산의 시작점이다.

 

(이 글은 어제 낮에 쓰기 시작해서 오늘 마무리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