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의 에피소드


오늘은 바둑을 통해 운의 흐름이 바둑 선수 즉 프로 기사들의 활동과 행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나 호호당은 예전에 한창 바둑을 즐기던 시절 아마 3단 정도의 수준이었기에 나름 바둑 채널을 즐겨본다. 어저께 일요일 점심 무렵 두 명의 젊은 프로바둑기사가 결승 3차전의 마지막 시합을 펼치고 있었다. 크라운해태가 후원하는 타이틀 매치였다. 


타이틀 매치이니 누가 승리할 것인지 당연히 관심이 갔고 이에 인터넷을 통해 두 기사의 생년월일을 확인해보았더니 송지훈 5단의 승리가 예상되었다. 상대는 이창석 5단이란 젊은 기사였고. 


시합은 3판2승제였고 시합은 금요일부터 시작되었는데 첫 시합은 내 예상과는 달리 이창석 5단이 먼저 승리를 가져가는 것이었다. 으잉! 송지훈이 이길 것 같았는데 첫판을 졌으니 나머지 두 판을 모두 이겨야만 하네, 이거 참 난감하네. 


다행히 토요일 시합은 송지훈 선수가 이겼고 그리하여 일요일 3차전에서 승자가 결정될 참이었다. 아무 상관도 없지만 생년월일을 통해 졸지에 송지훈의 승리를 점친 터라 나는 시작부터 열심히 송지훈 5단을 응원했다. 그런데 내용은 점점 이창석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인공지능 역시 이창석의 승리를 예고하고 있었다. 


바둑판 위에 돌이 거의 다 놓였는데 도무지 송지훈이 역전시킬 가망성은 거의 없어 보였고, 해설자도 이창석의 무난한 승리를 예고하고 있었다. 아, 이거 내 예측이 틀렸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이유가 뭐지? 하면서 보는 내가 초조해졌다. 


아 저 친구 초장부터 무리하게 두더니 냉철한 아웃복서 스타일의 이창석에게 완전 휘말려서 힘을 쓸 데가 없네 하며 연신 탄식도 하고 아, 빙신아 쪼다야, 저런 멍청이, 이런 식으로 송지훈 5단을 탓하고 있었는데 정말이지 어느 순간 갑자기 놀라운 반전이 생겨났다. 


거의 승리를 목전에 둔 이창석 5단이 말도 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일대 착각을 범했고 이에 송지훈 5단이 잽싸게 찬스를 낚아챘던 것이다. 그로서 바둑은 일거에 역전되고 말았고 더 이상 둘 데가 없는 막판이었기에 그냥 송지훈의 역전승으로 끝이 났다. 


송지훈 선수가 이긴 것은 그야말로 운이었다. 말도 되지 않는 기막힌 행운이었다. 두 선수 모두 젊은 기사로서 생애 최초로 타이틀 매치까지 힘겹게 올라온 상황, 내가 이창석을 싫어할 이유도 없고 송지훈을 편애할 이유라곤 더더욱 없었다. 다만 운세 판단을 해보니 송지훈의 승리가 예상되었을 뿐이다. 


다만 운세 판단에 무지막지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나로선 그야말로 송지훈선수가 승리해야만 자존심을 지킬 상황이었기에 애를 태워가며 매달려야 했던 상황이었다. 



두 기사의 운세가 판가름한 바둑



송지훈 선수의 생년월일은 1998년 2월 23일, 戊寅(무인)년 甲寅(갑인)월 辛丑(신축)일이다. (최근 90년대생들은 당연히 양력 생일이다.) 따라서 앞뒤의 상황을 볼 때 2011년 辛卯(신묘)년이 60년 운세 순환에 있어 立秋(입추)가 될 것이니 2020년 2월 초의 운세는 秋分(추분)이 된다. 


추분은 드디어 두각을 드러내는 때, 등용문의 때이니 이번 크라운해태배를 통해 새로운 강자로 등장한 것이다. 


반면 상대 선수였던 이창석 선수는 송지훈 선수보다 두 살이 더 많은 1996년 4월 27일 생이다. 따라서 丙子(병자)년 壬辰(임진)월 甲午(갑오)일이다. 그간의 프로필로 볼 때 이 선수는 현재 운세 흐름이 아직 입추가 되질 않았다. 2024년 甲辰(갑진)년이 입추가 된다. 아직 두각을 크게 나타날 때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송지훈은 한국 기사 랭킹 23위이고 이창석은 랭킹 39위의 선수이다. 두 선수는 모두 같은 바둑 도장 출신이기에 무척 친하다고 한다. 다만 재미난 점은 두 사람의 상대 전적은 이창석이 송지훈에게 약간 앞서고 있다. 아마도 이창석이가 송지훈의 스타일과 약점을 잘 알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아무튼 이번에 타이틀 홀더가 된 송지훈은 이를 계기로 급성장하게 되리라 본다. 큰 시합에서 이기면 자신감이 붙어서 더 활약을 하게 되는 까닭이다.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최정상급 기사로까지 발전하리라 보진 않는다. 아마도 랭킹 10위안의 선수로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길게 보면 이창석 선수는 아직 운이 입추도 되지 않았는데 결승전에까지 올랐다는 점에서 장래가 더 유망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도 이창석 선수는 간밤에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하루 종일 바둑판이 눈앞에 떠올랐을 것이고 잠자리에서도 자신의 실수한 장면에 관한 영상 때문에 독한 술이라도 한 잔 하지 않는 이상 수면에 들지 못했을 것이다.

 

다 잡은 바둑, 골인 직전에 무언가에 홀려서 놓쳤으니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하겠는가, 잠을 이룰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아픔을 겪으면서 대기만성형의 기사로 발전해갈 것이다. 



천재인지 아닌지 금방 알 수 있다는 얘기



바둑 얘기가 나왔으니 좀 더 해보고자 한다. 


꼭 바둑에 한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어떤 선수가 있다고 할 때 천재성이 있는지 아닌지 하는 문제를 나 호호당은 금방 판별할 수가 있다. 


가령 키움 히어로즈의 유격수 김하성 선수의 경우 2011년이 立秋(입추)였기에 2018년 무렵이면 추분의 운이다. 마침 그 해 올스타에 뽑혔을 뿐 아니라 경기에서 MVP까지 되었다. 저 정도면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라 할 수 있지만 천재란 수식어를 붙이기엔 조금 미흡하다. 물론 앞으로도 10년 정도는 거뜬히 최고의 선수로서 전성기를 누릴 선수라 볼 수 있다. 


야구나 축구 등등 다양한 방면에서 데뷔하는 시점에서 돌풍을 일으키거나 많은 화제를 모았다가도 정작 얼마 가지 않아 시들해지는 선수들이 많은데 이 역시 그 이유가 처음 등장하는 시점이 최고의 운세였던 경우에 해당이 된다. 


천재인가의 여부는 운세가 입추가 되지 않았음에도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 그 선수는 천재라 볼 수 있다. 그런 선수는 입추가 지나면서 더욱 발전하고 추분 무렵이 되면 최고의 자리에까지 간다. 대표적인 예로서 우리 축구의 영웅인 손흥민 선수가 그렇다. 손 선수의 경우 입추가 2015년인데 2010년 만 18세의 나이에 벌써 국가대표팀에 발탁되었다. 


그런 면에서 장차 한국 바둑을 이끌어갈 갈 최고의 선수는 단연 신진서 9단이다. 이제 만 20세에 불과한 기사로서 2000년 3월 17일생, 庚辰(경진)년 己卯(기묘)월 甲戌(갑술)일이다. 이 경우 2024년 甲辰(갑진)년이 되어야 비로소 입추의 운인데 벌써 한국 기사 랭킹 1-2위를 다투고 있다. 이창호 9단에 버금가는 천재 기사라 하겠다. 


지금은 쇠퇴한 이창호 9단 역시 대단한 천재라 하겠다. 1996년이 입추인데 그 4년 전인 1992년에 벌써 타이틀 홀더가 되었기 때문이다. 


신진서 9단 역시 2024년이 입추인데 벌써 저 정도로 활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장차 이창호 9단을 능가할 수도 있는 경지로까지 발전해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최정 9단, 여성 기사 중에 기린아



바둑의 경우 아직까지는 여성 기사들의 실력이 남성 기사에 비해 떨어진다. 그런데 최근 이런 흐름을 깨뜨리고 있는 여성 기사가 있으니 바로 최정 9단이다. 여성 기사 중에선 세계 최강임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남녀 전부해서 국내 랭킹은 아직 17위에 머물고 있다. 물론 몇 년 사이에 랭킹은 빠른 속도로 상승중이긴 하다.

 

그런데 나 호호당이 보기에 최정 9단은 아직 성장 중인 기사로 판단이 된다. 운세로 볼 때 2017년이 입추였기에 추분이 되는 2024년까진 훨씬 더 기량이 성숙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운칠복삼이 맞는 말이다.



‘운칠기삼’이란 말이 있지만 나 호호당이 보기엔 모든 것이 ‘운칠복삼’이 훨씬 더 정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노력이란 것 역시 운이란 점 확인해드린다.


 

문 열어놓고 모기약 뿌리는 정부



글과는 관련이 없지만 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포가 며칠 사이 대단한 것 같다. 겉으론 태연한 척 했지만 나 역시 은근히 겁을 내고 있구나 싶은 일이 어제 있었다. 잠깐 작업실에 나갔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떤 이가 갑자기 크게 기침을 하는 것에 놀라 나도 모르게 입과 코를 가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작업실에 들어가는 즉시 손과 얼굴을 씻었다. 


그런 면에서 정부의 하는 짓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미 중국 전역으로 다 퍼진 마당이고 감염자가 공식통계의 열 배가 될 수 있다는 보도도 있는 판국에 우한에서 오는 사람들만 입국제한을 걸겠다는 것이 그렇다. 


우한은 봉쇄되었기에 올 사람도 없을 것이니 아무런 실효가 없는 조치에 불과하다. 그저 시늉만 하고 있다. 필시 6월의 시진핑 방한 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저러다가 때를 놓치고 대확산 사태가 오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모기약을 뿌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