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달라진 인생길



“옛날엔 스물여덟 살에 시집가고 골프 그만두려고 했다. 그런데 벌써 2년 남았더라.” 올해 ANA 인스퍼레이션과 에비앙 마스터스, 두 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컵을 거머쥐고 세계 여자골프 랭킹 1위에 오른 고진영 선수의 말이다. 기사에서 읽었다. 


고진영 선수는 올해 우리나이로 스물여섯이니 당초 생각엔 내후년 쯤 은퇴한 디 결혼할 생각이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올해 메이저 대회에서 연달아 우승을 하게 되자 생각이 바뀔 만도 하다. 또 그게 당연하다. 


인터넷을 통해 고 선수의 생년월일을 검색해서 사주를 뽑아본 뒤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1995년 7월 7일, 80년대 중반 이후론 거의 다 양력이기에 사주를 뽑아보면 乙亥(을해)년 癸未(계미)월 己亥(기해)일이 된다.


2009년이 운기의 절정인 立秋(입추)였고 올해 2019년은 60년 운세 흐름을 통해 모든 것이 화려하게 피어나는 寒露(한로)의 운이다. 



절정의 운세를 맞이하고 있는 고진영 선수



寒露(한로)란 해마다 10월 8일 경에 맞이하는 절기이다. 차가운 이슬이란 말인데, 이 무렵이면 높은 산에선 단풍이 물들고 가을 벌판에 누렇게 익은 벼가 추수를 앞두고 있다. 하늘은 푸르고 맑으며 공기는 선선하다. 한 해 농사를 거의 마쳤으니 나들이하기에 그야말로 좋은 때가 바로 한로 무렵이다. 


지금 고진영 선수의 60년 운세 흐름이 바로 그런 때이다. 오랜 단련을 거쳐 2013년에 프로 데뷔했고 이제 그 결실을 보기 시작한 셈이다. 2017년은 秋分(추분)의 운이었으니 이때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마련인데 그 해 처음 LPGA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화려한 운은 추분에 시작해서 10년간, 그러니 2027년까지라 보면 되겠다. 


우리 인생은 각자 나름으로 화려한 때가 반드시 있다, 그런데 그 화려함의 본질은 가을 단풍이라 보면 된다. 늦가을 온 산과 들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은 그야말로 계절의 극치이다. 


그런데 단풍이란 것은 나무의 잎이 더 이상 광합성을 하지 않게 되면 잎의 엽록소가 파괴되고 스스로 분해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시 말해서 나무가 단풍 드는 것은 나무가 더 이상 생산을 하지 않으려 할 때의 현상이란 사실이다. 


고진영 선수 역시 이젠 기량을 닦는 단계가 아니라 그간에 갈고 닦은 기량을 펼치고 보여주는 단계로 들어왔다는 말이다. 프로 선수로선 좋은 기량을 펼치고 성적을 올리면서 돈도 벌고 명성도 날리는 것이 궁극의 목적이었을 것이니 이제 그 목적을 달성하는 단계로 들어섰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울러 그런 세월이 앞으로 7-8년 정도 이어진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치열한 승부 세계인 탓에 늘 우승하면서 랭킹 1위를 고수할 수 있다는 말은 절대 아니고 높은 랭킹을 유지하게 될 것이란 의미이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이라서



이처럼 프로 골퍼로선 대성공을 한 셈이지만 그 대가로서 잃는 것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고 운명인 까닭이다. 


남녀 공히 좋은 짝을 만나서 결혼 생활에 성공하려면 60년 순환에 있어 늦어도 추분에는 해야 한다. 좋은 결혼이란 결혼할 당시에 좋은 조건의 배우자를 만나느냐 하는 것보다도 길게 원만하게 오래 이어질 수 있는 것을 말하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고진영 선수는 좋은 혼기를 놓치고 있다. 


고진영 선수의 경우 추분의 운은 앞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2017년이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골퍼로서 좋은 성적을 내고 또 내기 위해서 노력하다 보면 아무래도 그 방면에 집중을 하게 되어있지 그 사이에 결혼 문제에 대해선 등한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고진영 선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계랭킹 1위라는 빛나는 영광과 좋은 결혼이라고 하는 삶의 중요한 하나를 맞교환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모든 것을 다 가지고 다 누릴 순 없다는 얘기를 한다. 치열한 경쟁의 세상이다. 그렇기에 어떤 분야에서 누군가가 최고가 된다는 것은 이면에 가려져서 그렇지 그 누군가란 사람은 삶의 중요한 많은 것을 잃게 된다. 


그런 면에서 고진영 선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의 선택을 했던 셈이다. 2017년에 우승을 하면서 말이다. 아울러 그 선택이 잘못 되었다는 것 또한 절대 아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지는 선택도 많아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스스로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실은 자신도 모르게 선택을 하고 길을 정하는 경우가 실은 더 많다는 얘기를 지금 나는 하고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서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할 때 그게 미처 선택이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말이다. 


이에 사람들은 우연한 계기에 평생 하게 될 직업을 정하기도 하고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를 만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선택을 하고 나면 그 선택에 따라 얻는 것과 잃는 것 즉 득실 또한 달라지기 마련이고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만 사람들은 자신이 성취한 것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그다지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과 함께 자신이 가질 수 없었던 것에 대해선 많이 아쉬워하기도 한다. 그게 사람의 자연스런 마음이다. 



그 어떤 선택도 잘못된 선택은 없기에



나 호호당은 그 어떤 선택도 선택 자체가 틀린 경우는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 순간에 분명히 그런 선택을 함으로써 얻게 되는 것이 있었을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선택이란 것은 이미 그 단어의 뜻 자체처럼 이것을 택하고 저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다만 나중에 가서 그 선택을 통해 얻은 것은 대단하지 않게 되고 반면 포기한 것에 대해선 미련이 남을 뿐이란 생각이다. 


나 호호당은 그간 무수히 많은 사람을 상대로 상담을 해왔다. 그런 까닭에 모든 것을 다 얻고 누리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또 당연시한다. 


그렇기에 타인의 겉보기 삶만 보고 그를 마냥 부러워할 일도 아니란 점도 잘 알고 있다. 어떤 면에서 당신이 부러워하는 그 타인은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가지지 못한 까닭에 역으로 당신을 부러워할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오늘 고진영 선수의 기사를 읽으면서 문득 다른 이가 떠올랐다. 예전에 상담을 왔던 분인데 여성 프로 골퍼였다. 열심히 기량을 닦던 중 생각하지도 않게 좋은 남자를 만나서 급기야 결혼을 하고 또 아기도 생기다 보니 결국 본격 선수로서의 길을 접어야 했던 분이었다. 


그 분 역시 추분 직전에 결혼을 한 경우였다. 만일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면 프로로서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었을 것이란 얘기이다. 그러니 과연 어떤 선택이 더 나았을까 하고 곱씹어 보게 된다. 아마도 어떤 선택을 했든 간에 어차피 미련은 남지 않을까 싶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된다, 아니 어쩌면 큰 것 하나를 얻다 보면 그 무게에 상응하는 많은 것들을 잃을 수도 있다. 오늘 이런 글을 쓰게 된 것은 삶의 이런 점에 대해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훗날에 가서 그것이 최선이었다는 것, 따라서 불필요한 미련은 덜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